4장 - 오니아스에 대한 시몬의 모함
1 시몬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자기 나라를 배반하여 성전 금고에 관해서 밀고한 자인데 그는 오니아스를 모함하여, 헬리오도로스를 공격하고 그에게 온갖 악행을 저지른 장본인이 바로 오니아스라고 말하였다.
2 예루살렘의 은인이요 자기 동족의 보호자이며 율법의 열렬한 수호자인 오니아스에게 시몬은 감히 국가의 반역자라는 낙인을 찍었던 것이다.
3 오니아스에 대한 시몬의 적개심이 극도에 달하여 시몬의 심복 중 한 사람은 많은 유다 사람을 살육하기에 이르렀다.
4 오니아스는 분쟁이 심상치 않게 되었고 또 메네스테우스의 아들이며 코일레 시리아와 페니키아의 총독인 아폴로니우스가 시몬의 악행을 조장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5 왕을 찾아 갔다. 그 목적은 자기 동족을 고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온 백성의 전체적인 이익과 개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것이었다.
6 오니아스는 왕의 조정이 없으면 이 나라는 앞으로 평화를 누릴 수 없을 뿐더러 시몬은 자기의 어리석은 행위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헬레니즘을 고취한 대사제 야손
7 ○셀류코스가 죽고 에피파네스라고 불리는 안티오쿠스가 그 왕위를 계승했을 때에 오니아스의 동생 야손이 부정한 수단으로 대사제직을 손에 넣었다.
8 야손은 왕을 알현하고 은 삼백 육십 달란트와 또 다른 수입원에서 팔십 달란트를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9 그리고 왕이 자기에게 경기장을 건축할 권한과 청년훈련소를 세울 권한과 예루살렘에 안티오쿠스 청년단을 결성할 권한을 준다면 백 오십 달란트를 더 바치겠다고 약속하였다.
10 ○왕은 이것을 승낙하였다. 야손은 왕의 승낙을 받아 직권을 쥐자마자 자기 동족들의 생활을 그리이스식으로 바꾸어 놓았다.
11 그는 유다인들이 유폴레모스의 아버지 요한의 주선으로 다른 왕들에게서 받았던 특혜를 폐기시켰다. 유폴레모스는 전에 로마 사람과 우호동맹조약을 맺기 위해 로마에 사신으로 갔던 사람이다. 야손은 유다 율법에 의한 여러 제도를 없애 버리고 율법에 반대되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도입하였다.
12 그는 요새도시의 성 바로 밑에 경기장을 재빨리 건축하고 가장 우수한 청년들에게 그리이스식 모자를 쓰게 했다.
13 이렇게 불경건한 사이비 대사제 야손의 극심한 모독적인 행위로 그리이스화 운동은 극도에 달하였고 이국의 풍습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 왔다.
14 그래서 사제들은 제단을 돌보는 일에는 열성이 없어져 성전을 우습게 생각하고 희생제물을 바치는 일은 할 생각도 안 했으며 원반던지기를 신호로 경기가 시작되기가 바쁘게 경기장으로 달려 가서 율법에 어긋나는 레슬링 경기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휩쓸렸다.
15 이렇게 선조 때부터 내려 오는 명예로운 전통을 짓밟고 그리이스 문화를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했다.
16 바로 이 때문에 유다인들은 심각한 재난에 빠지게 되었다. 그들이 그리이스식의 생활양식을 추구하여 그것을 모두 모방하려고 하였지만 그리이스인들은 그들을 적대시하고 압박을 가하였던 것이다.
17 하느님의 법을 어기고 벌을 받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은 다음 시대가 증명해 줄 것이다.
18 ○오 년마다 띠로에서 열리는 경기에 왕이 임석하였는데,
19 추잡한 야손은 예루살렘의 안티오쿠스 청년단원 중에서 대표를 뽑아 헤르쿨레스신에게 희생제물을 바칠 비용으로 은 삼백 드라크마를 들려서 참관인으로 보냈다. 그러나 그 사람들까지도 그 돈을 정당하게 쓰지 않고 이런 희생제물의 비용으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20 그 돈을 가지고 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야손이 헤르쿨레스신에게 희생제물을 바치는 데 쓰라고 준 돈이지만 그 돈은 결국 삼층으로 된 전함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21 ○메네스테우스의 아들 아폴로니우스가 에집트의 필로메토르왕의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에집트로 파견되었다. 그를 보낸 안티오쿠스는 에집트 왕이 자기와 적대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자기의 안전을 도모하여 요빠로 해서 예루살렘에 이르렀다.
22 거기에서 그는 야손과 예루살렘 시민들이 횃불을 들고 환호성을 올리며 대환영을 하는 가운데 예루살렘성으로 들어 갔다. 그는 거기에서 또 군대를 이끌고 페니키아로 들어 가서 진을 쳤다.
대사제가 된 메넬라오스
23 ○삼 년 후 야손은 앞에 말한 시몬의 동생 메넬라오스를 왕에게 보내어 돈을 전달하고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의 결재를 받아 오게 하였다.
24 그러나 메넬라오스는 왕을 만나서 자기가 가장 큰 권위를 가진 것처럼 꾸며 야손보다 은 삼백 달란트를 더 바쳐 대사제직을 차지하였다.
25 그는 왕명을 받들고 돌아 왔지만 대사제직을 맡을 만한 위인이 아니었고, 잔인한 폭군의 기질과 야수같이 포악한 성격을 지닌 자였다.
26 이렇게 야손은 자기 형을 몰아 냈다가 자기도 다른 사람에게 몰려 나서 암몬 사람들의 고장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27 ○대사제직에 오른 메넬라오스는 왕에게 약속한 돈을 바치지 않았다.
28 그래서 예루살렘의 사령관이며 세금 징수관이기도 하였던 소스트라토스는 그 돈을 바치라고 독촉하였다. 이 두 사람은 결국 이 사건 때문에 왕에게 불려 가게 되었는데
29 그 동안 메넬라오스는 자기 동생 리시마코스를 대사제 대리로 앉히고 소스트라토스는 키프로스군의 사령관 크라테 스를 자기 대리로 앉혔다.
오니아스의 피살
30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동안 다르소와 말루스 사람들은 자기들의 지방이 왕의 첩 안티오키스에게 선물 로 증여되었다는 것을 알고 폭동을 일으켰다.
31 그래서 왕은 고관 중의 한 사람인 안드로니쿠스에게 모든 일을 위임하고 폭동을 진압하러 급히 그리로 달려 갔다.
32 그러자 메넬라오스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여 성전에서 쓰는 금그릇들을 훔쳐 내다가 안드로니쿠스에게 바쳤다. 그는 이미 띠로와 그 부근 여러 도시에 성전 기물을 팔아 먹은 적이 있었다.
33 이런 비행을 확실히 알게 된 오니아스는 안티오니키아 근처에 있는 다푸네라는 불가침의 장소로 피난하여 그를 맹렬히 비난하였다.
34 그래서 메넬라오스는 안드로니쿠스와 손을 잡고 그에게 오니아스를 살해하라고 청하였다. 안드로니쿠스는 오니아스를 찾아 가서 맹세까지 하며 악수를 청하고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속임수였다. 오니아스는 의심을 하면서도 설득에 못이겨 피신처에서 나왔다. 그러자 안드로니쿠스는 정의도 아랑곳없이 그 자리에서 그를 죽여 버렸다.
35 ○유다인들은 물론 많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 부당한 살해사건에 대해서 몹시 분개하고 분노를 터뜨렸다.
36 왕이 길리기아에서 돌아 왔을 때에 안티오키아의 유다인들은 불의를 개탄하는 그리이스인들과 함께 왕을 찾아 가 오니아스의 피살사건을 호소하였다.
37 안티오쿠스는 몹시 슬퍼하며 측은해 하였다. 그는 생각이 깊고 행동이 온건하였던 오니아스를 생각하고 눈물을 흘렸다.
38 그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당장 안드로니쿠스의 진홍색 옷을 벗겨 버리고 속옷까지 찢어 버린 다음 그를 시내로 끌고 다니다가 오니아스에게 불의를 저질러 피를 흘리게 한 바로 그 장소에서 죽여 버렸다. 이렇게 하여 주님은 가해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내리셨던 것이다.
리시마코스에 대한 폭동
39 ○예루살렘에서는 성전 기물이 도난당하는 일이 빈번하였는데 그것은 메넬라오스의 묵인하에 리시마코스가 저지른 짓이었다. 많은 황금기물들이 없어졌다는 소문이 사방에 널리 퍼지자 사람들은 리시마코스를 규탄하러 몰려 들었다
40 분노에 찬 군중이 폭동을 일으키자 리시마코스는 장정 삼천 명을 모아 가지고 나이는 많지만 미련하기 짝이 없는 아우라노스라는 자를 앞장세워 폭도들에게 악랄한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41 군중은 리시마코스가 공격해 오는 것을 알고 어떤 사람은 돌을 들고 어떤 사람은 몽둥이를 들고 또 어떤 사람은 가까이 있는 재를 손에 가득 집어 가지고 리시마코스와 그 주위에 있는 부하들에게 마구 던져서 수라장을 이루었다.
42 그 결과 적군들은 부상을 많이 입고 죽기도 하고 나머지는 모두 도망쳐 버렸다. 성전 기물을 도둑질한 그 장본인은 성전 금고 근처에서 살해당했다.
메넬라오스의 악행
43 ○이 사건에 관련되어 메넬라오스까지 고발당하였다.
44 왕이 띠로에 왔을 때에 유다인들의 의회에서 파견된 세 사람이 그 사건을 처리해 달라고 호소했다.
45 메넬라오스는 자기가 불리한 입장에 있음을 깨닫고 도리메네스의 아들 프톨레매오에게 많은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왕을 설득시켜 달라고 부탁하였다.
46 그래서 프톨레매오는 바람을 쐬러 나가는 체하면서 왕을 회랑으로 데리고 나가 그의 마음을 돌려 놓았다.
47 이렇게 해서 왕은 모든 악행의 장본인이었던 메넬라오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오히려 그 불운한 사람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 사람들은 극악무도한 스키티아인들 앞에 나타났다 하더라도 무죄석방되었을 사람들이었다.
48 그들은 예루살렘과 백성들과 성전 기물들을 수호하기 위해서 고소를 제기했다가 느닷없이 이와 같은 부당한 처형을 당한 것이다.
49 띠로 사람들까지도 이 악행에 분개하여 죽은 사람들을 성대하게 장사지내 주었다.
50 그러나 메넬라오스는 권력자들의 탐욕을 이용해서 제 자리를 유지하였고 더욱더 나쁜 짓을 하여 동포를 배반하는 원흉이 되었다.
5장 - 야손과 메넬라오스의 분쟁
1 이 무렵에 안티오쿠스왕은 제이 차 에집트 원정을 개시했다.
2 그런데 금실로 수놓은 옷을 입고 한 손에 창을 들고 또 한 손에 칼을 빼들고 완전무장한 기병대가 예루살렘 상공을 두루 뛰어 다니는 광경이 거의 사십 일간 나타났다.
3 이 기병대는 양쪽으로 갈라져서 서로 공격과 반격을 되풀이하였는데, 그들은 방패를 손에 들고 창을 휘두르며 화살을 날렸다. 그들의 말은 황금 마구로 번쩍였고 기병들은 여러 가지 갑옷을 입고 있었다.
4 이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이 광경이 좋은 징조이기를 바랐다.
5 ○한편 안티오쿠스가 죽었다는 헛소문이 떠돌았다. 이 말을 듣고 야손은 천 명이 넘는 군대를 이끌고 예루살렘을 기습하였다. 성벽을 지키던 수비대는 쫓겨 가고 예루살렘성은 드디어 함락되었다. 그래서 메넬라오스는 성 안 요새 속으로 도망쳐 돌아 갔다.
6 야손은 무자비하게도 자기 동포를 마구 학살했다. 그는 동족을 희생하여 얻은 성공이 최대의 실패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동포에게서 빼앗은 전리품을 적으로부터 빼앗은 것처럼 생각하였다.
7 이렇게 음모를 했지만 그는 주권을 장악하지는 못하고 결국은 오명투성이가 되어 암몬 땅으로 다시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8 거기에서 그는 아라비아인의 통치자 아레타스에게 체포되었다가 빠져 나와 이 도시 저 도시로 도망치면서 모든 사람의 추격을 당하고 율법의 배신자로서 증오를 받고 자기 조국과 동족을 박해한 자로서의 미움을 받았으며 끝내는 에집트로 쫓겨 갔다. 이렇게 그 생애의 마지막은 처참한 파국에 이르렀다.
9 많은 사람들을 조국에서 추방했던 그는 배를 타고 스파르타로 건너 가서 자기 동족과 우호관계를 맺었던 그 사람들의 보호를 받으리라고 희망했지만 그 곳 타향에서 죽고 말았다.
10 많은 사람을 죽여서 제대로 묻어 주지도 않고 그 시체를 마구 버렸던 그는 죽어서 아무도 슬퍼해 주는 이 없이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선조들의 무덤 속에 묻히지도 못했다.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의 성전 모독
11 ○이러한 이야기가 안티오쿠스왕의 귀에 들어 가자 왕은 유다인들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생각하여 크게 격분하였다. 그는 에집트를 떠나 예루살렘을 맹렬히 공격하여 점령해 버렸다.
12 거기에서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가차없이 칼로 쳐죽이고 집으로 도망간 사람들을 모두 학살해 버리라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13 이렇게 되어 젊은이와 늙은이의 살육, 여자와 어린이의 학살, 처녀와 젖먹이의 도살이 자행되었다.
14 단 사흘만에 팔만 명이 살해되었는데 그 중 사만 명은 백병전을 하다가 죽었다. 그뿐 아니라 노예로 잡혀 간 사람의 수도 살해된 사람의 수만큼 많았다.
15 ○안티오쿠스는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무엄하게도 세계에서도 가장 성스러운 성전으로 들어 갔다. 왕을 인도 한 사람은 자기 율법과 조국을 배반한 메넬라오스였다.
16 안티오쿠스는 거룩한 기물에 그 더러운 손을 대고 또 다른 왕들이 이 성전의 발전과 영광과 영예를 위해서 바쳤던 봉헌물을 그 더러운 손으로 마구 쓸어 갔다.
17 ○이 곳 사람들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주님께서 분노하시어 잠시 동안 그 성전을 돌보아 주시지 않고 있음을 모르고 안티오쿠스는 잔뜩 오만에 부풀어 있었다.
18 만일 이 곳 백성이 많은 죄를 짓지 않았다면 전에 셀류코스왕의 파견으로 성전 금고를 조사하러 왔던 헬리오도로스와 마찬가지로 안티오쿠스도 성전에 들어 가자마자 채찍으로 얻어 맞아 그런 방자한 행동은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19 그러나 주님께서는 성소를 유지하기 위해 백성을 택하신 것이 아니라 백성의 복리를 위해 성소를 택했던 것이다.
20 그래서 성소 자체도 백성들에게 닥쳐 온 재난을 함께 입었고 후에 그들의 행운도 함께 나누었다. 전능하신 주님께서 노하셨을때 버림을 받았던 성소가 그 위대하신 주님과 화해하게 되었을 때 다시 그 모든 영광을 되찾았던 것이다.
유다 각지에 배치된 총독들
21 ○안티오쿠스는 성전에서 천 팔백 달란트어치의 금품을 실어 내 가지고 안티오키아로 급히 돌아 갔다. 육지에 배를 띄우고 바다를 도보로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의 마음은 오만에 부풀어 있었다.
22 그는 돌아 가면서 유다인들을 학대하기 위해 각지에 총독들을 남겨 두었다. 예루살렘에는 프리기아 출신으로 자기 임명자보다도 더 포악한 기질의 소유자인 필립보를 임명하고
23 그리짐산에는 안드로니쿠스를 임명하였다. 이 두 사람 외에도 메넬라오스를 임명하였는데 그는 다른 누구보다도 자기 동족을 더 포악하게 다스리던 자였다. 유다인들에 대한 적개심이 골수에 사무친 안티오쿠스는
24 미시아 사람의 수령인 아폴로니우스에게 군인 이만 이천 명을 딸려 보내 장정은 모조리 죽여 버리고 아녀자들은 노예로 팔라고 명령하였다.
25 아폴로니우스는 예루살렘에 도착하자 평화스런 사람처럼 가장하여 유다인들의 거룩한 안식일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유다인들이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 자기 부하들에게 무장을 하고 행진하도록 명령하였다.
26 그는 이 광경을 보러 나왔던 사람들을 모두 학살하고 무장한 군인들과 함께 온 시내를 돌아 다니며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
27 ○그 때에 유다 마카베오는 동지들과 함께 광야로 물러가서 들짐승처럼 산에서 살았다. 그들은 거기에서 자기 몸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오직 풀을 음식삼아 먹고 살았다.
6장 - 이교예식의 강요
1 그 후 얼마 안 되어 안티오쿠스왕은 아테네의 원로 한 사람을 유다인에게 보내어 그들에게 조상 때부터 내려 오는 율법을 버리고 하느님의 율법을 따르는 생활규범을 버리라고 강요하였다.
2 그리고 예루살렘의 성전을 더럽히고 그 성전을 올림피아의 제우스신에게 봉헌하게 하고 그리짐산의 성소는 그 지방 사람의 소원대로 나그네의 수호신인 제우스에게 봉헌하게 하였다.
3 ○이와 같이 유다인들이 차마 견딜 수 없을 만큼, 악은 날로 더해만 갔다.
4 이방인들은 이 성전 안에서 온갖 방종과 향락을 일삼았다. 그들은 거룩한 성전 경내에서 창녀들과 놀아나고 부녀자들을 농락하였다. 그뿐 아니라 법에 금지된 물건들을 성역 안으로 끌어 들였다.
5 제단에는 율법에 금지된 부정한 고기를 쌓아 놓았다.
6 안식일은 물론 조상 전래의 축제도 지킬 수 없었으며 심지어는 자기가 유다인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었다.
7 왕의 탄생일은 매달 지켰으며 그 날에는 유다인들이 끌려 가서 지독하게 강요받아 부정한 고기를 먹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디오니소스 축제일이 되면 담장이풀로 엮은 관을 쓰고 디오니소스를 찬양하는 행렬에 참가해야만 했다.
8 프톨레매오의 제안으로 근처에 있는 그리이스의 여러 도시에도 칙령을 반포하여 유다인을 괴롭히는 똑같은 정책을 써서 그들에게 부정한 고기를 먹게 하였으며
9 생활양식을 그리이스식으로 바꾸지 않는 유다인들은 모조리 죽여 버리게 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비참한 운명이 자기들에게 임박하였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10 과연 어떤 여자 둘이 자기 아들들에게 할례를 베풀었다고 해서 사람들 앞에 끌려 나왔다. 사람들은 그 여자들의 어린애를 젖가슴에 매달게 하고 거리로 끌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보인 다음 높은 성벽에서 떨어뜨려 죽였다.
11 또 어떤 유다인들은 예루살렘 근처 동굴에 함께 모여서 안식일을 몰래 지켰다고 해서 총독 필립보에게 고발되어 한꺼번에 화형을 당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거룩한 안식일을 존중한 나머지 그들 자신을 방어하는 일조차 하지 않았다.
하느님의 심판의 목적
12 ○나는 독자들이 이 책에서 우리 민족이 당한 재난의 기사를 읽고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징벌은 우리 민족을 멸망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채찍질하시려는 것이었다.
13 악한 행동을 오랫동안 그냥 내버려 두시지 않고 즉시 징계하신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지극히 인자하시다는 표지이다.
14 주님께서는 이방민족에 대해서는 그들의 죄를 즉시 벌하지 않고 그들의 죄가 막중하게 될 때까지 기다리신다. 그러나 우리 민족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시지 않고
15 그 때마다 벌을 내리셔서 우리의 죄가 절정에 이르지 않도록 해 주셨다.
16 따라서 주님께서는 우리에게서 자비의 손길을 거두시지 않으신다. 비록 우리에게 징벌을 내리신다 하더라도 그것은 당신의 백성을 채찍질하시는 것이지 절대로 버리시는 것이 아니다.
17 이 몇 마디 말로 독자들은 진리를 충분히 깨달았을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 가자.
엘르아잘의 순교
18 ○그 때에 뛰어난 율법학자들 중에 엘르아잘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이미 나이도 많았고 풍채도 당당한 사람이었다. 박해자들은 강제로 그의 입을 열고 돼지고기를 먹이려 했다.
19 그러나 그는 자기 생활을 더럽히고 살아 가는 것보다 명예롭게 죽는 것이 낫다고 하여 자진하여 태형대로 가면서
20 그 돼지고기를 뱉아 버렸다. 참된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먹어서는 안 될 것을 물리칠 용기를 가져야 하는데 엘르아잘이 바로 그런 사람이어서 돼지고기를 뱉아 버렸던 것이다.
21 율법에 어긋나는 이 희생제를 관장하는 사람 중에서 엘르아잘과 오랜 친분이 있던 사람들이 그를 따로 불러, 그에게 율법에 어긋나지 않은 다른 고기를 준비했다가 그것을 가져오도록 권하면서 왕의 명령대로 희생제에 바쳐진 고기를 먹는 체하라고 하였다.
22 이렇게 하기만 하면 엘르아잘은 오랜 친분으로 맺어진 사람들의 인정을 이용해서 자기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다.
23 그러나 이 노인은 자기의 나이에 따르는 위엄과 백발이 된 머리를 생각하고, 어렸을 적부터 나무랄 데 없이 살아 온 자기 생애를 돌이켜보고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주신 거룩한 율법에 따라야겠다고 생각하여 고결한 결심을 꺾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빨리 죽여 달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24 “만일 그런 짓을 한다면 구십이 다 된 엘르아잘이 이방인들의 풍습을 따랐다고 많은 젊은이들이 생각할 것입니다.
25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 아까와서 그런 가장된 행동을 한다면 그들도 나 때문에 그릇된 길로 빠지게 될 것이고 이 늙은이에게 치욕과 불명예가 돌아 올 것입니다.
26 내가 당장에는 인간의 벌을 피할 수 있다 하더라도, 살아서나 죽어서나 전능하신 분의 손길을 피할 도리는 없을 것입니다.
27 그러므로 지금 나는 용감하게 죽어 나이값을 하고자 합니다.
28 또 나는 숭고하고 거룩한 율법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고상하고 훌륭한 죽음을 택하여 젊은이들에게 좋은 표본을 남기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마치고 그는 태형대로 직행하였다.
29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엘르아잘에게 호의를 베풀던 사람들이 엘르아잘이 한 말을 듣고 미친 놈의 소리라고 생각하며 돌변하여 그에게 악의를 품게 되었다.
30 엘르아잘은 모진 매에 못 이겨 거의 죽어 가면서 신음하는 소리로 말하였다. “주님은 거룩한 지식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러니 내가 죽음을 면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육체적으로 매를 맞아 무서운 고통을 당하고 있으나 하느님을 경애하고 있기 때문에 마음으로 이 고통을 달게 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십니다.”
31 이렇게 그는 자기의 죽음을 젊은이에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동포들에게 용기의 모범과 덕행의 본보기로 남기고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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