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2009

외경 - 마카베오하(2Maccabeus) 7-9장

7장 - 어머니와 일곱 아들의 순교
1 그 때에 일곱 형제를 둔 어머니가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왕에게 체포되어 채찍과 가죽끈으로 고문을 당하며 율법에 금지되어 있는 돼지고기를 먹으라는 강요를 받았다.
2 그들 중의 하나가 대변자로 나서서 말하였다. “우리를 심문해서 무엇을 알아 내겠다는 것입니까? 우리 조상의 법을 어기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습니다.”
3 이 말을 듣고 왕은 화가 나서 솥과 가마를 불에 달구라고 명령하였다.
4 명령대로 당장에 솥과 가마를 뜨겁게 달구자 남은 형제들과 어머니의 눈앞에서 왕은 그들의 대변자로 나섰던 사람의 혀를 자르고 머리카락을 밀고 사지를 자르라고 명령하였다.
5 완전히 폐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생명이 붙어 있는 그를 왕은 뜨겁게 달군 솥에 넣어 버리라고 명령하였다. 솥에서 연기가 사방으로 멀리 퍼져 나갈 때에 나머지 형제들은 어머니와 함께 서로 격려하고 고상하게 죽자고 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6 “주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켜 보시며 틀림없이 측은히 여겨 주실 것입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경고하는 노래 중에도 '주께서 당신 종들을 측은히 여기실 것이다' 라고 말한 구절이 있지 않습니까?”
7 ○이렇게 맏형이 죽은 후에 박해자들은 둘째 아들을 끌어 내어 희롱하였다. 그리고 머리가죽을 머리카락째 벗겨 낸 후 그들은 “네 사지를 다 잘라 내기 전에 돼지고기를 안 먹겠는가?” 하고 물었다.
8 그는 자기 나라 말로, “절대로 못 먹겠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그도 맏아들처럼 고문을 당했다.
9 마지막 숨을 거두며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 못된 악마, 너는 우리를 죽여서 이 세상에 살지 못하게 하지만 이 우주의 왕께서는 당신의 율법을 위해 죽은 우리를 다시 살리셔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10 ○그 다음에는 세째 아들이 또 고문을 당하였다. 그는 혀를 내밀라는 말을 듣자 곧 혀를 내밀 뿐 아니라 용감하게 손까지 내밀면서
11 엄숙하게 말하였다. “하느님께 받은 이 손발을 하느님의 율법을 위해서 내던진다. 그러므로 나는 이 손발을 하느님께로부터 다시 받으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12 이 말을 듣고 왕은 물론 그의 부하들까지도 고통을 조금도 아프게 생각하지 않는 그 젊은이의 용기를 놀랍게 생각하였다.
13 세째가 죽자 그들은 네째 아들을 같은 방법으로 고문하며 괴롭혔다.
14 그는 죽는 마지막 순간에 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지금 사람의 손에 죽어서 하느님께 가서 다시 살아날 희망을 품고 있으니 기꺼이 죽는다. 그러나 너는 부활하여 다시 살 희망은 전혀 없다.”
15 다음에는 다섯째 아들이 끌려 나와 고문을 받았다.
16 그는 왕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도 언젠가는 죽을 인간인데 인간을 지배하며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소. 그러나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을 버리셨다고는 생각하지 마시오.
17 조금만 기다려 보시오. 위대한 능력을 가지신 하느님께서 당신과 당신의 후손을 벌하실 것입니다.”
18 ○그 후에 여섯째 아들이 끌려 나왔다. 그는 거의 죽어 가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착각하지 마시오.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하느님께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놀라운 재난을 받게 된 것입니다.
19 그러나 하느님께 도전한 당신이 아무 벌도 받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마시오.”
20 ○그 어머니의 행동은 놀라운 것이었고, 모든 사람이 길이 기억할 만한 훌륭한 것이었다. 어머니는 단 하루 동안에 일곱 아들이 모두 죽는 것을 지켜 보고서도 주님께 희망을 걸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아픔을 용감하게 견디어 냈다.
21 그 어머니는 거룩한 생각을 마음 속에 가득 품고서 여성적인 마음을 남성적인 용기로 북돋우어 자기 나라 말로 아들 하나하나를 격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22 “너희들이 어떻게 내 뱃속에 생기게 되었는지 나도 모른다. 너희들에게 목숨을 주어 살게 한 것은 내가 아니며, 또 너희들의 신체의 각 부분을 제 자리에 붙여 준 것도 내가 아니다.
23 너희들은 지금 너희들 자신보다도 하느님의 율법을 귀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사람이 출생할 때에 그 모양을 만들어 주시고 만물을 형성하신 창조주께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너희에게 목숨과 생명을 다시 주실 것이다.
24 ○이 말을 듣고 안티오쿠스는 자기가 멸시당했다고 생각하고 그 어머니의 말 중에는 자기에 대한 욕설이 있지 않나 하고 의심했다. 마지막 아들은 아직도 살아 있었다. 그래서 왕은 그가 만일 조상들의 관습을 버린다면 재물을 많이 주어 행복스럽게 해 줄 뿐 아니라 자기의 친구로 삼고 높은 관직까지 주겠다고 하면서 말로 타이르기도 하고 맹세로써 약속까지 하였다.
25 그러나 그 젊은이는 그 말에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왕은 그 어머니를 가까이 불러, 소년에게 충고하여 목숨을 건지게 하라고 권고하였다.
26 왕의 권고를 오랫동안 듣고서 그 어머니는 자기 아들을 설복시켜 보겠다고 했다.
27 그러나 어머니는 그 잔인한 폭군을 조롱이나 하듯이 자기 아들에게 가까이 가서 자기 나라 말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 아들아, 이 어미를 불쌍하게 생각하여라. 나는 너를 아홉 달 동안 뱃속에 품었고 너에게 삼 년 동안 젖을 먹였으며 지금 내 나이에 이르기까지 너를 기르고 교육하며 보살펴 왔다.
28 얘야, 내 부탁을 들어 다오. 하늘과 땅을 바라보아라.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살펴라. 하느님께서 무엇인가를 가지고 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인류가 생겨 난 것도 마찬가지다.
29 이 도살자를 무서워하지 말고 네 형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태도로 죽음을 달게 받아라. 그러면 하느님의 자비로 내가 너를 너의 형들과 함께 다시 맞이하게 될 것이다.”
30 ○어머니의 이 말이 끝나자 젊은이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당신들은 무엇을 왜 그리 꾸물거리고 있소. 나는 모세가 우리 선조에게 준 율법이 하라는 대로 할 뿐이오. 왕이 하라는 대로는 절대로 못하겠소.
31 히브리인들을 괴롭히려고 온갖 종류의 재난을 꾸며 낸 당신은 하느님의 손길을 절대로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32 우리는 우리의 죄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소.
33 살아 계시는 우리 주님께서 우리를 채찍으로 고쳐 주시려고 잠시 우리에게 화를 내셨지만, 하느님께서는 끝내 당신의 종들인 우리와 화해하실 것이오.
34 그러나 당신은 불경스럽고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더러운 인간이오. 하느님의 아들들에게 손을 대며 공연히 우쭐대거나 터무니없는 망상으로 자만하지 마시오.
35 당신은 모든 것을 보시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심판하시는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36 우리 형제들은 잠간 동안 고통을 받은 후에 하느님께서 약속해 주신 영원한 생명을 실컷 누리겠지만 당신은 그 교만한 죄에 대한 하느님의 심판을 받아서 응분의 벌을 받게 될 것이오.
37 나는 형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선조들이 전해 준 율법을 지키기 위해 내 몸과 내 생명을 기꺼이 바치겠소. 나는 하느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속히 자비를 보여 주시고, 당신에게는 시련과 채찍을 내리시어 그분만이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인정하게 해 주시기를 하느님께 빌겠소.
38 우리 민족 전체에게 내리셨던 전능하신 분의 정당한 노여움을 나와 내 형들을 마지막으로 거두어 주시기를 하느님께 빌 따름이오.”
39 ○왕은 이 모멸에 찬 말을 듣고 미칠 듯이 격분하여 다른 어느 형보다도 더 무섭게 그를 고문하였다.
40 이렇게 하여 젊은이는 더럽혀지지 않고 오로지 주님만을 믿으면서 죽어 갔다.
41 그 어머니도 아들들의 뒤를 따라 결국은 죽고 말았다.
42 이교도들의 희생제물을 거절한 이야기와 극심한 고문의 이야기는 이제 이로써 마치기로 하자.

8장 - 유다 마카베오의 항전
1 유다 마카베오와 그 동지들은 여러 촌락으로 몰래 들어 가서 그들의 친족들을 불러 내고, 유다 민족의 전통을 꾸준히 지켜 온 사람들을 소집하여 육천 명 가량의 사람들을 모아 놓았다.
2 그들은 온 세상 사람들에게 압박당하는 이 민족을 굽어 보시고 불경건한 자들의 손에 더럽혀진 성전을 돌보아 주시기를 주님께 기원하였다.
3 파괴를 당해서 거의 허물어져 가는 예루살렘성을 자비로이 지켜 주시고, 피흘리며 주님께 부르짖는 소리를 들어 주시며
4 무죄한 어린이들이 당한 흉악무도한 학살과 주님의 이름이 받은 모독을 기억하시고 그 악행에 복수해 주시기를 빌었다.
5 마카베오가 나서서 군대를 조직하자 이방인들은 그를 도저히 대항할 수 없게 되었다. 주님은 유다인들에 대한 진노를 푸시고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셨던 것이다.
6 마카베오는 도시와 촌락들을 급습하여 불을 질러 버렸다. 그는 전략적으로 유리한 여러 지점을 차지하고 적지 않은 적군을 패주시켰다.
7 이러한 공격에는 밤이 더 좋다고 생각하여 그는 특히 야음을 이용하였다. 그의 용명은 사방에 널리 퍼졌다.
니가노르에 대한 승리
8 ○마카베오가 점점 세력을 확장하고 갈수록 성공을 거두는 것을 보고 필립보는 프톨레매오에게 편지를 써서 왕의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프톨레매오는 코일레 시리아와 페니키아의 사령관이었다.
9 그는 파트로클로스의 아들이며 왕의 절친한 친구 중의 한 사람인 니가노르를 택하여 여러 민족에서 소집한 군대 이만 명의 지휘관으로 세워 유다 민족을 몰살하라고 하였다. 프톨레매오는 또한 니가노르에게 전쟁 경험이 많은 전략가 고르기아스를 딸려 보냈다.
10 니가노르는 유다인을 포로로 붙잡아서 그들을 판 돈으로 왕이 로마인들에게 바쳐야 할 조공 이천 달란트를 장만하려고 마음먹었다.
11 그래서 그는 즉시 해변의 여러 도시에 사람을 보내어 유다인 노예들을 살 사람들을 찾아 가서 노예 구십 명을 한 달란트에 넘겨 주겠다고 약속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는 전능하신 분이 자기에게 내리실 징벌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였다.
12 ○유다는 니가노르의 군대가 쳐들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부하들에게 적군의 내습을 알려 주었다.
13 비겁한 자들은 하느님의 정의를 믿지 않고 진영을 탈출해서 도망쳐 버렸다.
14 그 밖에 다른 사람들은 남은 재산을 모두 팔았다. 그리고 전투도 있기 전에 자기들을 노예로 팔아 먹으려고 했던 불경건한 니가노르의 손아귀에서 자기들을 구원해 달라고 합심하여 주님께 빌었다.
15 그들은 자기네 공로를 생각해서 이렇게 기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자기 조상들과 맺으신 계약과, 거룩하고 영광스런 하느님께서 자기 자신들을 당신의 백성이라고 불러 준 사실을 생각하고 이렇게 빌었던 것이다.
16 마카베오는 부하 육천 명을 모아 놓고 적군을 무서워하지 말고, 부당하게 공격해 오는 이방인의 대군을 겁내지 말고 용감하게 싸우라고 격려하였다.
17 그리고 이방인들이 성소를 모독한 극악무도한 행위와 예루살렘성이 당한 치욕적인 폭행과 조상 때부터 내려 오는 유다인들의 전통이 파괴당한 것 등을 똑똑히 생각하고 용기를 내라고 설득하였다.
18 그리고 마카베오는 부하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적군은 자기들의 무기와 무용심을 믿고 있지만 우리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힘을 믿고 있다. 하느님은 우리를 공격해 오는 적군들은 물론 온 세상까지 눈짓 한 번으로 쳐부술 수 있는 분이시다.”
19 유다 마카베오는 하느님께서 자기 선조들을 도와 주신 여러 가지 사실을 들면서 그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적군의 사령관 산헤립이 군대 십 팔만 오천 명을 거느리고 조상들을 쳐들어 왔다가 전멸당한 사실과
20 유다인들이 바빌로니아에서 갈라디아인들과 싸울 때에 팔천 명밖에 안 되는 군사를 가지고 마케도니아군 사천 명과 합세하여 얼마나 잘 싸웠는지를 이야기해 주었다. 이 전쟁에서 마케도니아군이 진퇴양난에 빠졌을 때에 유다군은 하늘의 도우심을 받아 적군 십 이만 명을 단 팔천 명으로 섬멸하고 많은 전리품을 노획했던 것이다.
21 ○유다 마카베오의 부하들은 이 말을 듣고 용기를 얻어 율법과 조국을 위해서 죽을 각오를 했다. 마카베오는 자기 군대를 네 부대로 나누어,
22 자기 동생 시몬과 요셉과 요나단에게 각각 한 부대씩 맡겨서 부하 천 오백 명을 거느리게 하고
23 엘르아잘에게 명령하여 큰 소리로 성서를 읽게 하고는 “하느님의 도우심” 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유다 자신이 제일 부대의 지휘관이 되어 니가노르와 교전하였다.
24 전능하신 분께서 그들의 편이 되어 싸워 주셨기 때문에 적군 구천 명 이상을 죽였다. 니가노르 군대는 대부분 부상을 입거나 불구자가 되어 모두 패주할 수밖에 없었다.
25 그리고 유다군은 자기들을 노예로 사려고 왔던 자들의 돈을 몰수했다. 그들은 적군을 꽤 멀리까지 추격했지만 시간이 모자라서 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26 그 날은 안식일 전날이었기 때문에 추격을 그 이상 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27 그들은 적군의 무기를 빼앗고 전리품을 노획한 다음 그 날부터 자비심을 베풀기 시작하며 자기들을 구해 주신 주님께 열렬한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드리면서 안식일을 지켰다.
28 안식일이 지난 후 그들은 박해를 받은 희생자와 과부와 그 아들에게 전리품의 일부를 나누어 주고 나머지는 자기들과 자기 자녀들의 몫으로 나누어 가졌다.
29 이 일을 마치고 그들은 다 같이 자비로우신 주님께 기도를 드리며 주님께서 당신 종들과 완전히 화해해 주시기를 빌었다.
디모테오와 바키데스에 대한 복수
30 ○그 후 유다군은 디모테오군과 바키데스군을 공격하여 적군 이만 명 이상을 죽이고 아주 높은 곳에 있는 몇몇 중요한 요새를 점령하였다. 그리고 많은 전리품을 반분하여 일부는 자기들끼리 나누어 가지고 나머지는 박해를 받은 희생자들과 고아들과 과부들과 노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31 그들은 적군의 무기를 조심스럽게 모아서 적절한 장소에 쌓아 두었고 나머지 전리품들은 예루살렘으로 운반해 갔다.
32 그들은 또 디모테오에게 붙어 유다 사람들에게 많은 해를 끼친 극악한 호위대장을 죽였다.
33 그들은 예루살렘에서 승전축제를 지내면서 전에 성전문에 불질렀던 자들을 잡아다 갈리스테네스와 함께 화형에 처했다. 갈리스테네스는 이런 짓을 저지르고 움막집에 숨어 있던 자로서 결국은 자기가 저지른 신성모독죄에 대한 당연한 댓가를 치른 것이다.
니가노르의 굴복
34 ○유다인들을 노예로 팔려고 천 명이나 되는 노예상인을 데리고 왔던 극악무도한 니가노르는
35 전에 자기가 가장 천하게 생각하였던 사람들에게서 천대를 받았다. 그는 그 찬란한 옷을 벗고 마치 도망치는 노예처럼 홀몸으로 내륙을 통과하여 안티오키아로 갔다.
36 그가 성공한 일이라고는 자기 군대를 전멸시킨 것밖에 없었다. 이것은 모두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되어 예루살렘 사람들을 포로로 잡아서 노예로 팔아 로마인들에게 조공을 바치려고 계획했던 그는, 유다인들은 하느님을 수호자로 모시고 있는 민족으로서 하느님께서 주신 율법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도저히 정복할 수 없는 민족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선언하였다.

9장 -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의 최후
1 이 무렵 안티오쿠스왕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서 페르샤 지방으로부터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2 그는 페르세폴리스로 들어 가 그 곳 신전의 물건을 약탈하고 그 도시를 점령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곳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무장을 하고 방어전을 벌였으므로 안티오쿠스왕은 그 주민 때문에 패주를 당하고 수치스럽게도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3 그는 엑바타나에 도착했을 때에 니가노르와 디모테오의 군대가 패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4 화가 치밀어 올라 자기를 패주시킨 사람들에게서 당한 피해에 대한 앙갚음을 유다인들에게 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래서 그는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쉬지 말고 병거를 몰고 가라고 마부들에게 명령하였다.
○그러나 하늘의 심판은 그를 따라 다니고 있었다. 그는 잔뜩 거만해져서, “예루살렘에 들어 가기만 하면 그 곳을 유다인들의 공동묘지로 만들겠다”고 말하였던 것이다.
5 그러나 모든 것을 통찰하시는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께서는 보이지는 않지만 치명적인 타격을 그에게 가하셨다. 안티오쿠스는 그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내장이 뒤틀리고 격심한 복통이 일어나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6 이것은 그가 이상한 형벌을 주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복통을 일으키게 한 것에 대한 당연한 댓가였다.
7 그래도 그는 조금도 오만한 생각을 버리지 않고 유다인들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폭언을 퍼부으면서 그들에게 행군을 독촉하였다. 그러다가 그는 질주하는 병거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너무나도 심하게 떨어졌기 때문에 제 자리에 붙어 있는 뼈가 하나도 없었다.
8 지금까지 자기의 분수를 모르고 오만에 가득 차서 바다물결을 명령할 수 있고 높은 산도 저울질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그는 지금 땅바닥에 쓰러져서 들것에 실려 가는 신세가 되었다. 이렇게 되어 하느님의 능력은 밝히 드러났다.
9 이 불경건한 자의 몸에는 구더기가 들끓었고, 심한 고통을 느끼며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는 있었지만 그의 살은 썩어 들어 갔다. 그의 온 군대는 그의 몸이 썩는 냄새에 구역질을 냈다.
10 조금 전만 해도 하늘의 별도 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지금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몸이 되어 아무도 그를 운반할 수가 없게 되었던 것이다.
11 ○그렇게도 오만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기가 꺾여서 오만심은 간 데가 없고 시시각각으로 심해져 가는 고통을 느끼면서 자신이 하느님의 벌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12 이제는 자기 자신도 제 몸에서 나는 악취를 견디어 낼 수가 없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 복종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죽어야 할 인간이 하늘과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치 않은 일이다.”
13 그리고 그 더러운 자는 자기에게 자비를 베풀리 없는 주님께 맹세를 하며
14 자기가 급히 가서 폐허로 만들고 공동묘지로 만들어 버리고 말겠다던 그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에 자유를 주겠다고 선언하였으며
15 또 무덤에 묻을 가치조차 없다고 판단하여 아이들과 함께 짐승과 새의 밥으로 던져 버리겠다고 하던 유다인들에게 아테네 시민과 동등한 권리를 주겠다고 선언하였고,
16 전에 자기가 노략하였던 성전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예물로 장식하고, 자기가 빼앗아 갔던 성전 기물들을 여러 갑절로 갚고, 희생제사에 필요한 비용을 자기의 수입에서 지출하겠다고 서약하였다.
17 그뿐 아니라 자기 자신이 유다인이 되어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찾아 가서 하느님의 주권을 널리 선포하겠다고 맹세하였다.
18 그러나 하느님의 정의의 심판이 그에게 내려, 그의 고통이 조금도 덜어지지 않게 되자 그는 절망에 빠져 다음과 같은 내용의 탄원하는 편지를 유다인에게 썼다.
19 “왕이며 장군인 나 안티오쿠스가 우수한 시민 유다인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인사를 보내며 여러분들의 건강과 번영을 빕니다.
20 여러분과 여러분들의 자녀들이 건강하고 또 모든 일이 뜻대로 된다면 나로서는 무한한 기쁨이 되겠습니다.
21 그리고 나는 여러분들이 나에게 보여 준 존경과 호의에 대해 감격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페르샤 지방에서 돌아 오는 길에 중병에 걸렸습니다. 그 때부터 나도 여러분 모두의 안전을 도모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22 나는 이 병이 나으리라고 크게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병세에 대해서는 절대로 실망하지 않고 있습니다.
23 전에 나의 부왕은 유프라테스강 동쪽 지방으로 원정을 나갈 때에는 후계자를 임명하곤 했습니다.
24 그것은 예기치 않은 사건이 일어나거나 달갑지 않은 소식이 왔을 때에 통치권을 위탁받은 사람이 있어 그를 믿고 백성들이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25 그래서 나도 우리나라 국경에 접해 있는 여러 영주들과, 다른 이웃 왕들이 기회를 노리면서 무슨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유프라테스 동쪽 여러 지방으로 원정갈 때마다 나의 아들 안티오쿠스를 여러분 대부분에게 위탁하고, 추천하여 왕으로 임명하였던 것입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써 보낸 이와 같은 내용의 편지를 내 아들에게도 써 보낸 일이 있습니다.
26 이제 나는 여러분이 나한테서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받은 혜택을 생각해 주시고 여러분들 각자가 지금 나에게 보여 주는 것과 같은 호의를 내 아들에게도 보여 주시기를 간청하며 부탁합니다.
27 나의 아들이 관용과 친절을 베풀던 나의 정책을 이어 받아 여러분과 잘 지낼 줄로 나는 확신합니다.”
28 ○이렇게 하여 살인과 신성모독을 일삼던 안티오쿠스는 전에 다른 사람들을 괴롭힌 댓가로 극도의 고통을 당하면서 이국의 산골짜기에서 비참한 운명을 지니고 그 생애의 막을 내렸다.
29 그의 시체는 그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난 필립보가 가지고 갔다. 그러나 필립보는 안티오쿠스의 아들을 무서워하여 에집트의 왕 프톨레매오 필로메토르에게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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