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켈러는 목자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목자와 양>에서 양이 눕기 위해서는 최소한 4가지 조건은 충족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첫째로, 배가 불러야 한다.
양들은 배가 부르지 않으면 자리에 눕지를
못한다. 계속 서성이게 된다. 우리도 밤에 배가 고프면 잠이
안 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양들의 가장 큰 need인 배를
부르게 해주는 것, 이것이 목자가 양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해주어야 할 일이다. 양들이 마음껏 꼴을 뜯어 먹은 다음에야 비로소 자리에 눕는다. 그래서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라고 고백한 것이다.
둘째로, 양들 사이에 갈등이 없어야 한다.
양들도 다툼이 대단하다고 한다. 서열 다툼, 자리다툼을 하는 것이다. 양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베드로와 야고보의 형제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모든 동물들의 세계에는 치열한
자리다툼이 있다. 양도 예외는 아니다.
양들은 특별히 짝짓기 철이 되면 다른 동물들처럼
문자 그대로 피터지게 싸운다. 뿔로 들이박고 싸우는 소리가 1마일
밖에서도 들릴 정도라고 한다. 목자가 이때 말리기는 하지만, 뿔이
뒤엉켜 있을때는 목자도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 때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싸우다 죽는 양도 생긴다.
양들은 주로 먹을 것을 가지고 많이 싸운다고
한다. 그러나 먹을 것이 없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얼마든지
풀이 많이 있는데도 더 좋은 꼴을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고 한다.
양들이 얼마나 순한가? 그런데도 싸울 때가 있다. 교회에서 왜 그렇게 싸우는지 양들의 세계를
알면 고개를 끄떡거리게 될 것이다. 사실 양들이 이리나 늑대와 싸우다 다리가 부러지고 살점이 뜯겨나가고
털이 뜯기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 자기들끼리 싸우다 부상을 입고 상처를 입는다. 교인들도 마찬가지다. 원수 마귀와 싸우다 부상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교회 안에서 싸우다 다 부상병이 되고 만다. 그러니 원수 마귀와 싸울 엄두도 못내는 것이다. 원수 마귀와 싸우기 전에 교인들끼리 싸우다 다 망하는 것이다.
목자는 양들 사이의 갈등을 잘 해결해주어야
한다. 갈등의 여지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그래야 교인들이
교회에 와서 참된 쉼과 안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로, 양들을 괴롭히는 것이 있으면 자리에 눕지 못한다.
양들은 날파리나 모기 같은 것들이 윙윙 대면서
달려들면 눕지를 못하는데, 그런 것들이 단순히 귀찮게 하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양들에게 날파리는 대단히 위험하다. 날파리들이 양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이유가 있다. 양의 콧속에 알을 낳기 위해서다. 날파리가
양의 콧속에 알을 낳은 것을 목자가 발견하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하면 이것들이 알에서 깨어나 유충들이
코를 타고 양의 뇌 속으로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양이 미치거나 죽게 된다. 너무 괴로워 머리를 바위 같은 곳에 마구 부딪히다가 죽게 된다. 그러니까
양들은 날파리들이 주변에서 맴돌면 불안해서 자리에 눕지를못하는 것이다.
목자는 양들이 편히 누워서 쉴 수 있도록
양들을 위협하는 모든 것들을 제거해주어야 한다. 날파리들은 쫓아내야 한다. 모기약을 뿌려서 전멸을 시켜야 한다. 날파리들이 목장에 얼씬도 하지
못하도록 구충제를 뿌려줘야 한다. 파리 한 마리가 양 한 마리를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불안하면 자리에 눕지 못한다고 한다.
양들이 배가 부르고, 양들 사이에 갈등도 없고, 날파리들이 윙윙거리지 않아도 눕지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옆에 목자가 보이지 않으면 양들은 절대 눕지 않는다. 목자가
곁에 있어야 양들이 비로소 안심을 하고 눕게 된다. 목자가 없으면 언제 어디서 이리나 늑대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양들이 언제 가장 불안해할까? 목자가 보이지
않을 때다. 그렇기 때문에 목자는 항상 양들 곁에 있어야 한다. 목자만
옆에 있으면 이리나 하이에나가 멀리서 노려보고 있어도 양들은 두려워하지 않고 꼴을 뜯어먹는다. 누워서
쉰다.
목자는 양들이 사망의 골짜기를 지날 때만
양들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양들이 푸른 초장이나 쉴만한 물가에 있을 때도 그들 곁에 같이 있어주어야 한다. 양들이
보이는 곳에 항상 같이 있어주어야 양들이 안심을 한다.
목자에게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목자는 항상 양들과 함께 생활한다. 잠시도 양을 떠나지 않는다. 탕자가 돼지 우리에서 돼지와 함께 뒹굴었던
것처럼 목자는 양과 함께 뒹군다. 양을 품에 안는다. 양을
어깨에 멘다. 양을 껴안는다. 양들 사이에 눕는다. 그래서 목자들에게서는 양 냄새가 난다. 우리는 목자 하면 낭만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제대로 몸도 씻지 못한다. 광야에
물이 어디 있겠는가? 땀 냄새, 양 냄새, 양 똥 냄새로 뒤범벅이다.
이스라엘에서 깨끗한 목자를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런 목자가 정말 좋은 목자이다. 양들이 바라는 목자는 바로
양 냄새가 나는 목자이다. 이런 목자가 있는 목장에서는 양들이 누워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