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광야에 사는 양들은 1년 중 2-3월이 가장 행복할 때다. 11월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2월말쯤 되면서 그치고 봄이 시작된다. 그러면 유대 광야에도 꽃이 핀다. 광야지만 풀들로 덮힌다. 초원처럼 변한다. 이때는 양들이 꼴을 찾아서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맛있고 신선한 풋풋한 꼴들이 천지사방에 있다. 목자도 이 시즌이
제일 행복할 때이다.
4월로 접어들면서 광야에 자라던 풀들도 다 말라버린다. 점점
먹을 것이 없어져간다. 시간이 흐를수록 꼴을 찾아서 점점 더 멀리 가야 한다.
5월이 지나고 6월정도가 되면 주변에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목자는 짐을 꾸려 양들을 데리고 4-5달 동안 집을 멀리 떠나 풀이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날씨는 점점 뜨거워지고, 풀은 점점 말라 가고... 이 때는 목자도 힘들고 양도 힘들다. 하루 종일 풀을 찾아 움직이다가 밤이 되면 아무데서나 야영을 해야 한다. 목자는 여름 내내 하늘을 이불삼고 땅을 베개 삼고 밤이슬 맞으면서 자야 한다. 이것이 목자의 삶이다.
목자들은 봄에는 고산 지대에 머물러 있다가
여름이 되면 평원 지대로 내려온다. 봄에 골짜기로 내려오지 못하는 것은, 아직 밀과 보리 추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일 양들이 밀밭을
지나게 된다면 미친듯이 달려들어 다 먹어치우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농작물 피해에 대해 고스란히
배상을 해야 한다.
종종 양떼들이 남의 밭에 들어가 농작물을 망쳐놓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율법은 그런 경우에 어떻게 배상해야 하는지를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양들이 남의 밭에 들어가서 농작물을 뜯어 먹었는데, 주인이 없다고 하자. 그냥 갈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종종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목자들은 허가받은 강도들이라고 하는 말이 생겼다. 유대인들은 목자를 법정에 증인으로 서지 못하게 했는데,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야곱이 요셉에게 형들의 안부를 알아보고 오도록 형들이 있는 곳으로 요셉을 보냈다. 요셉의 형들이 왜 세겜에 올라가 있었는가? 양을 치기 위해서다. 그들은 헤브론에서 살고 있었지만, 양들을 먹이기 위해 세겜까지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헤브론은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풀이 일찍 말라버린다. 그래서 요셉의 형제들은 풀이 있는 곳을 찾아서 계속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갔던 것이다. 이들이 집을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래서 아버지가 그들의 안부를 알아보기 위해 요셉을 보냈던 것이다.
요르단의 와디 럼 광야에 있는 베두인 장막에서 머문 적이 있는데, 그 베두인은 그곳으로 이사 온 지 2주가 되었다고 하면서 양들에게 먹일 풀이 없어지면 또 이동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목자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양들에게 먹일 풀을 찾아서 평생을 떠돌이처럼 살아가고 있다. 베두인들은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팔레스타인에 많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국경 개념 없이 양들을 치면서 살아가고 있다. 물론 그들은 국적은 있다. 그러나 아무런 제재 없이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리아까지 옮겨 다니면서 양을 치는 베두인도 있다.
목자들은 자기 양들을 위해, 양들에게 좋은 꼴을 먹여주기 위해, 평생을 옮겨 다니면서 산다. 그래서 집도 짓지 못하고 장막을 치고 사는 것이다. 이렇게 목자들은 양에 맞추어서 살아간다. 양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목자들의 삶이다.
시리아의 한 베두인의 말이 생각난다. “양이 배부르면 우리도 배가 부릅니다. 양이 배고프면 우리도 먹지 않습니다. 양이 배부르면 우리는 행복합니다”<세계 테마 기행, 시리아2부-광야의 자유인, 베두인, EBS>. 이것이 목자의 심정이다.
시편 23편 2절에서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라고 했는데, 양들은 배가 부르지 않으면 절대로 눕지를 않는다. 양떼들이 푸른 초장에 누워있다고 하는 것은 양들이 다 배부르다고 하는 증거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자들은 자기 양떼들이 누워있는 모습을 바라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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