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9/2009

성령과 생명신학 - 성령의 기원과 전달


성령의 기원에 대한 질문은 결코 사색적인 질문이 아니라 하나의 불가피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기원 가운데는 이미 목표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령은 자신의 출처가 되는 자를 데려오고 전달합니다. 그렇다면 성령은 어디로부터 나옵니까? 하나님의 빛나는 얼굴 구약성서의 답변은 놀랍습니다. 우리는 시편 51 11절을 읊으면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신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시편 139 7절 참조). 그리고 시편 104 29-30"주께서 낯을 숨기신즉 저희가 떨고 주께서 저희 호흡()을 취하신즉 저희가 죽어 본 흙으로 돌아가나이다. 주의 영을 보내어 저희를 창조하사 지면을 새롭게 하시나이다."를 읊을 때, 모든 생명체들도 그런 기도를 드린다는 점을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의 얼굴"은 하나님의 보살핌, 그분의 자상한 관심과 그분의 특별한 임재를 나타내는 상징입니다. 얼굴은 언제나 내면적인 마음의 운동을 특별히 드러내는 장소입니다. 짜증과 기쁨, 웃음과 울음은 우리의 얼굴에 나타납니다. 실로 하나님의 얼굴에서도 이와 비슷한 것이 나타납니다. 하나님의 "숨은 얼굴"은 유대교 사상에서 하나님의 심판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하나님의 "돌이키는 얼굴"은 하나님의 저주와 영원한 죽음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빛나는 얼굴"은 성령 강림의 샘이요, 하나님의 생명과 사랑과 축복의 샘입니다. 우리는 아론(Aaron)과 같이 "당신의 얼굴을 우리에게 비추시고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축복의 기도를 드립니다. 이것은 성령의 오심을 간구하는 기도요, 하나님이 특별히 임재하사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기를 간구하는 기도입니다. 얼굴은 언제 "빛납니까?" 사랑을 느낄 때, 사람의 얼굴은 빛나기 시작합니다. 어머니가 그녀의 아기를 품에 안고 사랑할 때, 우리는 그녀의 눈이 빛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멋진 선물을 하고 싶을 때, 그 사람의 눈은 격앙된 긴장의 빛을 발합니다. "빛나는 눈"은 기쁨을 가져 다 줍니다.


 물리학(物理學)적으로 눈은 단지 빛만을 받아들이지만, 관상학(觀相象學)적으로 영혼은 "빛을 발합니다." 하나님의 "빛나는 얼굴"을 생각하면서 이로부터 성령의 빛을 사모할 때, 우리는 이 모든 것과 또 이보다 더 한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빛나는 기쁨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실 때, 생명의 확신과 새로운 생명의 능력이 우리 안에서 솟아납니다. 누가복음 15장에 의하면 인간이 회개할 때, 하나님은 잃은 자를 찾은 기쁨을 누리십니다. 기쁨으로 빛나는 하나님의 얼굴은 성령의 빛의 원천(源泉)입니다. 그분의 빛은 우리를 홍수처럼 뒤덮으며, 우리의 얼굴은 이 빛을 반사하고 확산하는 거울이 됩니다. 바울에 의하면 하나님의 영광은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빛나며, "우리 마음에 밝은 빛"(고후 4:6)을 던집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수건을 벗은 얼굴"로 주의 영광을 반사하게 됩니다(고후 3:18). 만약 우리의 "얼굴이 숨어 있으면," 우리는 우리 자신조차 깨닫지 못하며, 우리 자신으로부터 "숨어 있는" 존재가 됩니다. 자신을 만나고 자신을 체험하고 싶은 우리의 갈망은 이런 숨김 때문에 일어납니다. 그리고 이 갈망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하나님을 "보는"(고후 13:12) 신비한 만남(Apokalypse)에서 비로소 충족됩니다.


성령을 체험하면, "우리의 마음은 밝게 빛나며", 이와 더불어 우리 자신도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전의 세대들은 성자(聖者)들의 발광력 혹은 광채를 종종 "성광"(聖光)이라고 불렀으며, 성상(聖像)에 금빛 바탕색을 그려 넣었습니다. 모든 인간의 생명과 모든 인간의 얼굴은 발광체를 지닙니다. 신뢰와 불신, 평안과 증오, 기쁨과 불안은 우리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됩니다. 모든 후광(後光: Aura)은 우리가 모든 일에서 두려워하고 사랑하는 대상으로부터 나옵니다. 이것은 우리 자신의 자아(自我)일 수도 있지만, 하나님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발광력은 무의식 중에 우리에게 남아 있으며, 또 늘 남아 있게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바라보는 자는 빛나지 않는다"는 노자(老子)의 말이 옳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벗어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영을 발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