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2009

외경 - 유딧서(Judith) 5-8장

5장 - 홀로페르네스의 작전회의
1 아시리아군의 총사령관 홀로페르네스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전쟁 준비를 하면서 산악지대에 통로를 막을 뿐 아니라 모두 높은 산봉우리에 성을 쌓고 평지에는 방책을 쳤다는 정보를 들었다.
2 그는 화가 잔뜩 나서 모압의 모든 영주들과 암몬의 지휘관들과 해안지방의 모든 장관들을 불러 놓고,
3 이렇게 말하였다. "가나안의 주민 여러분, 산간지대에 사는 주민에 관해서 좀 알려 주시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오?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형편이 어떻소? 그들의 병력은 얼마나 되오? 어떻게 해서 그 군대가 그렇게 강하고 힘있게 되었소? 그 백성을 다스리고 군을 지휘하는 왕이 누구요?
4 그리고 서방의 주민들 중에 그들만이 나를 거역하고 환영하러 나오지 않았는데 어찌 된 셈이오?"
5 ○그러자 암몬 사람들의 총지휘관 아키오르가 나서서 대답하였다. "이 종이 주인님께 말씀드립니다. 주인님이 주둔하고 계시는 이 근방 산악지대 주민에 관한 실정을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이 종의 입에서는 거짓말이라곤 한 마디도 새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6 그들은 갈대아인의 후예로서,
7 그들의 조상이 갈대아 땅에서 섬기던 신들을 섬기기가 싫어서 메소포타미아로 옮겨 가서 산 적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8 그들은 자기 조상들의 생활 관습을 떠나서, 하늘의 하느님을 인정하고 하느님을 예배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조상의 신들을 버렸기 때문에 그들은 그 앞에서 추방되어 메소포타미아로 도망가서 그 곳에 오랫동안 머물렀읍니다.
9 그들은 그들이 머물러 있는 땅을 떠나서 가나안 땅으로 들어 가라는 하느님의 지시를 받고 그리로 가서 정착하고 금과 은을 많이 가지게 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축을 풍부하게 얻었읍니다.
10 그러나 그 후에 기근이 가나안 온 땅을 휩쓸었기 때문에 에집트로 내려 가서 거기에 머물면서 잘 먹고 살았읍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가 많아져서 큰 민족이 되었읍니다.
11 그래서 에집트 왕은 그들을 억누르기 시작하여 그들을 벽돌 굽는 중노동을 시키고 비천한 노예로 삼는 등 교묘한 정책을 썼읍니다.
12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들의 하느님에게 그들의 처지를 호소하게 되었고 하느님은 사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재앙으로 온 에집트 땅을 내려 쳤읍니다. 그래서 에집트 사람들은 그들을 멀리 쫓아 버렸읍니다.
13 그들의 하느님은 홍해 물을 말려서 그들의 가는 길을 터 주고 그들을
14 시나이와 카데스바르네아로 가는 길로 인도했읍니다. 사막의 주민들을 모두 쫓아 내고,
15 아모리 사람들의 땅에 정착한 다음 강력하게 된 그들은 헤스본 사람들을 전멸시키고 요르단강을 건너서 이 산악지대를 모두 차지하게 되었읍니다.
16 그들은 가나안 사람들과 브리즈 사람들과 여부스 사람, 세겜 사람, 기르갓 사람들을 모두 쫓아 내고 오랫동안 여기에서 살았읍니다.
17 그들의 하느님은 불의를 미워하는 하느님이어서 그들이 하느님에게 죄를 짓지 않는 동안에는 번영했읍니다.
18 그러나 그 후에 그들은 하느님이 정해 준 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여러 전쟁에서 참패하고 포로로 잡혀서 외국으로 끌려 갔으며 그들의 신전은 완전히 파괴되고 도시들은 적군에게 빼앗겼던 것입니다.
19 그러나 지금 그들은 하느님에게 다시 돌아 왔고 여러 곳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 돌아 와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을 다시 찾았으며 아무도 살지 않던 이 산악지대에 다시 자리를 잡았읍니다.
20 그러니 상전 되시는 주인님, 만일 이 백성이 잘못을 저질러 하느님에게 죄를 짓는다면 그것이 그들의 멸망의 원인이 될 터이니 우리는 그 때를 잘 살폈다가 올라 가서 그들을 쳐부숩시다.
21 그러나 그 백성이 율법을 어기는 일이 없다면 그들의 주님인 하느님이 그들을 잘 지켜 줄 터이니 주인님은 그들을 내버려 두십시오. 잘못하다가는 우리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22 ○아키오르가 말을 마치자 천막 주위에 둘러 섰던 사람들은 모두 웅성대기 시작했고, 홀로페르네스 밑에 있는 지휘관들과 해안지방에 사는 사람들과 모압의 주민들은 아키오르를 사형에 처하라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23 "우리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조금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읍니다. 그들은 격렬한 전쟁을 버텨 나갈 만한 힘이 없는 무력한 백성입니다.
24 자, 그러니 홀로페르네스 각하, 빨리 올라 갑시다. 각하의 대군은 그들을 휩쓸고 말 것입니다."

6장 - 홀로페르네스의 대답
1 회의장을 둘러 서 있던 사람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가라앉자, 아시리아군의 총사령관인 홀로페르네스는 여러 나라 사람 앞에서 아키오르와 암몬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2 "아키오르, 네가 뭔데 암몬의 용병들을 데리고 와서 오늘 이렇게 우리에게 예언을 하느냐? 이스라엘 사람들이 신의 가호를 받고 있으니 싸움을 하지 말라고? 느부갓네살 외에 또 신이 어디 있단 말이냐? 그분이 파견한 군대가 이 지상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을 전멸시키리니, 그들의 하느님이 절대로 그들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3 왕의 종인 우리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단 한 사람을 처치하듯이 쉽게 때려 눕힐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기병대를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4 우리는 그들을 태워 버릴 것이고 산들은 온통 그들의 피로 물들 것이며 평야는 그들의 시체로 가득 찰 것이다. 그들은 도저히 우리를 당해 낼 도리가 없어 전멸할 것이라고 온 땅의 주인이신 느부갓네살왕께서 말씀하셨다. 그분이 한번 말씀하신 것은 꼭 이루어지고야 만다.
5 이 암몬의 품팔이꾼 아키오르야, 네가 오늘 이따위 수작을 했으니 너는 나에게 큰 죄를 범했다. 너는 오늘부터, 내가 에집트에서 도망나온 그 족속에게 원수를 갚는 그 날까지 내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이다.
6 그 때에 내 군대의 칼과 내 종들의 창이 네 옆구리를 꿰뚫을 것이다. 내가 개선하고 돌아 올 때에 너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시체 가운데에 넘어져 있을 것이다.
7 이제 내 종들이 너를 그 산악지대로 데리고 가서 그리로 가는 길목 가까이에 있는 한 도시에 너를 버려 둘 것이다.
8 너는 그들이 멸망할 때까지는 연명을 할 것이다.
9 그들의 도시가 함락되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네가 품고 있다면 왜 고개를 들지 못하느냐? 내가 이렇게 한번 말했으니 내가 한번 말한 것은 한 마디도 빠짐없이 다 이루어질 것이다."
이스라엘 진영으로 간 아키오르
10 ○홀로페르네스는 막사에서 시중드는 부하들에게 명령하여 아키오르를 붙잡아서 베툴리아로 끌고 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넘겨 주라고 하였다.
11 그들은 아키오르를 붙잡아 진영 밖으로 나가 평야로 끌고 간 다음 평야에서 또 산악지대로 올라 가 베툴리아 바로 밑에 있는 샘터에 이르렀다.
12 산성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을 발견하자 무기를 들고 도성에서 나와 산꼭대기로 올라 갔다. 그리고 돌팔매질하는 사람들은 모두 올라 오는 길목을 막고 그들에게 돌을 내려 던졌다.
13 홀로페르네스의 부하들은 산 밑으로 숨어 들어 가 아키오르를 묶어서 거기에 눕혀 놓은 다음 자기 군주에게로 돌아 갔다.
14 ○이스라엘 사람들은 산성에서 내려 와 아키오르에게 가까이 와 결박을 풀어 준 다음 베툴리아로 끌고 가서 그 산성의 어른들 앞에 데리고 갔다.
15 그 때의 지도자들은 시므온 지파 미가의 아들 우찌야와 고토니엘의 아들 카브리스와 멜키엘의 아들 카루미스였다.
16 그들은 성의 원로들을 모두 소집하였다. 젊은이들과 여자들까지도 급히 몰려 와서 그 회의에 참석하였다. 그들이 아키오르를 군중 한가운데 세우자, 우찌야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아키오르에게 물었다.
17 아키오르는 홀로페르네스의 전략회의 내용과 자기가 아시리아 지휘관들에게 한 말과 홀로페르네스가 이스라엘 민족에 대해서 거만하게 지껄여댄 말들을 전해 주었다.
18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엎드려서 하느님께 경배하고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19 "하늘에 계신 주 하느님, 저들의 거만한 꼴을 내려다 보십시오. 우리 백성의 처참한 처지를 불쌍하게 생각하시고 오늘, 하느님께 거룩하게 바친 우리들을 굽어 보소서."
20 그리고 그들은 아키오르를 위로하며 크게 칭찬하였다.
21 우찌야는 아키오르를 그 회의장에서 데리고 나와 자기 집으로 인도한 다음, 원로들을 위해서 주연을 베풀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날 밤을 새워 가며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였다.

7장 - 베툴리아의 포위
1 그 다음날 홀로페르네스는 자기 전군과 자기 편에 든 모든 사람들에게 베툴리아 쪽으로 진격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리하여 고지로 올라 가는 통로를 장악하고 이스라엘 사람들과 싸우라고 하였다.
2 그들의 정예병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 날로 진격하였다. 그들의 군세는 보병이 십 칠만, 기병이 만 이천이었고 그 밖에도 군수물자와 걸어 가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
3 그들은 베툴리아 근처 골짜기 샘터 있는 곳에 진을 쳤다. 그 진지의 나비는 도다인에서 벨바임까지였고 그 길이는 베툴리아에서 시작하여 에스드렐론 맞은편에 있는 키아몬에 이르렀다.
4 이 대군을 본 이스라엘 사람들은 몹시 떨며 서로 말하였다. "저놈들이 이제는 온 땅을 휩쓸어 버리겠구나! 높은 산도 골짜기도 언덕도 그들의 힘을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5 그들은 각각 무기를 들고 탑 위에 횃불을 밝히고 그 밤을 새워 가며 지키고 있었다.
6 ○이틀째 되는 날 홀로페르네스는 베툴리아에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기의 온 기병대를 이끌고 나왔다.
7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성으로 올라 가는 길들을 살피고 물줄기를 점령하고 나서 보초병을 세운 다음 진영으로 돌아 왔다.
8 에돔 사람들의 영주들과 모압 사람들의 지도자들과 해안지방에서 온 사령관들이 그에게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9 "나리께 빕니다. 당신의 군대가 패배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10 이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의 창으로 싸우지 않고 그들이 살고 있는 산의 높은 것을 이용하여 싸웁니다. 그들의 산꼭대기에 올라 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11 그러니 그들과 맞붙어서 싸우지는 마십시오. 그러면 나리께서는 부하 한 사람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12 당신은 당신의 모든 군대를 진영에 머물러 있게 하여 병력을 아끼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부하들로 하여금 산 기슭에서 흘러 나오는 물줄기를 장악하게 하십시오.
13 베툴리아의 모든 주민들은 거기에서 나오는 물을 먹고 삽니다. 그러니 그들은 목이 말라서 죽게 되어 마침내 그들의 도성을 포기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와 우리의 부하들이 가까운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거기에 진을 치고 그 도성에서 한 사람도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지키겠읍니다.
14 그들은 물론, 그들의 처자도 굶어 죽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칼이 그들에게 가 닿기도 전에 자기들이 살고 있는 거리에 죽어 쓰러져 있게 될 것입니다.
15 이렇게 해서 그들이 당신을 순순히 맞아 들이지 않고 거역한 죄에 대한 호된 벌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16 ○그들의 말은 홀로페르네스와 그의 모든 참모들의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홀로페르네스는 그들이 말한 대로 하라고 명령하였다.
17 그래서 암몬군은 아시리아 사람 오천 명과 함께 이동하여 골짜기에 진을 치고 이스라엘 사람들의 수로와 수원지를 점령하였다.
18 에돔 사람들과 암몬 사람들은 도다인 맞은편에 있는 고지로 올라 가서 진을 쳤다. 그들은 자기 사람들 중에서 몇 사람을 남쪽과 동쪽으로 보내어 에그레벨로 향하게 하였다. 에그레벨은 모크무르 냇가 쿠스 근처에 있는 곳이다. 그리고 나머지 아시리아군은 평원에 진을 치고 온 지면을 뒤덮었는데 그들의 천막과 장비는 수없이 펼쳐져서 그 수량은 굉장하였다.
19 ○그러자 이스라엘 사람들은 기가 꺾여서 자기들의 주 하느님께 부르짖었다. 그들은 모든 적군에게 포위를 당하여 빠져 나갈 길이 없었던 것이다.
20 아시리아군은 보병, 기병, 전차들을 총동원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을 에워 싼 채 삼십 사 일이나 끌었다. 베툴리아의 모든 주민들의 물독마다 물이 떨어지고,
21 저수지는 모두 바닥이 나서, 그들이 마실 물을 제한해 주었기 때문에 단 하루도 물을 실컷 마실 수가 없었다.
22 어린이들은 기력을 잃고 부녀들과 젊은이들은 목말라 지쳐서 도성의 길거리와 성으로 통하는 길에 마 구 쓰러졌다. 이제는 그들에게 아무런 힘도 없었다.
23 ○그래서 청년들, 부녀들, 아이들 할 것 없이 모든 백성이 우찌야와 함께 몰려 가서 그 도성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큰 소리로 외치고 원로들에게 대들며 이렇게 말하였다.
24 "당신들과 우리 중에 누가 옳은지 하느님께서 판단하실 것입니다. 당신들이 아시리아 사람들과 진작 화평을 청하지 않아서 우리에게 큰 손해를 끼쳤읍니다.
25 이제는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읍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우리를 적군의 손에 넘겨 주셨읍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 앞에서 목마르고 지쳐서 죽게 된 것입니다.
26 그러니 어서 그들을 불러 들여 온 도성을 그들에게 내어 주시오. 그리하여 홀로페르네스의 부하들과 그의 온 군대가 그것을 차지하도록 하시오.
27 차라리 우리가 그들에게 붙잡히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노예가 된다 하더라도 목숨은 건지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어린것들이 죽는 것과 또 우리 처자들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우리 눈으로 보지 않게 될 것입니다.
28 하느님께서는 우리 죄와 우리 조상들의 죄를 공정하게 심판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하늘과 땅과 우리 조상들의 주님이신 하느님의 이름을 불러 맹세하며 여러분에게 분명히 말하는 바입니다. 하느님께서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9 그러자 거기 모든 사람들 가운데서 큰 울음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왔고, 그들은 주 하느님께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30 그러나 우찌야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형제 여러분, 용기를 내십시오. 닷새만 더 참아 봅시다. 그 동안에 우리 주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완전히 버리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31 만일 닷새가 지나도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여러분의 말대로 하겠읍니다."
32 그리고 나서 그는 각각 자기 부서로 사람들을 보냈다. 사람들은 도성의 성벽과 탑으로 돌아 갔다. 그리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집으로 돌려 보냈다. 온 도성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8장 - 유딧의 과부생활
1 그 때 므라리의 딸 유딧이 이 소식을 들었다. 므라리는 옥스의 아들이고, 옥스는 요셉의 아들이고 요셉은 오지엘의 아들이고 오지엘은 엘키아의 아들이고 엘키아는 아나니아의 아들이고 아나니아는 기드온의 아들이고 기드온은 라파임의 아들이고 라파임은 아히툽의 아들이고 아히툽은 엘리야의 아들이고 엘리야는 힐키야의 아들이고 힐키야는 엘리압의 아들이고 엘리압은 나타나엘의 아들이고 나타나엘은 살라미엘의 아들이고 살라미엘은 사라사대의 아들이었다.
2 유딧의 남편은 같은 부족이며 같은 가문에 속하는 므나쎄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보리 추수 때 죽었다.
3 므나쎄는 밭에서 보릿단을 묶고 있는 사람들을 감독하고 있을 때에 일사병에 걸려 자리에 누워 앓다가 자기가 살던 베툴리아에서 죽었다. 그는 도다인과 발라몬 사이에 있는 들에 조상들과 함께 묻혔다.
4 그 후 유딧은 삼 년 사 개월 동안 자기 집에서 과부로 살았다.
5 그 여자는 자기 집 옥상에 천막을 치고 베옷을 입고 과부의 옷차림으로 지냈다.
6 유딧은 과부생활하는 동안 안식일 전날과 안식일과 그믐날과 초하룻날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축제일과 경축일을 제쳐 놓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단식하였다.
7 그 여자는 매력있고 용모가 대단히 아름다왔다. 뿐만 아니라 남편 므나쎄로부터 금과 은, 남녀 종들 그리고 가축과 토지를 물려받아 그것을 가지고 살았다.
8 또한 그 여자는 하느님을 무척 공경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여자를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딧의 설득
9 ○유딧은 사람들이 식수 부족으로 절망하여 자기들의 지도자 우찌야를 원망한다는 말을 들었다. 유딧은 우찌야가 그 도성을 닷새 후에 아시리아 사람들에게 넘겨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백성들에게 한 말을 다 듣게 되었다.
10 그래서 유딧은 자기의 온 재산을 관리하는 여자 하나를 보내어 그 도성의 원로, 카브리스와 카르미스를 모셔 오게 하였다.
11 그들이 찾아 오자 유딧은 이렇게 말하였다. "베툴리아 성민들의 지도자이신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여러분이 오늘 백성들에게 한 그 말씀은 옳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만일 주께서 우리를 며칠 안으로 도우시지 않는다면 이 도시를 우리 원수들에게 넘겨 주겠다고 하느님 앞에서 맹세한 말이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12 도대체 여러분이 무엇인데 이렇게 오늘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입니까? 어째서 여러분은 인간이면서 하느님의 자리에 올라 선 것입니까?
13 지금 여러분은 전능하신 주님을 시험해 보지만 결코 아무 것도 알아 내지 못할 것입니다.
14 여러분은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알아 내거나 그의 생각을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만드신 하느님을 알 수 있으며 또 어떻게 그분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분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겠읍니까? 안 됩니다. 여러분! 주 우리 하느님을 노엽게 해 드리지 맙시다.
15 비록 하느님께서 꼭 닷새 안으로 우리를 도우실 생각이 없으시더라도 당신께서 원하시는 때에 우리를 보호해 주시기도 하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원수 앞에서 멸하게도 하실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16 여러분은 주 우리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일에 대하여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마시오. 하느님은 사람과는 달리 으르거나 달랜다고 해서 움직이시는 분은 아니십니다.
17 그러니까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시기를 기다리면서 우리를 도와 줍시사고 그분에게 간청합시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간청하는 소리를 좋게 생각하신다면 들어 주실 것입니다.
18 오늘은 물론 우리 세대에 있어서는 어느 부족이든지 어느 씨족이든지간에, 또 어느 지방이든지 어느 도시든지간에 사람의 손으로 만든 우상을 숭배한 사람은 우리 중에 없읍니다.
19 그것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칼에 희생되기도 했고 약탈당하기도 했으며 우리 원수들 앞에 무참하게 쓰러지기도 하였읍니다.
20 우리는 하느님 외에는 다른 신을 섬긴 일이 없읍니다. 그러므로 우리와 우리 종족 가운데 한 사람도 저버리지 않으실 줄로 믿습니다.
21 우리가 붙잡히게 되는 날에는 온 유다 사람들이 붙잡히게 될 것이며 우리 성소는 유린될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신성모독에 대한 책임을 물으시면서 우리로 하여금 피를 흘리게 하실 것입니다.
22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잡혀 가든지 이방인 가운데 우리 동포들이 학살당하게 되고 우리 강토는 빼앗기고 우리의 유산은 짓밟히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를 잡아 간 사람들에게서 수치와 모욕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23 우리의 노예생활은 기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주 우리 하느님께서는 노예생활을 더욱 수치스럽게 하실 따름입니다.
24 그러니 형제 여러분, 우리는 이제 동포들에게 모범을 보여 줍시다. 그들의 생명은 물론 성소와 성전과 제단의 안전도 우리에게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25 이런 모든 사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조상들을 시험하셨듯이 지금 우리를 시험하고 계십니다.
26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어떻게 하셨는지, 이사악을 어떻게 시험하셨는지, 그리고 시리아의 메소포타미아에서 야곱이 자기 외삼촌 라반의 양떼를 칠 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27 그들의 충성심을 단련하시기 위하여 불과 같은 시련을 그들에게 주셨지만, 우리는 그와 같이 처벌하시지 않으셨읍니다. 다만 주님께서는 당신께 가까이 가는 사람들을 깨우쳐 주시기 위하여 채찍으로 가르쳐 주실 뿐입니다."
우찌야의 반응
28 ○그 때 우찌야는 유딧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당신이 한 말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에 반박할 것이 하나도 없읍니다.
29 당신의 지혜가 오늘 새삼스럽게 드러난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당신이 마음씨가 곱고 총명하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바였읍니다.
30 그렇지만 사람들이 너무도 목이 말랐기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그런 말을 하게 한 것이며 심지어는 어길 수 없는 맹세까지 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31 당신은 경건한 부인입니다. 우리를 대신해서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러면 주님께서 비를 내리셔서 우리 저수지를 가득차게 해 주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소멸되지 않을 것입니다."
32 유딧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내 말을 들으시오. 우리 후손대에 길이 남을 만한 한 가지 일을 이루어 놓겠읍니다.
33 오늘 밤 여러분은 성문 곁에 서 있으시오. 그러면 나는 내 여종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겠읍니다. 우리 도성을 원수들에게 내어 주겠다던 그 날짜 안으로 주님께서는 내 손을 통하여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것입니다.
34 그러나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하여 아무 말도 묻지 마십시오. 내가 하는 일을 다 끝낼 때까지는 여러분에게 알려 드리지 않겠읍니다."
35 우찌야와 다른 지도자들은 유딧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안녕히 가십시오. 주 하느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셔서 우리 원수들을 벌해 주시기를 빕니다."
36 그리고 나서 그들은 그 집에서 나와 각각 자기 부서로 돌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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