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2009

외경 -토비트(Tobit) 7--9장

7장 - 라구엘의 영접
1 토비아는 엑바타나에 도착하자 라파엘에게 "아자리아 형님, 우리 친척 라구엘의 집에 곧장 데려다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그래서 그는 토비아를 라구엘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들은 라구엘이 대문 곁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먼저 인사하였다. 라구엘은 "어서 오십시오. 젊은이들, 참 반갑습니다" 하고 답례를 한 후 그들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 갔다.
2 그리고 자기 아내 에드나에게 "이 청년이 어쩌면 이렇게도 내 친척 토비트를 닮았지?" 하고 말하였다.
3 에드나가 "젊은이들, 당신들은 어디에서 왔읍니까?" 하고 묻자 그들은 "우리는 니느웨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납달리 지파 사람들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4 에드나가 다시 "그러면 우리 친척 토비트를 아십니까?" 하고 묻자 "알고말고요" 하고 그들이 대답하였다. "그가 잘 있읍니까?" 하고 그 여자가 또 물었을 때에
5 그들은 "예, 건강하게 지내고 있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이어서 토비아가 "제가 바로 그분의 아들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6 라구엘은 벌떡 일어나 토비아에게 입을 맞추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7 "자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바라네. 자네는 훌륭하고 착한 분을 아버지로 모시고 있네. 그렇게 늘 자비를 베푸는 어른이 눈이 멀다니, 참으로 비참하기도 하지!" 라구엘은 자기 친척 토비아의 목을 끌어 안고 울었다.
8 그의 아내 에드나도 울었고 그의 딸 사라도 따라 울었다.
9 라구엘은 자기 양떼 중에서 수양 한 마리를 잡아, 그들을 융숭하게 대접하였다.

토비아와 사라의 결혼
○토비아와 라파엘이 몸과 손을 씻고 저녁을 먹으러 식탁에 둘러 앉았을 때 토비아는 라파엘에게 "아자리아 형님, 라구엘에게 말씀드려 내 친척 사라를 내 아내로 내어 주게 해 주십시오" 하고 부탁하였다.
10 라구엘이 이 말을 엿듣고 토비아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밤은 어서 먹고 마시며 즐기게. 자네는 내 가장 가까운 친척이야. 내 딸 사라를 아내로 맞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자네 말고 또 누가 있겠나. 사실 나는 내 딸 사라를 어떤 딴 사람에게 줄 권리가 없네. 그러나 자네에게 밝혀 두어야 할 사실이 있네.
11 내 딸 사라를 동족에게 일곱 번이나 시집 보냈지만 첫날밤 신랑들이 사라를 가까이하려다가 모두 죽어 버렸네. 그러나 주께서 잘 보살펴 주실 터이니, 어서 먹고 마시게." 토비아가 이 말을 듣고 "제 일을 결정지어 주시기 전에는 여기에서 제가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겠읍니다" 하고 말하자 라구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네. 모세 율법이 지시하는 대로 사라를 자네에게 주겠네. 사라가 자네 아내가 되는 것은 하늘이 이미 정해 놓은 일일세. 자네 친척 사라를 아내로 맞게. 이제부터 자네는 사라의 남편이 되고 사라는 자네의 아내가 되는 것일세. 오늘부터 사라는 영원히 자네 것일세. 하늘의 주님께서 오늘 밤 자네들을 잘 돌보아 주실 것일세. 주님께서 자네들에게 자비와 평안을 베풀어 주시기를 비네."
12 그리고 라구엘은 자기 딸 사라를 불렀다. 사라가 오자 그는 딸의 손을 잡고 딸을 토비아에게 넘겨 주며 이렇게 말하였다. "모세의 책에 기록되어 있는 율법과 규정에 따라 사라를 자네 아내로 주니, 아내로 맞이하여 아버지 계신 곳으로 잘 데리고 가게.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자네들의 갈 길을 잘 보살펴 주시기를 비네."
13 라구엘은 사라의 어머니를 불러 종이를 가져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세 율법의 규정에 따라 사라를 토비아에게 준다는 혼인계약서를 작성하였다.
14 그리고 나서야 그들은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15 ○라구엘은 자기 아내 에드나를 불러서 "여보, 방을 하나 따로 마련하고 사라를 그리로 들여 보내시오" 하고 말하였다.
16 에드나는 가서 남편의 지시대로 신방을 꾸미고 사라를 그리로 데리고 들어 갔다. 거기에서 딸의 신세를 생각하며 울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17 "얘야, 용기를 내어라. 하늘의 주님께서 네 슬픔을 거두어 주시고, 기쁨을 내려 주실 것이다. 얘야, 용기를 내라." 이 말을 남기고 에드나는 방에서 나왔다.

8장 - 귀신의 퇴치
1 그들은 음식을 다 먹고 나자 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신랑을 데리고 가서 신방으로 들여 보냈다.
2 그 때에 토비아는 라파엘의 말을 기억하고 자기가 가지고 다니는 자루에서 물고기 간과 염통을 꺼내어 타오르는 향불 위에 올려 놓았다.
3 그 물고기 냄새를 맡고 귀신은 에집트 땅 먼 곳까지 도망을 가 버렸다. 그 때에 라파엘은 그 귀신을 날쌔게 쫓아 가서 손발을 묶고 꼼짝도 못하게 해 놓았다.
4 ○토비아를 데려다 준 사람들이 신방에서 나와 문을 닫자 토비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사라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 일어나시오. 우리 주님께 기도드리며 우리에게 자비와 구원을 내려 주시기를 간구합시다."
5 사라가 일어나자 그들은 함께 기도를 드리며 그들을 구원해 주시기를 간구하기 시작하였다. 토비아는 이렇게 기도하였다.
"우리 조상의 하느님, 찬양을 받으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하여금 영세무궁토록 찬미받게 하소서. 주님이 창조하신 하늘과 만물로 하여금 영원토록 찬양하게 하소서.
6 주님은 아담을 창조하셨고, 그를 돕고 받들어 줄 아내로서 하와도 창조하셨읍니다. 그 둘에게서 인종이 퍼졌읍니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를 닮은 짝을 만들어 그를 돕게 하자' 하고 주님은 말씀하셨읍니다.
7 내가 지금 이 여자를 아내로 맞는 것은 음욕 때문에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참되게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나와 내 아내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늙도록 함께 살게 해 주소서."
그들은 소리를 합하여 "아멘" 하고 말하였다.
8 그리고 나서야 그들은 그 밤을 지내기 위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9 ○라구엘은 밤중에 일어나 자기 하인들을 불러, 데리고 나가
10 "신랑이 죽으면 우리는 사람들의 조롱과 비방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면서 무덤을 팠다.
11 무덤을 다 판 후에 라구엘은 집으로 돌아 가서 자기 아내를 불러,
12 이렇게 말하였다. "하녀 하나를 들여 보내어 신랑이 살아 있는지 보고 오게 하시오. 그가 죽었으면 아무도 모르게 그를 묻어 버려야겠소."
13 라구엘 부부는 등불을 켜 가지고 신방 문을 열고 하녀를 들여보냈다. 하녀가 들어 가 보니 신혼부부는 둘 다 깊이 잠들어 있었다.
14 하녀는 나와서, 토비아는 아무런 해도 입지 않고 살아 있다고 그들에게 보고하였다.
15 이 보고를 들은 라구엘 부부는 하늘에 계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깨끗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주님을 찬양합니다.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영원히 주님을 찬양하게 하소서.
16 주님께서 나에게 기쁨을 주셨사오니 감사합니다. 내가 염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게 해 주셨고 도리어 주님은 놀라운 은총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셨읍니다.
17 주님께서 외아들과 외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셨사오니 감사합니다. 주님, 그들에게 자비와 구원을 베풀어 주시고 주님이 주시는 자비와 기쁨을 누리며 일생을 마치게 해 주소서."
18 ○라구엘은 날이 밝기 전에 그 무덤을 메우라고 하인들에게 지시하였다.

혼인잔치
19 ○라구엘은 자기 아내에게 음식을 많이 장만하라고 이른 다음 목장으로 가서 황소 두 마리와 수양 네 마리를 끌어다가 하인들을 시켜 잡게 하였다. 하인들은 잔치 준비를 시작하였다.
20 라구엘은 토비아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자네는 열 나흘 동안 절대로 이 곳을 뜨지 말고 여기 내 곁에 머물러 있으면서 먹고 마시게. 지금까지 모든 괴로움에 멍든 내 딸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게.
21 내 재산의 절반을 당장 줄 테니 자네 아버지에게 갈 때 잘 가지고 가게. 나머지 절반은 나와 내 아내가 죽은 다음 자네들 것이 될 걸세. 여보게 이사람, 씩씩하게 살아 가게. 나는 자네 아버지고 에드나는 자네 어머니일세. 사라가 우리 자식이듯이 자네도 이제부터 영원히 우리 자식일세. 그러니 씩씩하게 살아 가게."

9장 - 돈을 되찾음
1 토비아는 라파엘을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2 "아자리아 형님, 하인 네 사람과 낙타 두 마리를 거느리고 라게스로 가십시오. 가바엘 댁에 가셔서 이 증서를 내주시고 돈을 받아 오십시오.
3 그리고 그분을 이 혼인잔치에 모시고 오십시오.
4 형님이 아시는 대로 제 아버지는 날수를 세고 계실 것입니다. 내가 단 하루라도 더 지체하면 아버지께 걱정을 많이 끼쳐 드리게 될 것입니다. 형님은 나의 장인 라구엘이 무슨 맹세를 하셨는지 다 들으셨읍니다. 나는 그가 맹세하신 말씀을 거역할 수가 없읍니다."
5 라파엘은 하인 네 사람과 낙타 두 마리를 거느리고 메대의 라게스에 있는 가바엘의 집에 가서 머물렀다. 라파엘은 증서를 가바엘에게 넘겨 주고, 토비트의 아들 토비아가 장가를 들었다는 소식과 그가 가바엘을 혼인잔치에 초대한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그러자 가바엘은 곧 봉인한 채로 있는 돈주머니들을 세어서 따로 싸 놓았다.
6 그들은 다음날 아침 일찍 함께 출발하여 잔치집으로 왔다. 그들이 라구엘의 집에 들어가 보니 토비아는 잔치상을 받고 앉아 있었다. 토비아가 벌떡 일어나 가바엘에게 인사를 하자 가바엘은 눈물을 흘리며 토비아를 축복해 주었다. "훌륭하고 착한 젊은이, 자네 아버지도 훌륭하고 착하고 올바른 자선가이시네. 주님께서 하늘의 축복을 자네와 자네 아내와 자네 아버지와 자네 장모에게 내려 주시기를 비네. 하느님, 감사합니다. 내가 내 사촌 토비아를 만나니 그의 아버지 토비트를 만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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