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2009

외경 - 유딧서(Judith) 13-16장

13장
1 저녁 때가 되어 그의 종들은 총총히 물러나갔다. 바고아는 천막을 밖으로 잠가 버리고 시종들을 장군 앞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였다. 그들은 연회가 오래 계속되었기 때문에 모두 지쳐서 제각기 잠자리로 돌아 갔던 것이다.
2 유딧만이 천막 안에 혼자 남아 있었고 홀로페르네스는 잔뜩 취하여 침대 위에 쓰러져 있었다.
3 유딧은 하녀에게 일러서 침실 밖에 서 있다가 자기가 매일 하던 대로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기다리라고 하였다. 자기는 기도하러 밖으로 나가겠다고 말하였던 것이다. 또 바고아에게도 그와 같은 말을 해 두었다.
4 모든 사람이 물러가고 낮은 사람이건 높은 사람이건 침실에 남아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유딧은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예루살렘을 높이기 위하여 제 손으로 하려는 일을 돌보아 주십시오.
5 지금이 바로 당신의 유산을 확보할 때이며 우리에게 대들던 원수들을 쳐부수려는 저의 계획을 실행할 때입니다."
6 유딧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맡에 있는 침대기둥 쪽으로 가서 거기 걸려 있는 그의 칼을 집어 내렸다.
7 그리고 침대로 다가 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털을 움켜 잡고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 오늘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8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하여 홀로페르네스의 목덜미를 두 번 내리쳐서 그의 머리를 잘라 버렸다.
9 그리고 나서 그의 몸을 침대에서 굴러 내리고 기둥으로부터 휘장을 걷어서 치워 버렸다. 잠시 후에 유딧은 밖으로 나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자기 하녀에게 주었다.
10 하녀는 그것을 곡식자루 속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기도하러 다닐 때처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들은 진영을 빠져 나와 거기 있는 계곡을 돌아 베툴리아산으로 올라가 마침내 베툴리아의 성문에 이르렀다.
11 유딧은 멀리서 성문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열어 주시오. 성문 좀 열어 주시오. 하느님, 우리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오늘 이렇게 해 주신 것처럼 힘과 그리고 또 원수를 누르는 권능을 이스라엘 사람들 가운데 나타내 보이셨읍니다."
12 그들은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성문으로 서둘러 내려 갔다. 그리고 도성의 원로들을 불러 모았다.
13 유딧이 돌아 왔다는 것이 너무나 뜻밖이어서 낮은 사람으로부터 높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달려 왔다. 그들은 성문을 열고 유딧과 그의 하녀를 맞아 들였다. 그리고 불을 피워 밝게 한 다음 그 여자들을 둘러 쌌다.
14 유딧은 큰 소리로 그들에게 말하였다. "하느님을 찬양하시오. 찬양하고 또 찬양하시오. 이스라엘 집안에서 자비의 손길을 떼지 않으시고 바로 이 밤에 나의 손을 통해서 우리의 원수들을 쳐부수셨읍니다."
15 유딧은 자루에서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꺼내어 그들에게 보여 주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자 보시오. 아시리아 총사령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가 여기 있읍니다. 또 휘장이 여기 있읍니다. 그 안에서 홀로페르네스가 잔뜩 취해 가지고 누워 있었읍니다. 주님께서는 여자의 손을 통하여 그를 치셨읍니다.
16 내 길을 걸어 갈 때 나를 지켜 주신 주님 만세! 내 얼굴이 그를 유혹하여 그를 죽게 했을 망정 그는 나를 범하여 더럽히거나 욕을 보이지는 못했읍니다."
17 모든 사람은 대단히 놀라서 꿇어 엎드려 하느님을 경배하며 소리를 합하여 말하였다. "오늘 당신 백성의 원수들을 없애 버리신 우리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18 그러자 우찌야가 유딧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이 세상 어느 여자보다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앞에서 복받은 여자입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느님, 우리 원수의 대장의 목을 자르게 해 주신 주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19 당신이 희망하던 일이 사람들의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하느님의 강한 힘을 길이 기억할 것입니다.
20 당신은 우리 민족이 굴욕을 당하였을 때에 자기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도리어 우리 하느님 앞에서 곧바로 걸어 감으로써 우리들에게 닥쳐 온 재난을 물리쳤읍니다. 이와 같은 당신의 성취한 일들을, 하느님께서 길이 높이시고 좋은 상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백성들이 "아멘, 아멘" 하고 응답하였다.

14장 - 유다군이 아시리아 진영을 공격하다
1 유딧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동포 여러분, 내 말대로 하십시오. 이 머리를 가져다가 당신들의 망대 위에 걸어 놓으십시오.
2 날이 밝아 땅 위에 해가 솟아 오르게 되면 당신들은 각각 무기를 들고 힘센 사람은 모두 도성 밖으로 나가십시오. 그들에게 지휘관을 앞세워 아시리아군의 초소로 향하여 평야로 내려 가는 체하십시오. 그러나 당신들은 그리로 내려 가지 마십시오.
3 아시리아 군인들은 무기를 가지고 그들의 진영으로 서둘러 돌아 가서 그들의 군대 참모들을 깨울 것입니다. 참모들은 홀로페르네스의 천막으로 달려 가겠지요. 그러나 그를 보지 못하게 되면, 그들은 겁을 집어 먹고 당신들 앞에서 달아나 버릴 것입니다.
4 당신들은 물론 이스라엘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그들을 쫓아 가 달아나는 그들을 쳐죽이십시오.
5 이렇게 하기 전에 먼저 암몬 사람 아키오르를 나에게로 불러다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보이십시오. 와서 보고 그가 이스라엘을 멸시하고, 또 자기를 죽이려고 우리에게로 보냈던 홀로페르네스임을 확인하게 하십시오."
6 그래서 그들은 아키오르를 우찌야의 집에서 불러 내었다. 그는 나와서 거기 모여 있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들고 있던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보고 그만 기절해 넘어졌다.
7 사람들이 그를 일으켜 세웠을 때 그는 유딧의 발밑에 엎드려 절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유다에 사는 모든 주민들과 그 밖의 모든 나라들은 당신을 찬양할 것이며 당신의 이름만 들어도 부들부들 떨 것입니다.
8 요사이 당신이 하신 모든 일들을 지금 나에게 들려 주십시오." 그래서 유딧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떠나던 날부터 그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하던 그 때까지 자기가 한 모든 일을 낱낱이 이야기해 주었다.
9 유딧이 이야기를 마치자 사람들은 큰 소리를 지르고 온 도성에는 환성이 울려 퍼졌다.
10 아키오르는 그 자리에서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 민족의 한 사람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11 동틀 무렵에 사람들은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망대 위에 걸어 놓았다. 사람들은 모두 각각 자기 무기를 들고 떼를 지어 산길로 나섰다.
12 아시리아 사람들은 상관에게 전령을 보냈고 또 직속상관들은 고급장교들에게 가서 보고하고 고급장교들은 자기들의 모든 지휘관에게 가서 보고하였다.
13 그들은 홀로페르네스에게 속한 모든 것을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저 노예들이 전멸을 당하려고 감히 우리에게로 내려 와 싸움을 겁니다."
14 바고아는 천막문을 두드렸다. 그는 홀로페르네스가 유딧과 함께 자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15 아무 대답도 들려 오지 않아 문을 밀고 침실로 들어 가 보니 홀로페르네스는 머리가 달아난 채로 땅바닥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16 바고아는 큰 소리를 내어 부르짖으며 울고불고 통곡하였다. 그리고 자기 옷을 찢었다.
17 그리고 나서 그는 유딧이 머물러 있는 천막으로 들어 가 보았다. 그러나 여자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로 달려 나와 부르짖었다.
18 "저 노예들이 우리를 속였다. 히브리 여자 단 한 사람이 느부갓네살 왕국에 욕을 보였다. 자, 보아라. 홀로페르네스가 땅에 쓰러져 있고 그의 목은 달아났다."
19 아시리아군의 지휘관들은 이 말을 듣고 크게 당황하여 옷을 찢었다. 그들의 진영에서는 울부짖는 소리가 크게 터져나왔다.

15장
1 천막 안에 있던 사람들도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2 그들은 겁에 질려 떨며 자기 동료를 떠나 일제히 흩어져 산길과 들길로 닥치는 대로 달아났다.
3 베툴리아를 둘러 싼 산지에 진을 치고 있던 사람들도 달아났다. 그 때에 모든 이스라엘 용사들이 그들을 추격하였다.
4 우찌야는 베트마스타임, 베배, 코바, 콜라 그리고 이스라엘 전역에 사람을 보내어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알리게 하고 적군을 추격하여 없애 버리라고 하였다.
5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일제히 적군에게 달려들어 코바까지 그들을 쫓아 가 쳐죽였다. 예루살렘과 온 산악지대의 사람들도 적진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듣고 공격에 가담하였다. 또 길르앗과 갈릴래아에 사는 사람들도 다마스커스까지 따라 가서 적군을 측면으로 공격하여 큰 타격을 주었다.
6 베툴리아에 남아 있던 주민들은 아시리아 진지로 뛰어 들어 가 재물을 빼앗아 큰 부자가 되었다.
7 적군을 학살하고 돌아 오던 이스라엘 군인들은 남아 있는 전리품을 차지하였고 산과 평야의 여러 마을 주민들도 많은 전리품을 손에 넣었다. 거기에는 물건이 많이 있었다.
8 ○대사제 요야킴과 예루살렘에 살던 모든 주민들은 주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나타내신 놀라운 일을 똑똑히 보고 유딧을 만나 축하하려고 왔다.
9 그들은 모두 찾아 와서 입을 모아 유딧을 축복하였다. "당신은 예루살렘의 영광이요 이스라엘의 영예이며 우리 민족의 자랑입니다.
10 당신은 이 모든 일을 당신 손으로 이루었고 이스라엘을 위해 좋은 일을 했읍니다. 하느님께서도 이것을 기쁘게 여기십니다. 전능하신 주님의 축복을 영원토록 받기를 빕니다." 그러자 모든 백성들이 "아멘" 하고 응답하였다.
11 이스라엘 사람들은 삼십 일 동안 적군의 진영을 약탈하였다. 그리고 홀로페르네스가 쓰고 있던 천막과 모든 은붙이와 침상과 그릇과 가구를 유딧에게 주었다. 유딧은 그것을 받아 자기의 나귀에도 실었고 마차를 준비하여 그 위에도 실었다.
12 이스라엘의 모든 여자들은 유딧을 보려고 달려 와서 그 여자를 찬양하였다. 그들 중 몇은춤과 노래로 유딧을 축하하였다. 유딧은 나뭇가지를 집어다가 자기와 함께 있던 여자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13 유딧과 다른 여자들은 올리브로 관을 만들어 썼다. 그리고 춤을 출 때에 유딧은 여자들을 인도하며 모든 사람들의 앞장을 섰다. 한편 이스라엘의 모든 남자들은 갑옷을 입고 관을 쓰고 노래를 부르면서 그들을 뒤따랐다.
14 ○그 때에 유딧은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 앞에서 감사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큰 소리로 합창하였다.

16장
1. "북을 치며 우리 하느님을 찬양합시다. 징을 치며 주님을 노래합시다. 시와 노래로 그분을 찬양하고 그분의 이름을 높이며 크게 불러 봅시다.
2 주님은 전쟁을 쳐부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이 몸을 원수들의 손에서 건져 주시고 백성들 가운데 마련하신 당신의 진영 안으로 인도하셨읍니다.
3 아시리아 사람이 수많은 군대를 거느리고 북쪽 산으로부터 내려 왔읍니다. 그 수많은 군대가 모든 골짜기를 메우고 그 기병대는 모든 언덕을 뒤덮었읍니다.
4 그는 우리나라에 불을 지르고 우리 청년들을 칼로 찌르고 젖먹이들을 땅에 내던지고 어린이들을 붙잡아 가고 처녀들을 납치해 가겠다고 큰소리쳤읍니다.
5 그러나 전능하신 주님께서는 여성의 손을 통해서 원수들을 물리치셨읍니다.
6 그들 가운데 제일 강한 용사를 젊은이들이 쓰러뜨린 것도 아니요, 거인들이 때려 눕힌 것도 아니요, 키 큰 장수들이 눌러 버린 것도 아니요, 므라리의 딸 유딧이 자기의 아름다운 얼굴로 꼼짝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7 유딧은 과부의 상복을 벗어 버리고 고통당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끌어 올렸읍니다.
8 유딧은 향유를 얼굴에 바르고 처네로 머리를 꾸미고 고운 천으로 만든 옷을 걸치고 그를 속였읍니다.
9 유딧의 신이 그의 눈을 낚아 채고 유딧의 아름다움이 그의 영혼을 사로잡았읍니다. 칼이 그의 목을 베어 버렸읍니다.
10 페르샤인들은 유딧의 과감한 행동에 소스라치고 메대인들은 유딧의 용기에 떨었읍니다.
11 그 때 멸시받던 내 백성이 고함을 치고 연약하던 내 백성이 큰 소리를 지르니 원수들은 겁을 먹고 질려 버렸읍니다. 내 백성이 더 크게 외치니 원수들은 달아나 버렸읍니다.
12 종의 자식들도 그들을 무찌르고 달아나는 종을 다루듯이 상처를 입혔읍니다. 원수들은 우리 주님의 군대에게 전멸되었읍니다.
13 나는 내 하느님께 새 노래를 부르겠읍니다. 주님, 주님은 위대하시고 영광스러운 분이십니다. 주님의 힘은 참으로 놀라우시고 아무도 대적할 수 없읍니다.
14 당신의 모든 피조물은 당신을 섬겨야 합니다. 모든 피조물은 당신의 말씀으로 생겨 났읍니다. 당신께서 입김을 불어 넣으시니 만물이 생명을 갖게 되었읍니다. 아무도 당신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사옵니다.
15 산과 물이 밑바닥부터 온통 뒤흔들릴 것이며 바위가 당신 앞에서 초처럼 녹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을 경외하는 사람들에게는 자비를 베푸시옵니다.
16 감미로운 향기를 풍기는 제사도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주님께 드리는 기름진 제물도 아무 가치가 없사옵니다. 다만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이 언제나 위대합니다.
17 우리 민족을 거슬러 일어나는 나라들에게는 화가 미칠 것입니다. 전능하신 주님께서 심판날에 그들을 벌하실 것이며 또한 그들을 불과 구더기에게 내맡길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영원히 고통을 받으며 통곡할 것입니다.
18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 돌아 와 예배를 드렸다. 그들은 정결예식을 끝낸 다음 번제물과 자유로 바치는 제물과 예물을 드렸다.
19 유딧은 사람들에게서 받은 홀로페르네스의 소유물을 모두 하느님께 바쳤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홀로페르네스의 침실에서 가져온 휘장을 하느님께 기념품으로 바쳤다.
20 사람들은 석 달 동안 예루살렘의 성전에서 축제를 벌였고 유딧도 그들과 함께 머물러 있었다.
21 ○축제가 끝난 다음 사람들은 각각 자기 집으로 돌아 갔다. 유딧은 베툴리아로 돌아 와 자기 재산을 가지고 살았다. 유딧은 그의 당대에 온 세상에 유명하여졌다.
22 자기를 탐내는 남자가 많았지만 그 여자는 아무하고도 관계하지 않았다. 므나쎄가 죽어서 조상들 옆에 묻힐 때부터 일생 동안 줄곧 혼자 살았던 것이다.
23 그 여자는 더욱더 유명해졌고 자기 남편의 집에서 백 오 세까지 살았다. 유딧은 여종에게 자유를 주고 베툴리아에서 죽었는데 남편 므나쎄의 무덤에 합장되었다.
24 온 이스라엘 백성은 이렛동안 애도하였다. 유딧은 죽기 전에 자기 재산을 남편 므나쎄의 식구들과 친정식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25 유딧이 살아 있을 때는 물론 그 여자가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협하는 자들이 없었다.

외경 - 유딧서(Judith) 9-12장

9장 - 유딧의 기도
1 유딧은 땅에 엎드려 머리에 재를 뿌리고 속에 입고 있던 베옷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바로 그 때 예루살렘에 있는 하느님의 성전에서 저녁 향을 태우고 있었는데, 유딧은 주님을 향하여 큰 소리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2 "내 조상 시므온의 주 하느님, 주님께서는 시므온에게 칼을 쥐어 주셔서 이방인들을 처벌하게 하셨읍니다. 처녀의 치마를 벗겨 욕을 보이고 아랫도리를 드러나게 하여 모욕을 주고 태를 범하여 수치를 보게 한 이방인들을 말입니다. 이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런 짓을 하고야 말았읍니다.
3 그래서 주님은 그들의 지도자들을 학살당하게 하시고, 기만으로 더럽혀진 그들의 침대를 피로 물들이게 하셨으며 노예를 군주와 더불어, 군주를 옥좌와 더불어 쳐서 쓰러지게 하셨읍니다.
4 당신은 그들의 아내들을 빼앗기게 하시고, 그들의 딸들을 포로로 잡혀 가게 하시고, 그들의 모든 무기를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자녀들이 나누어 가지게 하셨읍니다. 당신의 자녀들은 당신께 대한 열성이 대단하였고, 그들의 피로 더러워지는 것을 싫어하였으며, 당신께 도움을 청하였읍니다. 하느님, 나의 하느님, 이 과부의 말을 들어 주소서.
5 그런 일들과, 그보다 먼저 일어난 일들과, 그 후에 일어난 일들은 모두 당신께서 하신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앞으로 있을 일들은 당신께서 계획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생각하신 것은 모두 다 이루어졌읍니다.
6 당신께서 원하시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나타나서 '여기 대령했읍니다' 하고 말하였읍니다. 당신은 가실 길을 모두 미리 마련하셨고 어떤 심판을 내리실지 미리 아시고 결정하셨읍니다.
7 저 아시리아 사람들은 병력이 대단합니다. 그들은 말과 기병들을 가지고 우쭐대고 있으며 보병의 위력을 가지고 뽐냅니다. 그리고 방패와 칼과 창과 팔매총을 가지고 자신만만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당신께서 전쟁을 승리로 이끄시는 주님이시라는 것을 모릅니다.
8 당신의 이름은 주님이십니다. 당신의 능력으로 그들의 강한 힘을 쳐부수시고 당신의 분노를 일으키시어 그들의 세력을 꺾어 주소서. 그들은 당신의 성소를 모독하고 당신의 영광스러운 이름이 머물러 있는 곳을 더럽히며 당신 제단에 있는 뿔을 칼로 쳐내릴 궁리를 하고 있읍니다.
9 그들의 거만한 자세를 보시고 당신의 분노를 그들 머리 위에 퍼부어 주소서. 이 과부에게 뜻하는 일을 이룰 수 있는 힘을 주소서.
10 간계를 꾸미는 이 입술을 이용하여 원수들을 넘어뜨리소서. 종들을 그 상전과 함께 상전을 그 신하와 함께 쓰러지게 하소서. 그리고 여자의 손을 이용하여 그들의 콧대를 꺾으소서.
11 당신의 위력은 많은 수효에 있지 아니하고 당신의 능력은 힘센 사람에게 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하느님이시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시는 분이시며, 약한 자를 붙들어 주시는 분이시요, 버림받은 사람들의 보호자이시며 희망없는 사람들의 구조자이십니다.
12 당신은 참으로 내 조상의 하느님이시요 이스라엘을 상속으로 주시는 하느님으로서 하늘과 땅을 다스리시고 물을 만들어 주신 분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왕이십니다. 내 기도를 들어 주소서.
13 원수들을 속여서 타격을 주고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구변을 주소서. 그들은, 당신의 계약과 당신의 성전과 시온산과, 당신의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는 집을 해치려고 흉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읍니다.
14 바로 당신께서 모든 권능과 위력을 가지신 하느님이시라는 것과 오로지 당신밖에는 아무도 이스라엘 민족을 보호하실 분이 없다는 것을 모든 나라와 당신의 모든 족속들이 깨달아 알게 하여 주소서."

10장 - 홀로페르네스에게로 간 유딧
1 유딧은 이렇게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리고 부르짖기를 끝냈다.
2 그리고 나서 유딧은 일어나 시녀를 불러, 자기가 안식일과 축제일을 지내던 그 집으로 함께 내려 갔다.
3 유딧은 속에 입었던 베옷을 벗고 과부 옷차림을 벗어 버렸다. 그리고 온 몸을 물로 씻고 좋은 향유를 바른 다음 머리를 빗고 그 위에 처네를 쓰고 자기 남편 므나쎄가 살아 있을 때 입던 화려한 옷을 차려 입었다.
4 신을 신고 발목가락지와, 팔찌와 반지를 끼고 귀걸이와 그 밖에 가지고 있는 모든 장식을 붙이고 남자들의 눈을 홀릴 만큼 요란하게 꾸몄다.
5 유딧은 하녀에게 포도주가 든 가죽부대와 기름단지를 주었고, 보리볶음과 전과와 부정타지 않은 빵을 부대에 넣어 주었으며 자기의 그릇을 싸서 짊어지게 하였다.
6 그들은 베툴리아 성문으로 나가서 거기에서 원로 카브리스와 카르미스를 데리고 기다리고 있는 우찌야를 만났다.
7 그들은 유딧의 용모가 완전히 달라졌고 옷마저 갈아 입은 것을 보았을 때 그 미모에 넋을 잃었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8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은총을 베푸셔서 이스라엘 사람들의 명예와 예루살렘의 영광을 드높이기 위한 당신의 계획이 이루어지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9 유딧은 엎드려서 하느님께 경배하고 나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성문을 열라고 명령해 주십시오. 그러면 내가 나가서 여러분이 나에게 이야기한 그 모든 일을 이루겠읍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여자가 부탁한 대로 청년들에게 문을 열어 주라고 명령하였다.
10 그들이 성문을 열자 유딧은 자기 하녀를 데리고 그 곳을 빠져 나갔다. 그 도성 사람들은 유딧이 산을 내려 가 골짜기를 지나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지켜 보았다.
11 유딧과 그의 하녀는 골짜기로 곧장 내려 갔을 때 아시리아 보초병과 마주치게 되었다.
12 아시리아 사람들은 그 여자를 데려다가 심문하였다.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이오? 어디서 왔소? 어디로 가는 거요?" 그러자 유딧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히브리 여자인데 히브리 사람들이 멀지 않아 당신들에게 먹혀 버리게 되었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도망쳐 나오는 길입니다.
13 그래서 나는 당신들 군대의 총사령관인 홀로페르네스에게로 가서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또 나는 그가 올라 가 산악지대를 모두 정복할 수 있는 길을 보여 드리겠읍니다. 그러면 그의 부하 가운데 한 사람도 목숨을 잃지 않게 될 것입니다."
14 그 사람들은 유딧의 말을 들으면서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고 유딧의 아름다움에 탄복하였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15 "당신은 재빨리 우리 대장님 편으로 내려 왔기 때문에 목숨을 건진 것입니다. 그러니 어서 대장님 천막 으로 가시오. 우리들 가운데 몇 사람이 당신을 인도하여 대장님께 맡기겠읍니다.
16 그분 앞에 나서거든 무서워하지 말고 우리에게 얘기한 대로 다 말하시오. 그러면 그분이 당신을 잘 대해 주실 것입니다."
17 그리고 나서 그들 중에서 백 명이 뽑혀 유딧과 그 하녀들을 호송하여 홀로페르네스의 천막으로 인도하였다.
18 여자가 왔다는 소문이 온 천막에 퍼지자 진영은 떠들썩했다. 보고가 들어 갈 때까지 유딧은 홀로페르네스의 천막 밖에 서 있었는데 그 때 군인들은 모두 몰려 나와 그 여자를 에워 쌌다.
19 그들은 유딧의 아름다움에 놀랐고 또 그 여자의 아름다움을 미루어 보아 이스라엘 남자들이 얼마나 훌륭할까 하고 생각하며 감탄하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와 같은 여자를 가지고 있는 저 민족을 어떻게 얕잡아 볼 수 있겠는가? 이런 사람들을 한 사람이라도 남겨 두었다가는 그들이 온 세상을 속여 먹고 말 것이다."
20 홀로페르네스를 받드는 보좌관과 그의 시종들이 나와서 유딧을 천막으로 데리고 들어 갔다.
21 홀로페르네스는 진홍포와 금과 에머랄드와 보석으로 장식된 휘장으로 둘러 싼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22 그는 유딧이 왔다는 전갈을 듣고 은촛대를 앞에 들고 천막 입구로 나갔다.
23 유딧이 홀로페르네스와 그의 시종들 앞에 나타났을 때 그들은 그 미모에 깜짝 놀랐다. 유딧은 꿇어 엎드려 홀로페르네스에게 절을 하였다. 그러자 그의 종들이 유딧을 일으켜 세웠다.

11장 - 홀로페르네스와의 대면
1 홀로페르네스는 유딧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부인, 안심하시오. 무서워할 것 없소. 온 땅을 다스리시는 느부갓네살왕을 섬기기로 마음 먹은 사람에게 나는 절대로 해를 끼치는 일이 없소.
2 산간에 사는 당신 동족들이 나를 멸시하지 않았던들 그들에게 창을 겨누지는 않았을 것이오. 그러나 그들 스스로가 이렇게 하도록 만들었소.
3 당신이 무엇 때문에 그들에게서 우리에게로 도망쳐 왔는지 이야기해 보시오. 살기 위해 온 것이 아니오? 안심하시오. 오늘 밤은 물론 앞으로도 당신의 생명은 안전하오.
4 아무 데도 당신을 해칠 사람은 없소. 당신은 나의 상전이신 느부갓네살왕을 섬기는 사람들이 좋은 대우를 받듯이 당신도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오."
5 유딧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당신 여종의 청을 들어 주시고 이 소녀가 당신 앞에서 말씀드리게 해 주십시오. 오늘 밤 장군님께 말씀드리는 것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6 이 소녀가 드리는 말씀을 그대로 따르시기만 한다면, 하느님께서는 당신과 함께 이 일들을 완전히 이루실 것입니다. 그리고 장군님은 계획하신 일에 하나도 실패하시지 않을 것입니다.
7 온 땅을 다스리시는 느부갓네살왕 만세! 그 크신 능력이 영속되기를 빕니다. 그분은 모든 생물을 올바르게 다스리도록 당신을 보내신 분이십니다. 인간들만이 당신을 통하여 그분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들의 짐승과 가축과 하늘의 새들까지도 당신의 위력을 통하여 느부갓네살왕과 그 집안을 섬기며 살게 될 것입니다.
8 우리는 당신이 지혜롭고 총명한 분이라는 말을 들었읍니다. 그리고 전국에서 오직 당신만이 훌륭하고 지식이 풍부하고 전술이 뛰어난 분이시라는 것을 온 세상이 다 알고 있읍니다.
9 아키오르가, 당신이 주관하던 회의 때 한 말을 우리는 들었읍니다. 베툴리아 사람들이 아키오르를 구해 준 일이 있었는데 그 때 그는 자기가 당신 앞에서 한 모든 말을 베툴리아 사람들에게 들려 주었읍니다.
10 그러니 나의 상전이신 장군님, 그의 말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그의 말은 참말이니 마음 속에 잘 새겨 들으십시오. 우리 민족은 하느님께 대해서 죄를 짓지 않는 한 벌받거나 칼에 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11 그러나 그들은 이미 죄에 빠져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여 하느님의 분노를 샀기 때문에 죽음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 장군님께서는 패배하거나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12 그들은 식량이 없어지고 물도 다 떨어졌기 때문에 자기들의 가축을 죽이려고 하였고 또 하느님께서 율법을 통하여 먹지 말라고 명령한 것을 모두 먹으려고 했읍니다.
13 그뿐 아니라 우리 하느님 앞에 나가서 봉사하는 예루살렘의 사제들만이 먹을 수 있도록 거룩하게 따로 떼어 두었던 곡식의 맏물, 그리고 포도주와 올리브 기름의 십분의 일세 등 일반 사람들이 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것들을 먹어 치우려고 했읍니다.
14 예루살렘 사람들도 역시 그런 짓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베툴리아 사람들은 예루살렘으로 대표를 보내어 원로원의 허락을 얻어 오라고 했읍니다.
15 원로원이 허락하는 대로 그들은 틀림없이 그대로 행동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들은 그 날로 당신 손에 넘어 가 망하게 될 것입니다.
16 그래서 이 여종이 모든 것을 알고 그들에게서 도망쳐 나왔읍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보내셔서 세상 사람들이 듣기만 해도 깜짝 놀랄 일을 당신과 함께 해내도록 하셨읍니다.
17 당신의 이 여종은 밤이나 낮이나 하늘에 계신 하느님을 섬기며 경건한 생활을 하는 사람입니다.

18 그래서 나의 장군님, 이제는 내가 당신 곁에 있겠읍니다. 그리고 밤에는 골짜기로 나가서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겠읍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언제 그들이 죄를 범하는지를 나에게 알려 주실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와서 당신에게 알려 드릴 테니 당신은 온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 가십시오. 그러면 당신을 맞설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19 당신이 유다 한복판을 지나 예루살렘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인도하겠읍니다. 그리고 당신이 올라 설 자리를 예루살렘 한가운데 세우겠읍니다. 그러면 당신이 그들을 목자 없는 양들처럼 몰아 내게 될 것이며 당신 앞에서 감히 개도 짖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미리 알려 주시려고 말씀하시며 전해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당신에게 알려 드리라고 나를 보내 주셨읍니다."

20 ○홀로페르네스와 그의 신하들은 유딧의 이 말을 듣고 기뻐하였다. 그들은 그 여자의 지혜에 놀라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21 "이 여자처럼 용모가 아름답고 말재주가 훌륭한 사람은 이 세상 아무 데도 없을 것이다."

22 홀로페르네스는 유딧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 백성들보다 먼저 당신을 보내어 우리 손에 힘을 주시고 내 주를 업신여긴 그들에게 멸망을 가져다 주신 하느님은 참 고마우신 분이오.

23 당신은 용모도 아름답고 말솜씨도 뛰어납니다. 당신의 하느님은 내 하느님이 되고 또 당신은 느부갓네살왕의 궁전에서 살게 될 것이며 이름을 온 세계에 떨치게 될 것이오."

12장 - 홀로페르네스의 연회

1 홀로페르네스는 부하들에게 유딧을 자기의 은그릇들이 놓여져 있는 방 안으로 인도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자기를 위해 만들어진 요리와 포도주를 그 여자에게 대접하라고 분부하였다.

2 그러나 유딧은 이렇게 말하며 사양하였다. "율법을 범하지 않기 위하여 나는 그런 것은 먹지 못하겠읍니다. 내가 가져온 음식을 먹겠읍니다."

3 홀로페르네스가 여자에게 말하였다. "만일 당신이 가져온 식량이 다 떨어진다면 우리가 어디서 그런 음식을 구해 올 수 있겠소? 여기에는 당신 나라 사람은 하나도 없소."

4 유딧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장군님, 당신이 살아 계시는 것이 확실한 것처럼 당신 여종이 가져온 식량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그 식량이 떨어지기 전에 주님께서는 뜻하신 일들을 나를 통하여 다 이루실 것입니다."

5 홀로페르네스의 시종들은 유딧을 천막 안으로 인도하였다. 그 여자는 밤이 깊도록 정신없이 자고 새벽녘에 일어나

6 홀로페르네스에게 사람을 보내어 "나의 장군님, 당신의 여종이 기도하러 밖에 나갈 수 있는 허락을 받도록 명령해 주십시오" 하고 부탁하였다.

7 홀로페르네스는 호위병에게 여자가 나가는 것을 막지 말라고 명령하였다. 사흘 동안 여자는 진영에 머물러 있으면서 밤마다 베툴리아의 산골짜기로 나가서 진영에 있는 샘물에 몸을 담갔다.

8 그리고 물에서 올라 와 이스라엘의 주 하느님께 기도하며 이스라엘이 갈 길을 열어 주시고 하느님의 백 성이 다시 일어서게 해 달라고 하였다.

9 그리고 나서 그 여자는 깨끗한 몸으로 돌아 와서 저녁 밥상이 나올 때까지 천막 안에 누워 있었다.

10 ○나흘째 되던 날 홀로페르네스는 연회를 베풀었는데 가까이 있는 부하들만 청하고 장교들은 하나도 청하지 않았다.

11 홀로페르네스는 자기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내시 바고아에게 말하였다. "네 책임하에 있는 저 히브리 여자에게 가서 우리에게로 와서 우리와 함께 먹고 마시자고 타일러라.

12 그런 여자와 한번도 놀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돌려 보낸다는 것은 우리의 수치다. 데려 오지 않는다면 도리어 그 여자가 우리를 비웃을 것이다."

13 바고아는 홀로페르네스 앞을 물러나 유딧이 있는 곳으로 들어 가 이렇게 말하였다. "어여쁜 아가씨,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장군님 앞에 들어 가 장군님과 함께 영광을 누리십시오. 그리고 우리와 함께 포도주를 마시며 즐깁시다. 이 날은 느부갓네살 궁전에서 시중드는 아시리아의 딸처럼 되십시오."

14 유딧이 그에게 대답하였다. "내가 어떻게 감히 장군님의 뜻을 거역할 수가 있겠읍니까? 무엇이든지 그분의 눈에만 든다면 서슴지 않고 하겠읍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 평생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15 이렇게 말하고 나서 유딧은 일어나 옷을 잘 차려 입고 여러 가지 장식품으로 단장하였다. 그리고 유딧의 하녀는 먼저 나가서 유딧이 식사할 때에 앉을 수 있도록 폭신한 양가죽을 홀로페르네스 앞에 깔아 놓았다. 그 양가죽은 바고아가 유딧에게 매일 쓰라고 준 물건이었다.

16 유딧이 들어 가 자리에 앉았다. 그 여자를 보고 홀로페르네스는 가슴이 설레고 마음이 동요되어 함께 자고 싶은 강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실상 그는 그 여자를 보게 된 첫날부터 그 여자를 유혹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17 홀로페르네스는 그 여자에게, "자, 어서 잔을 드시오. 우리와 함께 즐깁시다" 하고 말하였다.

18 유딧은 "그럼 마시겠읍니다. 장군님, 세상에 나온 이후로 오늘이 내 생애에 있어서 그 어느 날보다도 더 영광스러운 날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19 그리고 나서 유딧은 자기 하녀가 준비해 온 음식을 받아, 홀로페르네스 앞에서 먹고 마셨다.

20 홀로페르네스는 그 여자 때문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래서 그는 포도주를 마음껏 마셨다.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 단 하루도 그렇게 많이 마셔 본 일이 없었다.

외경 - 유딧서(Judith) 5-8장

5장 - 홀로페르네스의 작전회의
1 아시리아군의 총사령관 홀로페르네스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전쟁 준비를 하면서 산악지대에 통로를 막을 뿐 아니라 모두 높은 산봉우리에 성을 쌓고 평지에는 방책을 쳤다는 정보를 들었다.
2 그는 화가 잔뜩 나서 모압의 모든 영주들과 암몬의 지휘관들과 해안지방의 모든 장관들을 불러 놓고,
3 이렇게 말하였다. "가나안의 주민 여러분, 산간지대에 사는 주민에 관해서 좀 알려 주시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오?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의 형편이 어떻소? 그들의 병력은 얼마나 되오? 어떻게 해서 그 군대가 그렇게 강하고 힘있게 되었소? 그 백성을 다스리고 군을 지휘하는 왕이 누구요?
4 그리고 서방의 주민들 중에 그들만이 나를 거역하고 환영하러 나오지 않았는데 어찌 된 셈이오?"
5 ○그러자 암몬 사람들의 총지휘관 아키오르가 나서서 대답하였다. "이 종이 주인님께 말씀드립니다. 주인님이 주둔하고 계시는 이 근방 산악지대 주민에 관한 실정을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이 종의 입에서는 거짓말이라곤 한 마디도 새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6 그들은 갈대아인의 후예로서,
7 그들의 조상이 갈대아 땅에서 섬기던 신들을 섬기기가 싫어서 메소포타미아로 옮겨 가서 산 적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8 그들은 자기 조상들의 생활 관습을 떠나서, 하늘의 하느님을 인정하고 하느님을 예배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조상의 신들을 버렸기 때문에 그들은 그 앞에서 추방되어 메소포타미아로 도망가서 그 곳에 오랫동안 머물렀읍니다.
9 그들은 그들이 머물러 있는 땅을 떠나서 가나안 땅으로 들어 가라는 하느님의 지시를 받고 그리로 가서 정착하고 금과 은을 많이 가지게 되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축을 풍부하게 얻었읍니다.
10 그러나 그 후에 기근이 가나안 온 땅을 휩쓸었기 때문에 에집트로 내려 가서 거기에 머물면서 잘 먹고 살았읍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가 많아져서 큰 민족이 되었읍니다.
11 그래서 에집트 왕은 그들을 억누르기 시작하여 그들을 벽돌 굽는 중노동을 시키고 비천한 노예로 삼는 등 교묘한 정책을 썼읍니다.
12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들의 하느님에게 그들의 처지를 호소하게 되었고 하느님은 사람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재앙으로 온 에집트 땅을 내려 쳤읍니다. 그래서 에집트 사람들은 그들을 멀리 쫓아 버렸읍니다.
13 그들의 하느님은 홍해 물을 말려서 그들의 가는 길을 터 주고 그들을
14 시나이와 카데스바르네아로 가는 길로 인도했읍니다. 사막의 주민들을 모두 쫓아 내고,
15 아모리 사람들의 땅에 정착한 다음 강력하게 된 그들은 헤스본 사람들을 전멸시키고 요르단강을 건너서 이 산악지대를 모두 차지하게 되었읍니다.
16 그들은 가나안 사람들과 브리즈 사람들과 여부스 사람, 세겜 사람, 기르갓 사람들을 모두 쫓아 내고 오랫동안 여기에서 살았읍니다.
17 그들의 하느님은 불의를 미워하는 하느님이어서 그들이 하느님에게 죄를 짓지 않는 동안에는 번영했읍니다.
18 그러나 그 후에 그들은 하느님이 정해 준 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여러 전쟁에서 참패하고 포로로 잡혀서 외국으로 끌려 갔으며 그들의 신전은 완전히 파괴되고 도시들은 적군에게 빼앗겼던 것입니다.
19 그러나 지금 그들은 하느님에게 다시 돌아 왔고 여러 곳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 돌아 와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을 다시 찾았으며 아무도 살지 않던 이 산악지대에 다시 자리를 잡았읍니다.
20 그러니 상전 되시는 주인님, 만일 이 백성이 잘못을 저질러 하느님에게 죄를 짓는다면 그것이 그들의 멸망의 원인이 될 터이니 우리는 그 때를 잘 살폈다가 올라 가서 그들을 쳐부숩시다.
21 그러나 그 백성이 율법을 어기는 일이 없다면 그들의 주님인 하느님이 그들을 잘 지켜 줄 터이니 주인님은 그들을 내버려 두십시오. 잘못하다가는 우리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22 ○아키오르가 말을 마치자 천막 주위에 둘러 섰던 사람들은 모두 웅성대기 시작했고, 홀로페르네스 밑에 있는 지휘관들과 해안지방에 사는 사람들과 모압의 주민들은 아키오르를 사형에 처하라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23 "우리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조금도 무서워할 필요가 없읍니다. 그들은 격렬한 전쟁을 버텨 나갈 만한 힘이 없는 무력한 백성입니다.
24 자, 그러니 홀로페르네스 각하, 빨리 올라 갑시다. 각하의 대군은 그들을 휩쓸고 말 것입니다."

6장 - 홀로페르네스의 대답
1 회의장을 둘러 서 있던 사람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가라앉자, 아시리아군의 총사령관인 홀로페르네스는 여러 나라 사람 앞에서 아키오르와 암몬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2 "아키오르, 네가 뭔데 암몬의 용병들을 데리고 와서 오늘 이렇게 우리에게 예언을 하느냐? 이스라엘 사람들이 신의 가호를 받고 있으니 싸움을 하지 말라고? 느부갓네살 외에 또 신이 어디 있단 말이냐? 그분이 파견한 군대가 이 지상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을 전멸시키리니, 그들의 하느님이 절대로 그들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3 왕의 종인 우리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단 한 사람을 처치하듯이 쉽게 때려 눕힐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기병대를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4 우리는 그들을 태워 버릴 것이고 산들은 온통 그들의 피로 물들 것이며 평야는 그들의 시체로 가득 찰 것이다. 그들은 도저히 우리를 당해 낼 도리가 없어 전멸할 것이라고 온 땅의 주인이신 느부갓네살왕께서 말씀하셨다. 그분이 한번 말씀하신 것은 꼭 이루어지고야 만다.
5 이 암몬의 품팔이꾼 아키오르야, 네가 오늘 이따위 수작을 했으니 너는 나에게 큰 죄를 범했다. 너는 오늘부터, 내가 에집트에서 도망나온 그 족속에게 원수를 갚는 그 날까지 내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이다.
6 그 때에 내 군대의 칼과 내 종들의 창이 네 옆구리를 꿰뚫을 것이다. 내가 개선하고 돌아 올 때에 너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시체 가운데에 넘어져 있을 것이다.
7 이제 내 종들이 너를 그 산악지대로 데리고 가서 그리로 가는 길목 가까이에 있는 한 도시에 너를 버려 둘 것이다.
8 너는 그들이 멸망할 때까지는 연명을 할 것이다.
9 그들의 도시가 함락되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네가 품고 있다면 왜 고개를 들지 못하느냐? 내가 이렇게 한번 말했으니 내가 한번 말한 것은 한 마디도 빠짐없이 다 이루어질 것이다."
이스라엘 진영으로 간 아키오르
10 ○홀로페르네스는 막사에서 시중드는 부하들에게 명령하여 아키오르를 붙잡아서 베툴리아로 끌고 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넘겨 주라고 하였다.
11 그들은 아키오르를 붙잡아 진영 밖으로 나가 평야로 끌고 간 다음 평야에서 또 산악지대로 올라 가 베툴리아 바로 밑에 있는 샘터에 이르렀다.
12 산성에 있던 사람들은 그들을 발견하자 무기를 들고 도성에서 나와 산꼭대기로 올라 갔다. 그리고 돌팔매질하는 사람들은 모두 올라 오는 길목을 막고 그들에게 돌을 내려 던졌다.
13 홀로페르네스의 부하들은 산 밑으로 숨어 들어 가 아키오르를 묶어서 거기에 눕혀 놓은 다음 자기 군주에게로 돌아 갔다.
14 ○이스라엘 사람들은 산성에서 내려 와 아키오르에게 가까이 와 결박을 풀어 준 다음 베툴리아로 끌고 가서 그 산성의 어른들 앞에 데리고 갔다.
15 그 때의 지도자들은 시므온 지파 미가의 아들 우찌야와 고토니엘의 아들 카브리스와 멜키엘의 아들 카루미스였다.
16 그들은 성의 원로들을 모두 소집하였다. 젊은이들과 여자들까지도 급히 몰려 와서 그 회의에 참석하였다. 그들이 아키오르를 군중 한가운데 세우자, 우찌야가 어떻게 된 일이냐고 아키오르에게 물었다.
17 아키오르는 홀로페르네스의 전략회의 내용과 자기가 아시리아 지휘관들에게 한 말과 홀로페르네스가 이스라엘 민족에 대해서 거만하게 지껄여댄 말들을 전해 주었다.
18 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엎드려서 하느님께 경배하고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19 "하늘에 계신 주 하느님, 저들의 거만한 꼴을 내려다 보십시오. 우리 백성의 처참한 처지를 불쌍하게 생각하시고 오늘, 하느님께 거룩하게 바친 우리들을 굽어 보소서."
20 그리고 그들은 아키오르를 위로하며 크게 칭찬하였다.
21 우찌야는 아키오르를 그 회의장에서 데리고 나와 자기 집으로 인도한 다음, 원로들을 위해서 주연을 베풀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날 밤을 새워 가며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였다.

7장 - 베툴리아의 포위
1 그 다음날 홀로페르네스는 자기 전군과 자기 편에 든 모든 사람들에게 베툴리아 쪽으로 진격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리하여 고지로 올라 가는 통로를 장악하고 이스라엘 사람들과 싸우라고 하였다.
2 그들의 정예병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그 날로 진격하였다. 그들의 군세는 보병이 십 칠만, 기병이 만 이천이었고 그 밖에도 군수물자와 걸어 가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다.
3 그들은 베툴리아 근처 골짜기 샘터 있는 곳에 진을 쳤다. 그 진지의 나비는 도다인에서 벨바임까지였고 그 길이는 베툴리아에서 시작하여 에스드렐론 맞은편에 있는 키아몬에 이르렀다.
4 이 대군을 본 이스라엘 사람들은 몹시 떨며 서로 말하였다. "저놈들이 이제는 온 땅을 휩쓸어 버리겠구나! 높은 산도 골짜기도 언덕도 그들의 힘을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5 그들은 각각 무기를 들고 탑 위에 횃불을 밝히고 그 밤을 새워 가며 지키고 있었다.
6 ○이틀째 되는 날 홀로페르네스는 베툴리아에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기의 온 기병대를 이끌고 나왔다.
7 그리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성으로 올라 가는 길들을 살피고 물줄기를 점령하고 나서 보초병을 세운 다음 진영으로 돌아 왔다.
8 에돔 사람들의 영주들과 모압 사람들의 지도자들과 해안지방에서 온 사령관들이 그에게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9 "나리께 빕니다. 당신의 군대가 패배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10 이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의 창으로 싸우지 않고 그들이 살고 있는 산의 높은 것을 이용하여 싸웁니다. 그들의 산꼭대기에 올라 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11 그러니 그들과 맞붙어서 싸우지는 마십시오. 그러면 나리께서는 부하 한 사람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12 당신은 당신의 모든 군대를 진영에 머물러 있게 하여 병력을 아끼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부하들로 하여금 산 기슭에서 흘러 나오는 물줄기를 장악하게 하십시오.
13 베툴리아의 모든 주민들은 거기에서 나오는 물을 먹고 삽니다. 그러니 그들은 목이 말라서 죽게 되어 마침내 그들의 도성을 포기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와 우리의 부하들이 가까운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거기에 진을 치고 그 도성에서 한 사람도 빠져 나오지 못하도록 지키겠읍니다.
14 그들은 물론, 그들의 처자도 굶어 죽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칼이 그들에게 가 닿기도 전에 자기들이 살고 있는 거리에 죽어 쓰러져 있게 될 것입니다.
15 이렇게 해서 그들이 당신을 순순히 맞아 들이지 않고 거역한 죄에 대한 호된 벌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입니다."
16 ○그들의 말은 홀로페르네스와 그의 모든 참모들의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홀로페르네스는 그들이 말한 대로 하라고 명령하였다.
17 그래서 암몬군은 아시리아 사람 오천 명과 함께 이동하여 골짜기에 진을 치고 이스라엘 사람들의 수로와 수원지를 점령하였다.
18 에돔 사람들과 암몬 사람들은 도다인 맞은편에 있는 고지로 올라 가서 진을 쳤다. 그들은 자기 사람들 중에서 몇 사람을 남쪽과 동쪽으로 보내어 에그레벨로 향하게 하였다. 에그레벨은 모크무르 냇가 쿠스 근처에 있는 곳이다. 그리고 나머지 아시리아군은 평원에 진을 치고 온 지면을 뒤덮었는데 그들의 천막과 장비는 수없이 펼쳐져서 그 수량은 굉장하였다.
19 ○그러자 이스라엘 사람들은 기가 꺾여서 자기들의 주 하느님께 부르짖었다. 그들은 모든 적군에게 포위를 당하여 빠져 나갈 길이 없었던 것이다.
20 아시리아군은 보병, 기병, 전차들을 총동원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을 에워 싼 채 삼십 사 일이나 끌었다. 베툴리아의 모든 주민들의 물독마다 물이 떨어지고,
21 저수지는 모두 바닥이 나서, 그들이 마실 물을 제한해 주었기 때문에 단 하루도 물을 실컷 마실 수가 없었다.
22 어린이들은 기력을 잃고 부녀들과 젊은이들은 목말라 지쳐서 도성의 길거리와 성으로 통하는 길에 마 구 쓰러졌다. 이제는 그들에게 아무런 힘도 없었다.
23 ○그래서 청년들, 부녀들, 아이들 할 것 없이 모든 백성이 우찌야와 함께 몰려 가서 그 도성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큰 소리로 외치고 원로들에게 대들며 이렇게 말하였다.
24 "당신들과 우리 중에 누가 옳은지 하느님께서 판단하실 것입니다. 당신들이 아시리아 사람들과 진작 화평을 청하지 않아서 우리에게 큰 손해를 끼쳤읍니다.
25 이제는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읍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우리를 적군의 손에 넘겨 주셨읍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 앞에서 목마르고 지쳐서 죽게 된 것입니다.
26 그러니 어서 그들을 불러 들여 온 도성을 그들에게 내어 주시오. 그리하여 홀로페르네스의 부하들과 그의 온 군대가 그것을 차지하도록 하시오.
27 차라리 우리가 그들에게 붙잡히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노예가 된다 하더라도 목숨은 건지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어린것들이 죽는 것과 또 우리 처자들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우리 눈으로 보지 않게 될 것입니다.
28 하느님께서는 우리 죄와 우리 조상들의 죄를 공정하게 심판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하늘과 땅과 우리 조상들의 주님이신 하느님의 이름을 불러 맹세하며 여러분에게 분명히 말하는 바입니다. 하느님께서 오늘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9 그러자 거기 모든 사람들 가운데서 큰 울음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왔고, 그들은 주 하느님께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30 그러나 우찌야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형제 여러분, 용기를 내십시오. 닷새만 더 참아 봅시다. 그 동안에 우리 주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완전히 버리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31 만일 닷새가 지나도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여러분의 말대로 하겠읍니다."
32 그리고 나서 그는 각각 자기 부서로 사람들을 보냈다. 사람들은 도성의 성벽과 탑으로 돌아 갔다. 그리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집으로 돌려 보냈다. 온 도성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8장 - 유딧의 과부생활
1 그 때 므라리의 딸 유딧이 이 소식을 들었다. 므라리는 옥스의 아들이고, 옥스는 요셉의 아들이고 요셉은 오지엘의 아들이고 오지엘은 엘키아의 아들이고 엘키아는 아나니아의 아들이고 아나니아는 기드온의 아들이고 기드온은 라파임의 아들이고 라파임은 아히툽의 아들이고 아히툽은 엘리야의 아들이고 엘리야는 힐키야의 아들이고 힐키야는 엘리압의 아들이고 엘리압은 나타나엘의 아들이고 나타나엘은 살라미엘의 아들이고 살라미엘은 사라사대의 아들이었다.
2 유딧의 남편은 같은 부족이며 같은 가문에 속하는 므나쎄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는 보리 추수 때 죽었다.
3 므나쎄는 밭에서 보릿단을 묶고 있는 사람들을 감독하고 있을 때에 일사병에 걸려 자리에 누워 앓다가 자기가 살던 베툴리아에서 죽었다. 그는 도다인과 발라몬 사이에 있는 들에 조상들과 함께 묻혔다.
4 그 후 유딧은 삼 년 사 개월 동안 자기 집에서 과부로 살았다.
5 그 여자는 자기 집 옥상에 천막을 치고 베옷을 입고 과부의 옷차림으로 지냈다.
6 유딧은 과부생활하는 동안 안식일 전날과 안식일과 그믐날과 초하룻날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축제일과 경축일을 제쳐 놓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단식하였다.
7 그 여자는 매력있고 용모가 대단히 아름다왔다. 뿐만 아니라 남편 므나쎄로부터 금과 은, 남녀 종들 그리고 가축과 토지를 물려받아 그것을 가지고 살았다.
8 또한 그 여자는 하느님을 무척 공경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여자를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딧의 설득
9 ○유딧은 사람들이 식수 부족으로 절망하여 자기들의 지도자 우찌야를 원망한다는 말을 들었다. 유딧은 우찌야가 그 도성을 닷새 후에 아시리아 사람들에게 넘겨 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백성들에게 한 말을 다 듣게 되었다.
10 그래서 유딧은 자기의 온 재산을 관리하는 여자 하나를 보내어 그 도성의 원로, 카브리스와 카르미스를 모셔 오게 하였다.
11 그들이 찾아 오자 유딧은 이렇게 말하였다. "베툴리아 성민들의 지도자이신 여러분, 내 말을 들으시오. 여러분이 오늘 백성들에게 한 그 말씀은 옳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만일 주께서 우리를 며칠 안으로 도우시지 않는다면 이 도시를 우리 원수들에게 넘겨 주겠다고 하느님 앞에서 맹세한 말이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12 도대체 여러분이 무엇인데 이렇게 오늘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입니까? 어째서 여러분은 인간이면서 하느님의 자리에 올라 선 것입니까?
13 지금 여러분은 전능하신 주님을 시험해 보지만 결코 아무 것도 알아 내지 못할 것입니다.
14 여러분은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알아 내거나 그의 생각을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만드신 하느님을 알 수 있으며 또 어떻게 그분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분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겠읍니까? 안 됩니다. 여러분! 주 우리 하느님을 노엽게 해 드리지 맙시다.
15 비록 하느님께서 꼭 닷새 안으로 우리를 도우실 생각이 없으시더라도 당신께서 원하시는 때에 우리를 보호해 주시기도 하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원수 앞에서 멸하게도 하실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계십니다.
16 여러분은 주 우리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일에 대하여 이렇다 저렇다 말하지 마시오. 하느님은 사람과는 달리 으르거나 달랜다고 해서 움직이시는 분은 아니십니다.
17 그러니까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해 주시기를 기다리면서 우리를 도와 줍시사고 그분에게 간청합시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간청하는 소리를 좋게 생각하신다면 들어 주실 것입니다.
18 오늘은 물론 우리 세대에 있어서는 어느 부족이든지 어느 씨족이든지간에, 또 어느 지방이든지 어느 도시든지간에 사람의 손으로 만든 우상을 숭배한 사람은 우리 중에 없읍니다.
19 그것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칼에 희생되기도 했고 약탈당하기도 했으며 우리 원수들 앞에 무참하게 쓰러지기도 하였읍니다.
20 우리는 하느님 외에는 다른 신을 섬긴 일이 없읍니다. 그러므로 우리와 우리 종족 가운데 한 사람도 저버리지 않으실 줄로 믿습니다.
21 우리가 붙잡히게 되는 날에는 온 유다 사람들이 붙잡히게 될 것이며 우리 성소는 유린될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신성모독에 대한 책임을 물으시면서 우리로 하여금 피를 흘리게 하실 것입니다.
22 그리고 우리가 어디로 잡혀 가든지 이방인 가운데 우리 동포들이 학살당하게 되고 우리 강토는 빼앗기고 우리의 유산은 짓밟히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를 잡아 간 사람들에게서 수치와 모욕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23 우리의 노예생활은 기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주 우리 하느님께서는 노예생활을 더욱 수치스럽게 하실 따름입니다.
24 그러니 형제 여러분, 우리는 이제 동포들에게 모범을 보여 줍시다. 그들의 생명은 물론 성소와 성전과 제단의 안전도 우리에게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25 이런 모든 사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조상들을 시험하셨듯이 지금 우리를 시험하고 계십니다.
26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어떻게 하셨는지, 이사악을 어떻게 시험하셨는지, 그리고 시리아의 메소포타미아에서 야곱이 자기 외삼촌 라반의 양떼를 칠 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27 그들의 충성심을 단련하시기 위하여 불과 같은 시련을 그들에게 주셨지만, 우리는 그와 같이 처벌하시지 않으셨읍니다. 다만 주님께서는 당신께 가까이 가는 사람들을 깨우쳐 주시기 위하여 채찍으로 가르쳐 주실 뿐입니다."
우찌야의 반응
28 ○그 때 우찌야는 유딧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당신이 한 말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에 반박할 것이 하나도 없읍니다.
29 당신의 지혜가 오늘 새삼스럽게 드러난 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당신이 마음씨가 곱고 총명하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바였읍니다.
30 그렇지만 사람들이 너무도 목이 말랐기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그런 말을 하게 한 것이며 심지어는 어길 수 없는 맹세까지 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31 당신은 경건한 부인입니다. 우리를 대신해서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러면 주님께서 비를 내리셔서 우리 저수지를 가득차게 해 주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소멸되지 않을 것입니다."
32 유딧이 그들에게 말하였다. "내 말을 들으시오. 우리 후손대에 길이 남을 만한 한 가지 일을 이루어 놓겠읍니다.
33 오늘 밤 여러분은 성문 곁에 서 있으시오. 그러면 나는 내 여종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겠읍니다. 우리 도성을 원수들에게 내어 주겠다던 그 날짜 안으로 주님께서는 내 손을 통하여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것입니다.
34 그러나 내가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하여 아무 말도 묻지 마십시오. 내가 하는 일을 다 끝낼 때까지는 여러분에게 알려 드리지 않겠읍니다."
35 우찌야와 다른 지도자들은 유딧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안녕히 가십시오. 주 하느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셔서 우리 원수들을 벌해 주시기를 빕니다."
36 그리고 나서 그들은 그 집에서 나와 각각 자기 부서로 돌아 갔다.

외경 - 유딧서(Judith) 1-4장

아시리아와 메대의 전쟁
1 대도시 니느웨에서 아시리아를 통치하고 있던 느부갓네살왕 제십이 년에 있었던 일이다. 그 때에 메대인의 왕 아르박삿은 엑바타나에서 백성을 다스리며
2 엑바타나 주위에 높이 백 오 척, 두께 칠십 오 척 되는 성을 쌓았는데 거기에 폭 사 척 반, 길이 구 척으로 다듬은 돌을 사용하였다.
3 그리고 그 성문마다 구십 척 나비로 기초를 닦고 거기에 높이 백 오십 척 되는 탑을 세웠다.
4 그 성문은 높이가 백 오 척, 나비가 육십 척이나 되게 만들었기 때문에 많은 군대가 한꺼번에 통과할 수 있었고 보병대는 대오를 지어서 행진해 나갈 수 있었다.
5 ○그 무렵에 느부갓네살왕이 아르박삿왕에게 싸움을 걸어서 라가오 지방의 대평야에서 싸우게 되었다.
6 그래서 산간지방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유프라테스, 티그리스, 히다스페스강 가에 사는 모든 주민들과 엘람 사람들의 왕 아룍의 지배하에 있는 평원의 모든 사람들이 아르박삿왕 밑으로 모여 들었다. 그리고 다른 많은 백성들도 켈레우드 사람들과의 싸움에 가담하려고 모여 들었다.
7 그래서 아시리아의 느부갓네살왕은 다음과 같은 여러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사신을 보냈다. 페르샤를 비롯하여 길리기아, 다마스커스, 레바논, 안티레바논 등 서쪽 여러 지방, 지중해 연안지방,
8 가르멜, 길르앗, 상부 갈릴래아, 에스드렐론의 대평야,
9 사마리아와 그 지방 도시들과 요르단강 서쪽, 예루살렘, 베다니아, 켈루스, 카데스, 에집트의 강, 다흐반헤스, 라므세스, 고셀,
10 타니스, 멤피스, 에디오피아 접경에 이르기까지의 온 에집트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사신을 보냈던 것이다.
11 이 온 지방의 여러 주민들은 모두가 아시리아의 왕 느부갓네살의 명령을 우습게 여기고 그 전쟁에 가담하지 않았다. 그들은 왕을 한낱 하나의 인간으로밖에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무서워하지 않고 그 사신들에게 치욕을 주어 빈손으로 돌려 보냈다.
12 그래서 이 온 지방 사람들에 대한 느부갓네살왕의 노여움은 극도에 달했다. 그는 지중해와 페르샤 사이에 있는 지방, 즉 길리기아와 다마스커스, 시리아의 모든 지방, 모압 지방의 모든 주민, 암몬 사람들, 전 유다와 에집트의 모든 주민들을 한칼로 무찔러 복수하겠다고 자기 왕위와 왕국을 걸어 맹세하였다.
13 그리고 느부갓네살왕은 제십 칠 년에 아르박삿왕을 치러 군대를 진격시켜서 일대 교전을 한 끝에 그의 군대를 무찔렀다. 그래서 아르박삿왕의 전 군대와 전 기병대와 모든 전차대를 분쇄하였다.
14 왕은 메대의 여러 도시를 점령하고 엑바타나까지 진격하여 그 탑들을 빼앗고 시장을 약탈하였다. 그리하여 엑바타나의 영화는 치욕으로 변했다.
15 왕은 아르박삿을 라가오산 속에서 생포하여 창으로 찔러 완전히 없애 버렸다.
16 왕은 자기 군대와 자기에게 합세했던 여러 민족의 군대를 거느리고 니느웨로 개선하였다. 그리고 자기 군대와 함께 백 이십 일 동안 충분히 휴식하며 잔치를 베풀었다.

2장 - 서방제국 토벌
1 아시리아의 느부갓네살왕 제십 팔 년 일월 이십 이일 왕은 이미 자기가 맹세한 대로 자기의 명령을 거역했던 전 지역에 대한 복수를 논의하기 위해서 궁전에 회의를 소집하였다.
2 왕은 모든 신하와 귀족들을 불러 놓고 비밀회담을 하며 이 전 지역을 송두리째 없애 버릴 뜻을 자기 입으로 명백히 하였다.
3 그래서 그들은 왕의 명령을 거역한 자들을 없애 버리기로 결의하였다.
4 회의가 끝나자, 아시리아의 느부갓네살왕은 자기 군대 총사령관이며 왕 다음가는 지위에 있는 홀로페르네스를 불러서 다음과 같이 일렀다.
5 "온 땅의 주인인 대왕의 말을 들으시오. 경은 이 자리를 물러가서 용감무쌍한 보병 십 이만과 기병 일만 이천 기를 거느리고,
6 내 입에서 떨어진 명령을 감히 불복한 자들이 사는 서방의 전 지역을 치러가시오.
7 그들에게 무조건 항복하라고 전하시오. 내가 대단히 노하여 그들에게 진군할 것이며 그들의 온 땅을 나의 군대가 짓밟을 것이며
8 산골짜기는 부상자들로 메워질 것이고 흐르는 강은 시체로 메워져 넘쳐 흐를 것이오.
9 그리고 그들을 사로잡아서 땅 끝으로 쫓아 버리겠소.
10 자 나가시오. 경은 나보다 먼저 가서 그들의 땅을 점령하시오. 그들이 항복하거든 내가 가서 처벌하는 날까지 붙들어 두시오.
11 경이 점령한 땅에서 경에게 불복하는 자가 있거든 가차없이 죽이고 그 재산을 몰수하시오.
12 나는 내 목숨과 왕권을 걸고 한번 말한 것은 내 손으로 이루고야 마오.
13 경은, 경의 상전인 나의 명령을 한 마디도 어기지 말고 내가 명령한 대로 지체없이 완수하시오."
14 ○그래서 홀로페르네스는 어전에서 물러나와 아시리아군의 모든 장성들과 부대장들과 기타 장교들을 소집하였다.
15 그리고 왕의 명령대로 정예병 십 이만과 활 쏘는 기병대 일만 이천 명을 소집하여
16 전열을 가다듬었다.
17 짐을 나르기 위해서 엄청난 수의 낙타와 노새와 나귀를 징발시켰고 군량으로는 무수한 양과 소와 염소를 징발하였다.
18 그리고 각 병사가 먹을 양식을 충분히 마련하였고 국고로부터 많은 금과 은을 받아가지고 갔다.
19 그는 느부갓네살왕보다 앞서서 서방의 온 지역을 전차대와 기병대와 정예보병대로 휩쓸려고 자기 전군을 이끌고 출발하였다.
20 이 밖에도 그를 따라 간 잡다한 군대의 수는 메뚜기떼나 땅의 모래알처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21 ○홀로페르네스는 니느웨를 출발한 지 삼 일만에 백티렛의 평야 가까이까지 진군하였다. 그리고 상부 길리기아 북쪽에 있는 산 근처에서 백티렛을 향하여 진을 쳤다.
22 거기에서 그는 보병대와 기병대와 전차대의 전군을 이끌고 산악지대로 진격하여
23 푸트와 룻을 짓밟고 라시스 사람들과 켈레아 남쪽의 사막 근처에 사는 이스마엘 사람들을 약탈하였다.
24 ○그리고 그는 유프라테스강을 따라 메소포타미아 지방을 횡단하면서 아브로나 계곡에 있는 여러 요새도시를 섬멸하고 마침내 지중해에 이르렀다.
25 이어서 길리기아 지방을 점령하고 반항하는 자들을 모두 죽여 버리고 아라비아를 바라보는 야벳의 남쪽 접경까지 진군하였다.
26 그리고 미디안 사람들을 모조리 포위하고 그들의 천막을 불사른 다음, 가축을 약탈하였다.
27 밀 수확이 한창일 때에 그는 다마스커스 평야로 내려가 밀밭을 불사르고 소와 양떼를 쓸어 버리고 여러 도시들을 약탈한 다음, 전답을 짓밟고 젊은이들을 모두 칼로 찔러 죽였다.
28 그래서 지중해 연안 시돈과 띠로의 해안지방에 사는 모든 사람들과 수르, 오끼나, 얌니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그를 무서워하며 덜덜 떨었다. 아조토와 아스칼론에 사는 사람들도 그를 몹시 무서워하였다.

3장 - 서방제국의 굴복
1 그래서 그들은 홀로페르네스에게 사신들을 보내며 다음과 같은 말로 화평을 청하게 하였다.
2 "우리는 느부갓네살왕의 종입니다. 이렇게 장군 앞에 엎드렸으니 처분대로 하십시오.
3 우리들이 사는 집과 모든 토지와 밀밭, 양과 소 그리고 모든 축사들은 다 장군의 처분에 맡깁니다.
4 우리들의 도성과 그 주민들도 다 장군의 종들이니 오셔서 좋으실 대로 처분하십시오."
5 ○사신들이 홀로페르네스에게 와서 이와 같은 말을 전달하자,
6 그는 자기 군대를 이끌고 요새도시에 수비병을 배치하고 시민들 중에서 뽑아낸 사람들을 자기 보충병으로 삼았다.
7 그 곳 주민과 그 주변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화환을 쓰고 북치고 춤추면서 그를 환영하였다.
8 그러나 이 나라의 모든 신들을 없애 버리라는 사명을 받고 온 홀로페르네스는 그들의 모든 영토를 짓밟고 신들을 모시던 숲을 베어 버린 다음 모든 백성들로 하여금 느부갓네살만을 예배하게 하고 언어와 종족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대왕을 신으로 받들게 하였다.
9 그리고는 유다의 큰 산악지대 맞은편에 있는 도다인 근처 에스드렐론을 향해서 진격하여
10 게바와 스키토폴리스 사이에 진을 쳤다. 그리고 그는 군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옹근 한 달을 머물렀다.

4장 - 이스라엘의 방비
1 유다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시리아 왕 느부갓네살의 총사령관인 홀로페르네스가 여러 민족을 굴복시키고 그들의 신전을 무참히 약탈하고 파괴해 버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2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홀로페르네스를 눈앞에 보면서 무서워 떨었고, 예루살렘과 그들의 주 하느님을 생각하며 안절부절 못하였다.
3 그들이 포로생활로부터 돌아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유다의 모든 백성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었으며 더럽혀졌던 성전과 기물과 제단을 깨끗이 한 것도 바로 엊그제 일이었던 것이다.
4 그래서 그들을 사마리아, 코나, 벳호론, 벨마인, 예리고 등 여러 지방과 코바, 아이소라, 살렘 계곡으로 사람을 보내어
5 높은 산 꼭대기를 모두 먼저 확보하게 하고 촌락들은 성을 쌓게 하였다. 마침 추수가 끝난 때였기 때문에 전쟁 준비로 식량을 마련해 놓으라고 하였다.
6 ○당시 예루살렘의 대사제였던 요야킴은 도다인 근처의 평원을 향하고 있는 에스드렐론의 맞은편에 있는 베툴리아와 베트마스타임에 있는 주민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7 산간지방에 여러 통로들을 고수하라고 명령하였다. 이 통로들은 유다로 들어 가는 관문으로서 겨우 두 사람이 통행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았기 때문에 침입자들을 쉽게 막을 수 있는 곳이었다.
8 이 통고를 받은 온 이스라엘 사람들은 대사제 요야킴과 이스라엘 모든 백성의 원로들이 예루살렘에 모여서 결정한 명령을 수행하였다.
기도와 참회
9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지극히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열렬히 애원하였다.
10 그들 자신은 물론 처자, 가축, 동거인, 일꾼, 팔려 온 노예까지도 모두 베옷을 몸에 걸쳤다.
11 예루살렘에 사는 사람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아이들까지도 성전 앞에 엎드렸고 머리 위에 재를 뿌리며 주님 앞에 베옷을 펼쳐 깔고
12 제단 주위를 삼베로 둘렀다. 그리고는 마음을 합하여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간절히 부르짖으며, 자기 자녀들이 원수들의 밥이 되지 않게, 자기의 아내들이 포로로 끌려 가지 않게, 조상이 물려준 도시들이 파멸되지 않게 그리고 성전이 이방인들의 손에 더럽혀지거나 치욕거리가 되거나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해 달라고 하였다.
13 주님께서는 그들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어 주시고 그들이 괴로와하는 모습을 보시고 측은히 여기셨다. 온 유다와 예루살렘에 사는 사람들이 전능하신 주님의 성전 앞에서 여러 날 단식을 하였다.
14 대사제 요야킴과 주님 앞에 서는 모든 사제들과 주님을 섬기는 모든 사람들은 베옷을 입고, 날마다 드리는 번제를 드렸으며 하느님과의 맹약의 표시로 백성들이 바치는 제물과 자유로 드리는 예물을 드렸다.
15 그들은 머릿수건 위에 재를 뿌리고 주님께 힘껏 부르짖으며 이스라엘의 모든 집안을 은총으로 보살펴 주시기를 애원하였다.

외경과 위경

외경(Apocrypha)
외경은 구약 정경이 편집된 이후 구약과 신약 중간시대에 기록된 14권의 책에 붙여진 명칭이다. 이 외경서들은 구약 히브리 정경에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 책들은 70인역과 불가타 역에 수록되어 구약과 신약 사이에 놓여졌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14권 가운데 11권을 소위 "제2의 정경"으로 인정하여 AD 1546년 트렌트공의회에서 성경의 한 부분으로 선포하였다. 신교에서는 내. 외적 증거로 하여 이 책들의 정경적 지위를 부정한다. 이 외경서들은 유대인들이나 예수, 신약에 의해서 또한 그 증거를 객관적으로 조사한 교부들 중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결코 성경으로 인정된 일이 없다. 외경에 속한 책들을 열거,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제1 에스드라 서
이 책은 에스라, 느헤미야와 역대하 정경과 동일한 역사적 소재를 담고 있다. 그러나 히브리 성경에는 들어 있지 않은 광범위한 부분(3:1~5:6)이 수록되어 있다. 이 부분은 대체로 전설적인 이야기로 그 내용은 참 지혜를 확증하기 위해 다리오 왕정에서 세 사람의 유대인 시동(侍童)이 벌이는 경연으로 되어 있으며 스룹바벨이 승리자였다. 그는 상으로서 유대인의 송환과 예루살렘 재건을 왕명으로 허락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 책은 BC 100년경에 기록되었다.

제2 에스드라 서
이 책은 AD 100년경에 완성된 몇 편의 예언적 성격을 띤 묵시 작품이다. 1~2장은 유대인 에스라의 묵시 원문인 3~14장에 첨가되는 반 유대적인 부분이다. 3~15장까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① 살랫디엘 묵시 : 3~10장은 악의 문제와 이것의 내세에서의 해결을 취급하고 있다. ② 독수리 환상 : 11~12장은 로마제국과 메시야 도래를 취급하고 있다. ③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인간(메시야)의 환상 : 13장, ④ 에스라가 어떻게 성문학을 재 기록하였느냐를 설명하는 전설 : 14장. ⑤ 마지막 15~16장은 신약과의 어구적인 일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다소 뒤늦게 기록한 것으로 AD 270년으로 추정된다.

토비트 서
이 이야기는 BC 150년경에 기록된 종교소설이다. 이것은 앗수르에 이주되어 살고 있는 경건한 유대인 토비트에 대한 교훈적인 이야기다. 토비트는 앗수르 치하에서 살해된 자기 동족을 격식을 갖추어 장사지내다가 사고로 눈이 멀게 된다. 비통 중에도 토비트는 하나님의 도움을 간구한다. 그리고 자기 아들 토비아스를 보내서 도움을 간구한다. 그리고 자기 아들 토비아스를 보내서 가바엘이라는 친척에게 예치해 둔 돈 전부(약 2만 달러)를 찾아오게 한다. 천사 라파엘이 믿을 만한 친족으로 가장하여 토비아스와 함께 간다. 그것은 눈 먼 토비트의 기도에 응답해 줄뿐만 아니라 엑바타나에 사는 라구엘과 에드나의 딸 사라를 도와 주기 위해서였다. 악신 아스모데오의 시기로, 사라와 결혼했던 일곱 남편이 모두 결혼 첫날 밤에 차례로 살해되었던 것이다. 토비아스는 티크리스강가에서 야영을 하다가 물고기 염통과 간을 태워서 악신을 쫓아버리고는 사라와 결혼한다. 라파엘은 그 사이에 라구엘에게 달려가서 돈을 찾고, 니느웨에 있는 토비트와 그의 처 안나에게로 토비아스와 갓 결혼한 아내를 인도하여 돌아온다. 토비아스의 여행이 오래 지체됨으로 그들은 비통에 잠기게 되었으나 사랑하는 아들과 그의 신부를 맞이하여 기쁨으로 가득 찬다. 그 돈으로 그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라파엘의 지시대로 토비아스가 연로한 아버지의 눈에 물고기의 쓸개를 얹어 놓음으로써 토비트는 시력을 회복한다. 천사 라파엘은 자기의 신분을 밝히고 사라진다.

유딧 서
이것 또한 교훈적인 가치가 있는 소설적인 이야기로 BC 2세기에 기록되었다. 유딧은 용모가 아름답고경건한 유대인으로 베툴리아(세겜의 가명)의 과부이다. 유딧의 용기는 홀로페르네스 휘하 느부갓네살 침략군으로부터 그녀가 속한 도시를 구해낸다. 그 도시의 장로들이 5일 이내로 아무런 도움도 오지 않으면 항복하기로 결정하자, 유딧은 당당하게 그 도시를 떠나 홀로페르네스 진영으로 들어가서 자기의 미모와 언약을 통하여 장군을 현혹하였으며 마침내 그의 머리를 잘라, 자루에 담아 가지고 베툴리아로 돌아온다. 이 결과 그 도시의 수비대는 진격하게 되고 홀로페르네스의 대군은 잇따른 혼란 속에서 도망하다 파멸된다. 대제사장 요아킴(Joakim)과 장로들이 예루살렘으로부터 여걸 유딧을 칭송하기 위하여 베툴리아로 온다.

에스더의 추가서
이것은 헬라어로 기록되었으며 본문 가운데 "하나님"이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이야기 속에 하나님의 손길을 보여 준다. 70인 역에서는 정경 에스더서에 삽입되었다. 그 구성은 다음과 같다. ① 모르드개의 꿈과 그가 왕에 대한 모반을 사전에 막는 이야기. 히브리 정경 제1장의 앞에 17절이 포함디어 있다. ② 왕국의 모든 유대인들을 멸절 시키라는 왕의 조서. 이 부분은 모든 유대인들을 멸절시키려는 와의 조서. 이 부분은 히브리 본문 3:13에 이어진다. ③ 모르드개와 에스더의 기도. 히브리 정경 4장에 이어진다. ④ 에스더가 아하수에로 왕을 극적으로 알현함. 5장에 8절이 추가된다. ⑤ 하만의 처형과 유대인을 칭송하고 자위적 방비를 허락하는 왕의 조서. 정경 8:12에 이어진다. ⑥ 모르드개의 꿈 해석과 부림절의 의미에 대한 끝 맺음말. 이 부분은 히브리 정경 에스더의 마지막 장에 이어진다

솔로몬의 지혜서
이 책은 매우 매력적이고 흥미 있는 외경서 가운데 하나로 BC 50년경에 기록되었다. 첫 부분(1:1~6:8)은 "종말서"라고 불리는데, 의인과 악인의 운명을 비교함으로써 비도덕성의 진상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 부분(6:9~11:1)은 솔로몬의 입에서 나오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지혜의 찬사이다. 셋째부분(11:2~19:22)은 앞 부분들보다는 못한데, 이 부분은 애굽과 광야의 이스라엘을 역사적으로 회고하면서 우상숭배(13~15장)의 기원과 악함을 거론하며 끝맺는다. 복합적인 이 책은 기록자 불명이다.

집회 서
51장으로 된 이 책은 「호크마」 또는 히브리 지혜문서에 속한다. 이것은 외경 가운데 저자가 알려진 유일한 책이다. 그는 예루살렘 시락의 아들 예수(50:27)로 BC 175년경에 기록하였다. 그의 손자는 머리말에서 밝힌 바와 같이 BC 132년 히브리 원문을 헬라어로 번역하였다. 집회서의 전통적인 라틴어 명칭은 외경 가운데 '가장 뛰어난' '교회서' 임을 보여 주며 '금언'이 지닌 높은 도덕성과 영적인 성격, 초기시대 이래 그리스도인 들에게 널리 호평을 받았음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마카베오 상
수준 높은 역사, 문학작품. 이 책은 134년 모데인 반란(BC 167년)에서 시므온 마카베오의 살해(BC 134년)까지 마카베오 일가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이다.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와 그 후임자에 맞서 싸우는 모데인의 마따디아 아들들, 즉 유다. 요나단. 요한. 엘르아살과 시므온의 전율 어린 용솟음치는 애국심이 전편에 흐르고 있다.

마카베오 하
이 책은 부분적으로 마카베오 상과 동시대(BC 175-160년)의 기록이나, 역사적인 가치 면에서는 그것보다 떨어진다. 그리스 우상숭배를 반대하는 유대인들의 저항운동이 다소 신화적인 찬사로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구레네 사람 야손의 작품을 요약한 이야기라고 하나 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바룩
예레미야의 서기 바룩이 바벨론에서 기록한 것으로 공언되는 작품이다. 전반부(1:1~3:8)는 산문체로, 후반부(3:9~5:9)는 시가 체로 기록되었으며, 이사야. 예레미야. 다니엘 및 기타 예언서와 흡사하다. 이 책은 포로시대 유대인들의 기도와 신앙고백을 담고 있으며 회복의 약속을 언급하고 있다.

세 젊은이의 노래
정경 다니엘 서에 추가되는 이 외경은 풀무불 이야기(단 3:23) 다음에 삽입되었다. 이 책은 아자리아의 감동적인 기도, 기적적인 구원의 기사와 세 젊은이가 합창으로 드리는 찬양시로 되어 있다.

수산나 이야기
정경 다니엘서에 추가되는 또 하나의 외경으로, 정숙한 바벨론 부인 수산나가 어린 소년 다니엘의 지혜로 어떻게 조작된 간음혐의에서 벗어나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헬라어 역본에서는 제1장 앞에, 라틴어 불가타역에서는 제13장에 기록되어 있다.

벨과 용
이 전설적인 이야기는 우상숭배를 조롱할 의도로 기록되었다. 이 책은 다니엘서의 세 번째 추가 외경을 형성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상 벨 신상은 살아 있는 신이어서 매일 밤 그 곁에 차려진 엄청난 양의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고 생각되었다. 다니엘은 신전 바닥에 재를 흩뿌려 놓아서 제물을 정작 먹어 없애는 것은 벨신 제사장이라고 왕에게 증언한다. 그 즉시 왕은 벨 신상을 파괴하며 그 제사장들을 처형한다.

또 하나의 전설은 바벨론에서 숭배되는 용의 이야기다. 용에게 경배하라고 소환된 다니엘은 역청과 머리털과 비계를 섞어 용에게 먹임으로써 용의 숭배를 타파시킨다. 격노한 백성들은 사자굴 속에 다니엘을 던져 넣으라고 왕에게 강요한다. 이 속에서 그는 유다에서 추수꾼들에게 음식을 가져가는 길에 천사에 의해서 머리털을 휘어 잡혀 바벨론으로 옮겨진 예언자 하박국의 도움으로 엿새 동안을 먹고 지내게 된다. 7일째 되는 날 왕은 다니엘을 건져내고 그를 해치려던 자들을 굶주린 사자굴에 집어넣는다.

므낫세의 기도
이것은 의도적으로 기록된 므낫세의 참회기도다. 그는 유다의 사악한 왕으로 앗수르에 바벨론 포로로 끌려갔었다. 대하 33:19 이하에 삽입되었으며, 대체로 BC 1세기에 기록된 것으로 본다.
 
위경(Pseudepigrapha)

외경 이외에도 위경("허위문서")이라고 불리 우는 문서들이 있다. 이것들은 BC 2001년~AD 200년에 걸쳐 기록된 종교적인 작품으로 아담. 에녹. 노아. 모세. 스바냐. 바룩가 같이 훌륭한 구약인물들이 저작자라고 허위 주장한다. 외경(로마가톨릭교회는 1권 가운데 11권을 정경으로 인정함)과는 달리 위경 문헌들은 한 번도 정경의 위치에 오른 적이 없다. 이 책들은 주로 묵시서, 교훈집, 전설적인 이야기들이다. 일부 중요한 책들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모세 승천서
대 율법 작성자인 모세가 임종 직전에 여호수아에게 전달하고 위임했던 예언들이라고 주장된다. 이 책은 그 당시 바리새파가 점차 세속화함에 따라 한 바리새인이 AD 15년경에 기록한 항변 서이다.

이사야 승천서
이 책은 세 부분, 즉 이사야의 순교, 이사야의 환상, 히스기야의 유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랫동안 사멸되었던 히스기야의 유언 부분(2:13~4:18)은 사도시대 말기 그리스도교회의 영적 상황을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 이사야의 환상(6:1~9:40)은 1세기 삼위일체, 성육신, 부활과 천국에 관한 신앙을 조명해 보는 데 그 가치가 있다. 이사야의 순교는 여러 부분에 나뉘어 있다(1:1, 2, 6~13; 2:1-8, 10; 3:12; 5:1-14). 이것은 악독한 므낫세에 의해 톱으로 켜서 갈기갈기 찢겨진 이사야의 죽음을 재현해 주고 있다.

에녹서
이 책은 그리스도의 재림과 장차 올 심판에 대하여 노아와 에녹에게 임했던 묵시서라는 평을 받는 단편 작품이다. 저자 불명으로 BC 1, 2세기에 기록되었다.

회년서
50년 주기(레 25:8-12)의 회년 기로 세계역사를 구분하면서 이 작품(BC 153-105년)을 기록한 바리새인은 비도덕화 하는 헬레니즘의 영향에서 유대교를 구해내기 위해 율법을 격찬하며 히브리 족장들의 우수함을 기록하였다.

시빌 신탁서
이 신탁서는 마카베오 시대의 것이다. 제국의 몰락과 메시야 시대의 도래를 취급하면서 헬라인 시빌의 예언 담을 모방하였다. 원작 쿠매의 시빌은 에베소의 헤라클리투스(BC 500년)가 최초로 언급하였다.

솔로몬의 시편
이것은 BC 1세기 중엽부터 내려오는 18편의 시편으로 되어 있다. 익명의 바리새인이 기록한 것으로 여겨지며 메시야의 도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십이 족장 예언서
이 12유언서는 창세기 49장에 시사된 바와 같이 야곱이 열두 아들에게 유언한 것을 기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의 자료는 BC 2세기 초에 이루어졌으나 대체로 책의 형성은 AD 250년 이후로 보고 있다.
 
탈굼(Targums)
탈굼은 히브리성경을 후일 포로 후기시대 팔레스타인의 일상용어가 되었던 아람어로 자유롭게 번역한 것이다. 이것은 초기에 구전되었다가 히브리성경으로 읽혀졌으며 아람어 번역본에 이르게 되었다. 최초에 기록된 탈굼, 즉 온켈로스의 모세 오경이나 요나단의 예언서 등은 그리스도 시대에 기록된 것이다.

탈무드(Talmud)
이것은 모세 율법을 기초로 한 히브리 기본법과 민법의 모체다. 이는 BC 300년에서 AD 500년에 이르는 랍비 사상의 결정체다. 탈무드("교훈")는 「미쉬나」, 즉 모세의 성문법 그 자체에서 연유한 전통 구전 율법과 「게마라」, 즉 이러한 전통적인 율법에 대한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게마라에는 아람어가 사용되어 있다. 탈무드와 긴밀하게 결부되어 있는 것은 미드라쉬로서 이는 초기 회당에서 히브리 구약성경을 상세히 해설했던 히브리어 및 아람어 설교였다. 이 미드라시는 BC 100년-AD 300년에 성행하였다.

외경 -토비트(Tobit) 13-14장

13장 - 토비트의 찬미
1 토비트는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영원히 살아 계시는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를 찬양하여라.
2 그분은 채찍질을 하시고 또 자비를 베푸신다. 땅 밑바닥 지옥까지 끌어 내리시고, 또 그 무서운 파멸에서 끌어 올리신다. 그 손아귀에서 벗어날 자 아무도 없다.
3 이스라엘의 자손들아, 이방인들 앞에서 하느님께 감사하여라. 그분이 너희를 이방인들 속에 흩으시고,
4 거기에서 당신의 위대하심을 너희에게 드러내셨다. 살아 있는 모든 것 앞에서 주님을 높이 받들어라. 그분은 우리 아버지시며, 영원한 하느님이시다.
5 너희가 옳지 않은 일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벌을 내리시어 이방인들 속에 흩으실 것이고 또 너희 모두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그들 속에서 너희를 건져 내실 것이다.
6 너희가 진심으로 하느님께 돌아 와 마음을 다하여 그 앞에서 참되게 살면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돌아 오셔서 다시는 외면하시지 않을 것이다. 이제 너희는,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해 주신 일들을 생각하고 소리 높여 그분에게 감사드려라. 나는, 사로잡혀 있는 이 땅에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죄 많은 이방인들에게 그분의 힘과 위대하심을 드러낸다. 죄인들아, 돌아 오라. 하느님 앞에서 올바르게 살아라. 하느님께서 너희를 다시 생각하시고 자비를 베풀어 주실지 누가 알랴?
7 나는 내 하느님을 높이 받들고 내 마음이 하늘의 임금을 찬양하며, 그분의 위대하심을 생각하여 뛸 듯이 기뻐할 것이다.
8 모든 사람들아,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선포하고 예루살렘에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라.
9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아! 주님은 네 자녀들의 행실을 보시고 벌을 내리실 것이며 올바르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다시금 자비를 베푸실 것이다.
10 주님의 선하심을 찬양하여라. 만세의 왕을 기리어라. 네 성전이 다시 지어져서 너는 기뻐하게 될 것이다. 사로잡혀 갔던 모든 사람들이 네 안에서 즐거워하고 비참하게 지내던 모든 사람들이 오고오는 세대에 네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받게 되기를 비노라.
11 땅 구석구석까지 네 빛이 밝게 빛날 것이다. 많은 민족이 멀리서부터 너에게로 올 것이며 방방곡곡의 주민들이 네 거룩한 이름을 듣고 나와 손에손에 들고 온 예물을 하늘의 임금께 바칠 것이다. 오고오는 세대에 사람들이 네 안에서 기뻐할 것이고 선택받은 도성, 너 예루살렘은 길이길이 빛날 것이다.
12 너를 비방하는 자들은 모두 저주를 받을 것이며 너를 파괴하고 네 성벽을 헐고 네 탑들을 무너뜨리고 네 집들을 불사르는 자들은 모두 저주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두려운 마음으로 너를 귀히 여기는 자들은 영원토록 축복을 받을 것이다.
13 너 예루살렘아, 올바르게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여 기뻐하여라. 그들은 모두 함께 모여 영원하신 하느님을 찬양할 것이다.
14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네 평화를 기뻐하는 사람들에게 복이 있을 것이다. 네가 징벌을 받을 때마다 너 때문에 슬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복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네 안에서 기뻐할 것이며 영원토록 네 모든 기쁨을 함께 누릴 것이다.
15 내 영혼아, 위대한 임금이신 주님을 찬양하여라.
16 예루살렘성은 재건될 것이며 주님이 영원히 그 안에 거하실 것이다. 네 자손 중에 살아 남은 자들이 네 영광을 보고 하늘의 임금께 감사를 드릴 때에 나는 얼마나 행복하랴! 예루살렘의 성문들은 사파이어와 비취옥으로 만들어지고 그 성벽도 모두 보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예루살렘의 탑들은 황금으로 지어지고 그 보루들도 순금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17 예루살렘 거리들은 홍옥과 오빌의 보석으로 포장될 것이다.
18 예루살렘 성문들은 기쁨의 찬가를 부를 것이고 예루살렘의 모든 집들은 '할렐루야,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여 찬미받으소서' 하고 외칠 것이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영원토록 찬양할 것이다."

14장
1 토비트의 감사의 노래는 이렇게 끝났다.
토비트의 유언
○토비트는 니느웨에서 백 십 이 세에 평안히 죽어 영광스럽게 매장되었다.
2 그가 눈이 먼 것은 육십 이 세 때였고 시력을 되찾은 후에도 자선을 행하고 계속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그분의 위대하심을 널리 선포하였다.
3 ○토비트는 죽기 직전에 자기 아들 토비아를 불러 이렇게 당부하였다. "얘야, 네 자식들을 데리고
4 메대로 피신하여라. 나훔을 시켜 니느웨를 두고 예언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나는 믿는다. 그 예언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고, 하느님께서 보내신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이 아시리아와 니느웨를 두고 예언한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 예언의 말씀은 하나도 남김없이 제 때에 다 이루어지고야 말 것이다. 그러니 아시리아나 바빌론에 있는 것보다는 메대에 가 있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은 모두 다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또 믿는다. 그 말씀은 한 마디도 실패로 돌아 가지 않고 다 실현될 것이다. 이스라엘 땅에 사는 우리 동족들이 모두 포로가 되어 그 좋은 땅에서 추방되어 흩어질 것이고 이스라엘 땅은 온통 황무지가 될 것이다. 사마리아도 예루살렘도 황무지가 될 것이고 하느님의 전은 불에 타 버리고 당분간 슬픔에 잠길 것이다.
5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다시 자비를 베푸시고 이스라엘 땅으로 되돌아 오게 하시고 성전도 재건하게 하실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가 오기까지는 그 성전을 예전 것만큼 훌륭하게는 짓지 못할 것이다. 때가 되면 이스라엘 사람들이 포로생활로부터 돌아 와 예루살렘을 찬란하게 재건할 것이고,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이 예언한 대로 하느님의 성전도 그 곳에 세울 것이다.
6 땅에 사는 모든 민족이 마음을 돌이켜 진심으로 하느님을 공경할 것이며, 그들을 속여 그릇된 길로 인도하던 우상들을 버리고 올바른 길을 걸으며 영원하신 하느님을 찬양할 것이다.
7 그 때까지 살아 남아 진정으로 하느님께 충성을 바치는 이스라엘의 모든 백성은 다 함께 예루살렘으로 모여 와 아브라함의 땅을 차지하고 영원토록 안전하게 살 것이다. 하느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기뻐할 것이고 죄와 악을 행하는 자들은 온 땅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8 얘들아, 내 명령을 잘 들어라. 너희는 하느님을 진심으로 섬기고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행하여라. 너희의 자녀들을 잘 가르쳐서 올바른 일과 자선을 행하게 하고 하느님을 기억하며 언제나 힘을 다하여 참되게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게 하여라.
9 얘 토비아야, 여기 니느웨에 머물러 있지 말고 떠나거라.
10 네 어머니까지 죽어 내 무덤에 합장한 다음에는 하루도 이 곳에 지체하지 말고 떠나거라. 내가 보니 이 곳에는 부정부패와 사기횡령이 판을 치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얘야, 나답이 아히카르에게 한 일을 생각해 보아라. 아히카르가 나답에게 생매장을 당할 뻔하지 않았느냐? 나답이 아히카르를 죽이려 했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그를 영원한 어둠 속에 몰아 넣으시어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남기게 하셨으며 아히카르는 살리시어 광명을 보게 하셨다. 아히카르는 자선을 행하였으며 나답이 그를 죽이려고 만들어 놓은 죽음의 올무에서 빠져 나왔고 나답은 바로 그 올무에 걸려 자멸하고 말았다.
11 그러니 얘들아, 자선의 결과가 무엇인지, 악의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알아 두어라. 악의 결과는 죽음이다. 이제 내 숨이 끊어지려 하는구나."
토비트의 죽음
○그들이 토비트를 침상에 누이자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의 장례식은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12 그 후 토비아의 어머니가 죽자 토비아는 어머니를 아버지 무덤에 합장하고 자기 아내와 함께 메대로 가 엑바타나에서 장인 라구엘과 함께 살았다.
13 토비아는 늙은 장인 장모를 잘 모시다가 메대의 엑바타나에 그들을 묻었다. 이리하여 토비아는 자기 아버지 토비트의 재산뿐 아니라 라구엘의 집도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14 토비아는 백십 칠 세를 일기로 영광스러운 그의 일생을 마쳤다.
15 그는 죽기에 앞서 니느웨가 멸망하였다는 소식을 들었고 메대의 왕 아하스에로스가 사로잡은 포로들이 메대로 끌려 오는 광경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하느님께서 니느웨와 아시리아 백성들에게 행하신 모든 일을 보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이렇게 토비아는 죽기 전에 니느웨가 당한 운명을 생각하여 기뻐하였으며 영원히 살아 계시는 주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외경 -토비트(Tobit) 10-12장

10장 - 토비트의 근심
1 한편 토비트는 자기 아들의 왕복 여행에 드는 날수를 날마다 계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수가 다 차도 아들이 돌아 오지 않자,
2 토비트는 "혹시 그 애가 거기에 붙들려 있는 것이나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가바엘이 죽어서 돈을 돌려 줄 사람이 없는 것이나 아닐까" 하면서
3 근심하기 시작하였다.
4 그의 아내 안나는 "그 애는 이제 죽어서 이 세상에는 없어요"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자기 아들의 일로 애통해 하면서, 넋두리를 계속하였다.
5 "아이고 내 신세야. 내 눈이 어두울 때 내 빛이 되어 줄 너를 어찌하여 내가 떠나 보냈던고!"
6 이 말을 듣고 토비트는 이렇게 위로하였다. "여보, 그만해 두오. 그 애는 무사할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아마 그들에게 여의치 않은 일이 생겼나 보오. 그러나, 토비아와 같이 간 그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고 또 우리 동족 중의 한 사람이 아니오? 그러니 여보, 그 애에 대하여 근심하지 말아요. 멀지 않아 돌아 올 것이오."
7 그러나 안나는 "듣기 싫어요, 나를 속이지 마세요. 내 아이는 벌써 죽었어요" 하고 대꾸하였다. 안나는 날마다 밖으로 뛰쳐 나가 자기 아들이 떠나 가던 길을 살펴 보며 아무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안나는 해가 진 다음에 집에 돌아 와서도 밤새도록 슬프게 흐느껴 울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었다.
엑바타나를 출발한 토비아
○라구엘이 자기 딸을 위하여 베풀어 주겠다고 맹세한 십 사 일간의 혼인잔치가 끝나자 토비아는 자기 장인에게 가서 간청하였다. "이제는 저를 보내 주십시오. 틀림없이 집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다시 만나 보지 못할 줄로 생각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버님, 이제 제발 보내 주십시오. 집으로 돌아 가야겠읍니다. 제가 집을 떠나 올 때의 사정은 이미 다 말씀드리지 않았읍니까?"
8 그러나 라구엘은 토비아에게 "여보게, 좀더 있게. 나와 함께 좀더 지내세. 자네 춘부장께는 사람을 보내어 자네 소식을 전해 드리겠네" 하고 말하였다.
9 토비아는 "결코 그럴 수는 없읍니다. 어서 집으로 가야겠으니 제발 여기를 떠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10 ○그러자 라구엘은 서슴지 않고 토비아에게 그의 신부 사라를 내어 줄 뿐 아니라 남종과 여종, 소와 양, 나귀와 낙타, 옷과 돈과 그릇 등 자기 재산의 절반을 나누어 주었다.
11 그리고 무사히 지내던 토비아 일행을 떠나 보내며 그를 끌어 안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게, 잘 가게. 아무 탈없이 돌아 가기를 바라네. 하늘에 계신 주님께서 자네 아내 사라를 잘 돌보아 주시기를 비네. 내가 죽기 전에 자네들이 낳은 자식들을 보게 되었으면."
12 그리고 나서 자기 딸 사라에게도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네 시댁으로 가야 한다. 이제부터 시부모는 너를 낳은 우리들과 똑같은 부모님이시다. 얘야, 잘 가거라.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너에게서 희소식이 들려 오기를 바란다." 그는 끌어 안고 작별인사를 나눈 다음 그들을 떠나 보냈다.
13 그 때에 에드나도 토비아에게 말하였다. "자네는 내 사랑하는 자식이고 사위일세. 주님께서 자네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시기를 비네. 내가 죽기 전에 자네와 내 딸 사라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을 보게 되기를 바라네. 내가 주님 앞에서 내 딸을 자네에게 맡기니 잘 보살펴 주게. 평생토록 내 딸을 슬프게 해 주지 말게. 자, 잘 가게. 이제부터 나는 자네 어머니이고 사라는 자네의 사랑하는 아내일세. 주님께서 우리들을 다 같이 평생토록 잘 보살펴 주시기를." 에드나는 그 둘에게 입을 맞춰 주고 무사히 떠나 보냈다.
14 토비아는 건강한 몸과 유쾌한 기분으로 라구엘을 떠나 가며 자기의 여행을 성과 있게 해 주신 천지의 주재이시며 만물의 왕이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마지막으로 라구엘이 토비아에게 한 말은 이러하였다. "자네가 주님의 축복을 받아, 자네 부모의 여생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기를 나는 비네."

11장 - 시력을 되찾은 토비트
1 토비아의 일행이 니느웨의 맞은편에 있는 카세린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에 라파엘은 토비아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2 "우리가 집을 떠날 때에 네 아버지가 어떤 형편에 있었는지 잘 알지 않느냐?
3 네 아내 일행보다, 우리가 빨리 앞서 가서 그들이 따라 오는 동안에 집을 정돈하도록 하자."
4 라파엘은 이어서 토비아에게, 그 물고기의 쓸개를 손에 들고 가라고 말한 다음, 토비아와 함께 걸음을 재촉하였다. 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던 개도 라파엘과 토비아의 뒤를 따랐다.
5 ○한편 토비아의 어머니 안나는 주저앉아서 자기 아들이 떠나 가던 길을 지켜 보고 있었다.
6 그러다가 토비아가 오는 것을 보고 남편 토비트에게 "저기 당신 아들이 옵니다. 함께 갔던 사람도 옵니다" 하고 소리질렀다.
7 토비아가 자기 아버지에게 가까이 가기 전에 라파엘은 이렇게 말하였다. "틀림없이 네 아버지는 다시 눈을 떠 보게 될 것이다.
8 그 물고기의 쓸개를 아버지 눈에 발라 드려라. 그러면 그 약이 아버지 눈의 흰막을 줄어들게 하고 마침내는 없애 버릴 것이다. 그래서 네 아버지는 시력을 되찾아 빛을 보게 될 것이다."
9 ○안나는 앞으로 달려 나가 아들의 목을 얼싸 안고 "얘야, 내가 너를 다시 만났으니 이제는 죽어도 한이 없겠다"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10 토비트도 일어서서 허둥거리며 대문 밖으로 나갔다.
11 토비아는 물고기의 쓸개를 손에 든 채 아버지에게 달려 가 아버지의 눈에 입김을 불어 넣어드렸다. 그리고 아버지의 팔을 붙잡고 "아버지, 기운을 내십시오" 하고 말하며 그 약을 눈에 발라 드린 다음,
12 양손으로 아버지의 눈 구석에서부터 흰막을 벗겨 내었다.
13 그 때에 토비트는 아들의 목을 얼싸 안고 "네가 보이는구나, 내가 눈이 멀었을 때 눈노릇을 해 주던 네가!" 하고 말하였다.
14 그리고 이어서 다음과 같이 감사하였다.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주님의 크신 이름과 모든 거룩한 천사들이 찬미를 받아 마땅합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모든 천사들이 영원토록 찬미받으시기를 비옵니다.
15 주님은 저를 채찍으로 치셨으나 이제 저는 제 눈으로 아들 토비아를 봅니다."
○토비아는 기쁨에 넘쳐 소리 높이 하느님을 찬양하며 집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토비아는 하느님의 돌보심으로 자기 여행에 큰 성과가 있었다는 것과 돈을 찾아 왔다는 것과 라구엘의 딸 사라를 아내로 얻게 된 경위와 자기 아내도 같이 오는데 니느웨 성문 가까이 당도했으리라는 것을 아버지께 보고하였다.
16 ○토비트는 기쁨에 넘쳐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자기 며느리를 맞으러 니느웨 성문으로 나갔다. 니느웨 사람들은 토비트가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17 그 때 토비트는 하느님께서 자비를 베푸셔서 눈을 뜨게 해 주셨다는 사실을 그들 앞에서 분명히 말하였다. 토비트는 토비아의 아내 사라에게 가까이 가서 그를 축복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악아, 어서 오너라. 너를 우리에게 인도해 주신 네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자. 네 아버지와 내 아들 토비아와 또 너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빈다. 악아, 어서 집으로 들어 가자. 그리고 평안과 축복과 기쁨을 누려라." 그 날 니느웨에 사는 모든 유다인들이 다 같이 기뻐하였다.
18 그리고 토비트의 조카 아히카르와 나답도 그 집에 찾아 와서 기쁨을 나누었다.

12장 - 라파엘의 품삯
1 혼인잔치가 다 끝나자 토비트는 토비아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얘야, 너와 함께 갔던 그 사람에게 보수를 어김없이 드리도록 하여라. 그리고 정한 보수 외에도 좀더 얹어 드리기를 잊지 말아라."
2 토비아가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아버지, 그 사람에게 보수를 얼마나 드리는 것이 좋겠읍니까? 그 사람의 덕분으로 내가 가져오게 된 재산의 절반을 그에게 드려도 나는 아깝지 않겠읍니다.
3 나를 무사하게 인도하고 내 아내의 액운을 면케 해 주고 나를 도와서 그 돈도 찾아 올 수 있게 해 주고 또 아버지의 눈도 뜨게 해 준 분이 바로 그분이 아닙니까? 그러니 그에게 보수를 얼마나 더 드려야 하겠읍니까?"
4 토비트는 자기 아들에게 "얘야, 그가 가져다 준 모든 것의 절반을 그가 차지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고 대답하였다.
5 토비아는 라파엘을 불러 "형님께서 가져다 주신 모든 것의 절반을 보수로 드리니 받으시고 안녕히 가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라파엘의 권고
6 ○그러자 라파엘은 토비트와 토비아를 조용히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하느님께서 두 분에게 그토록 많은 은총을 베풀어 주셨으니, 하느님을 찬양하고 살아 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다른 사람들도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고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하신 일을 존중히 여겨 만민에게 분명히 드러내고 하느님께 감사하기를 게을리하지 마시오.
7 세상 임금의 비밀은 감추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업적은 드러내어 세상에 알리는 것이 좋으며 또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두 분께서는 좋은 일을 하십시오. 그러면 두 분에게는 불행이 닥치지 않을 것입니다.
8 옳지 못한 방법으로 부자가 되는 것보다는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고 올바른 마음으로 자선을 행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황금을 쌓아 두는 것보다는 자선을 행하는 것이 더 좋은 일입니다.
9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건져 내고 모든 죄를 깨끗이 없애 버립니다. 자선을 행하는 사람은 장수하게 될 것입니다.
10 죄를 짓고 옳지 않은 일을 행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파멸시키는 사람입니다.
라파엘의 정체
11 나는 이제 두 분에게 아무 것도 숨기지 않고 사실을 다 말씀드리겠읍니다. 나는 아까 두 분에게 세상 임금의 비밀은 감추는 것이 좋고 하느님의 업적은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읍니다.
12 당신 토비트가 기도할 때와 또 사라가 기도할 때 그 기도를 듣고 영광스런 주님께 그 기도를 전해 드린 것이 바로 나였읍니다. 그리고 당신이 죽은 사람을 묻어 주었을 때에도 내가 그 사실을 하느님께 보고드렸읍니다.
13 언젠가 당신이 잔치자리를 박차고 서슴지 않고 일어나 나가서 시체를 묻어 주던 날, 당신을 시험하기 위해 파견된 자도 바로 나였읍니다.
14 또 당신의 눈을 뜨게 하고 당신의 며느리 사라의 액운을 면케 해 주려고 하느님께서 보낸 자도 바로 나입니다.
15 나는 영광스런 주님을 시중드는 일곱 천사 중의 하나인 라파엘입니다."
16 ○이 말을 들은 그 두 사람은 당황하다 못해 겁에 질려 그 천사 앞에 엎드렸다.
17 그러나 라파엘은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고 안심하시오. 영원토록 하느님을 찬양하시오.
18 내가 당신들과 함께 있었지만 그것은 하느님께서 시키셔서 한 것이고 나 자신의 호의에서 한 것은 아니었읍니다. 그러니 언제나 당신들의 찬양과 찬미를 받으실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19 당신들은 내가 먹고 마시는 것을 보았지만 내가 정말 먹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그렇게 보였을 뿐입니다.
20 주 하느님을 찬양하고 감사를 드리시오. 나는 나를 보내신 분에게로 올라 갑니다. 당신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낱낱이 기록하시오."
○이 말을 남기고 라파엘은 하늘로 올라 갔다.
21 토비트와 토비아가 일어나 보니 라파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2 하느님께서 당신의 천사를 보내시어 그 놀라운 일들을 보여 주신 데 대하여 그들은 찬양과 찬미와 감사를 드렸다.

외경 -토비트(Tobit) 7--9장

7장 - 라구엘의 영접
1 토비아는 엑바타나에 도착하자 라파엘에게 "아자리아 형님, 우리 친척 라구엘의 집에 곧장 데려다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그래서 그는 토비아를 라구엘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들은 라구엘이 대문 곁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먼저 인사하였다. 라구엘은 "어서 오십시오. 젊은이들, 참 반갑습니다" 하고 답례를 한 후 그들을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 갔다.
2 그리고 자기 아내 에드나에게 "이 청년이 어쩌면 이렇게도 내 친척 토비트를 닮았지?" 하고 말하였다.
3 에드나가 "젊은이들, 당신들은 어디에서 왔읍니까?" 하고 묻자 그들은 "우리는 니느웨에 사로잡혀 살고 있는 납달리 지파 사람들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4 에드나가 다시 "그러면 우리 친척 토비트를 아십니까?" 하고 묻자 "알고말고요" 하고 그들이 대답하였다. "그가 잘 있읍니까?" 하고 그 여자가 또 물었을 때에
5 그들은 "예, 건강하게 지내고 있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이어서 토비아가 "제가 바로 그분의 아들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6 라구엘은 벌떡 일어나 토비아에게 입을 맞추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7 "자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바라네. 자네는 훌륭하고 착한 분을 아버지로 모시고 있네. 그렇게 늘 자비를 베푸는 어른이 눈이 멀다니, 참으로 비참하기도 하지!" 라구엘은 자기 친척 토비아의 목을 끌어 안고 울었다.
8 그의 아내 에드나도 울었고 그의 딸 사라도 따라 울었다.
9 라구엘은 자기 양떼 중에서 수양 한 마리를 잡아, 그들을 융숭하게 대접하였다.

토비아와 사라의 결혼
○토비아와 라파엘이 몸과 손을 씻고 저녁을 먹으러 식탁에 둘러 앉았을 때 토비아는 라파엘에게 "아자리아 형님, 라구엘에게 말씀드려 내 친척 사라를 내 아내로 내어 주게 해 주십시오" 하고 부탁하였다.
10 라구엘이 이 말을 엿듣고 토비아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밤은 어서 먹고 마시며 즐기게. 자네는 내 가장 가까운 친척이야. 내 딸 사라를 아내로 맞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자네 말고 또 누가 있겠나. 사실 나는 내 딸 사라를 어떤 딴 사람에게 줄 권리가 없네. 그러나 자네에게 밝혀 두어야 할 사실이 있네.
11 내 딸 사라를 동족에게 일곱 번이나 시집 보냈지만 첫날밤 신랑들이 사라를 가까이하려다가 모두 죽어 버렸네. 그러나 주께서 잘 보살펴 주실 터이니, 어서 먹고 마시게." 토비아가 이 말을 듣고 "제 일을 결정지어 주시기 전에는 여기에서 제가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겠읍니다" 하고 말하자 라구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네. 모세 율법이 지시하는 대로 사라를 자네에게 주겠네. 사라가 자네 아내가 되는 것은 하늘이 이미 정해 놓은 일일세. 자네 친척 사라를 아내로 맞게. 이제부터 자네는 사라의 남편이 되고 사라는 자네의 아내가 되는 것일세. 오늘부터 사라는 영원히 자네 것일세. 하늘의 주님께서 오늘 밤 자네들을 잘 돌보아 주실 것일세. 주님께서 자네들에게 자비와 평안을 베풀어 주시기를 비네."
12 그리고 라구엘은 자기 딸 사라를 불렀다. 사라가 오자 그는 딸의 손을 잡고 딸을 토비아에게 넘겨 주며 이렇게 말하였다. "모세의 책에 기록되어 있는 율법과 규정에 따라 사라를 자네 아내로 주니, 아내로 맞이하여 아버지 계신 곳으로 잘 데리고 가게.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자네들의 갈 길을 잘 보살펴 주시기를 비네."
13 라구엘은 사라의 어머니를 불러 종이를 가져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세 율법의 규정에 따라 사라를 토비아에게 준다는 혼인계약서를 작성하였다.
14 그리고 나서야 그들은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15 ○라구엘은 자기 아내 에드나를 불러서 "여보, 방을 하나 따로 마련하고 사라를 그리로 들여 보내시오" 하고 말하였다.
16 에드나는 가서 남편의 지시대로 신방을 꾸미고 사라를 그리로 데리고 들어 갔다. 거기에서 딸의 신세를 생각하며 울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17 "얘야, 용기를 내어라. 하늘의 주님께서 네 슬픔을 거두어 주시고, 기쁨을 내려 주실 것이다. 얘야, 용기를 내라." 이 말을 남기고 에드나는 방에서 나왔다.

8장 - 귀신의 퇴치
1 그들은 음식을 다 먹고 나자 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신랑을 데리고 가서 신방으로 들여 보냈다.
2 그 때에 토비아는 라파엘의 말을 기억하고 자기가 가지고 다니는 자루에서 물고기 간과 염통을 꺼내어 타오르는 향불 위에 올려 놓았다.
3 그 물고기 냄새를 맡고 귀신은 에집트 땅 먼 곳까지 도망을 가 버렸다. 그 때에 라파엘은 그 귀신을 날쌔게 쫓아 가서 손발을 묶고 꼼짝도 못하게 해 놓았다.
4 ○토비아를 데려다 준 사람들이 신방에서 나와 문을 닫자 토비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사라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 일어나시오. 우리 주님께 기도드리며 우리에게 자비와 구원을 내려 주시기를 간구합시다."
5 사라가 일어나자 그들은 함께 기도를 드리며 그들을 구원해 주시기를 간구하기 시작하였다. 토비아는 이렇게 기도하였다.
"우리 조상의 하느님, 찬양을 받으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하여금 영세무궁토록 찬미받게 하소서. 주님이 창조하신 하늘과 만물로 하여금 영원토록 찬양하게 하소서.
6 주님은 아담을 창조하셨고, 그를 돕고 받들어 줄 아내로서 하와도 창조하셨읍니다. 그 둘에게서 인종이 퍼졌읍니다.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를 닮은 짝을 만들어 그를 돕게 하자' 하고 주님은 말씀하셨읍니다.
7 내가 지금 이 여자를 아내로 맞는 것은 음욕 때문에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참되게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나와 내 아내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늙도록 함께 살게 해 주소서."
그들은 소리를 합하여 "아멘" 하고 말하였다.
8 그리고 나서야 그들은 그 밤을 지내기 위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9 ○라구엘은 밤중에 일어나 자기 하인들을 불러, 데리고 나가
10 "신랑이 죽으면 우리는 사람들의 조롱과 비방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면서 무덤을 팠다.
11 무덤을 다 판 후에 라구엘은 집으로 돌아 가서 자기 아내를 불러,
12 이렇게 말하였다. "하녀 하나를 들여 보내어 신랑이 살아 있는지 보고 오게 하시오. 그가 죽었으면 아무도 모르게 그를 묻어 버려야겠소."
13 라구엘 부부는 등불을 켜 가지고 신방 문을 열고 하녀를 들여보냈다. 하녀가 들어 가 보니 신혼부부는 둘 다 깊이 잠들어 있었다.
14 하녀는 나와서, 토비아는 아무런 해도 입지 않고 살아 있다고 그들에게 보고하였다.
15 이 보고를 들은 라구엘 부부는 하늘에 계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깨끗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주님을 찬양합니다.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영원히 주님을 찬양하게 하소서.
16 주님께서 나에게 기쁨을 주셨사오니 감사합니다. 내가 염려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게 해 주셨고 도리어 주님은 놀라운 은총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셨읍니다.
17 주님께서 외아들과 외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셨사오니 감사합니다. 주님, 그들에게 자비와 구원을 베풀어 주시고 주님이 주시는 자비와 기쁨을 누리며 일생을 마치게 해 주소서."
18 ○라구엘은 날이 밝기 전에 그 무덤을 메우라고 하인들에게 지시하였다.

혼인잔치
19 ○라구엘은 자기 아내에게 음식을 많이 장만하라고 이른 다음 목장으로 가서 황소 두 마리와 수양 네 마리를 끌어다가 하인들을 시켜 잡게 하였다. 하인들은 잔치 준비를 시작하였다.
20 라구엘은 토비아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자네는 열 나흘 동안 절대로 이 곳을 뜨지 말고 여기 내 곁에 머물러 있으면서 먹고 마시게. 지금까지 모든 괴로움에 멍든 내 딸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게.
21 내 재산의 절반을 당장 줄 테니 자네 아버지에게 갈 때 잘 가지고 가게. 나머지 절반은 나와 내 아내가 죽은 다음 자네들 것이 될 걸세. 여보게 이사람, 씩씩하게 살아 가게. 나는 자네 아버지고 에드나는 자네 어머니일세. 사라가 우리 자식이듯이 자네도 이제부터 영원히 우리 자식일세. 그러니 씩씩하게 살아 가게."

9장 - 돈을 되찾음
1 토비아는 라파엘을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2 "아자리아 형님, 하인 네 사람과 낙타 두 마리를 거느리고 라게스로 가십시오. 가바엘 댁에 가셔서 이 증서를 내주시고 돈을 받아 오십시오.
3 그리고 그분을 이 혼인잔치에 모시고 오십시오.
4 형님이 아시는 대로 제 아버지는 날수를 세고 계실 것입니다. 내가 단 하루라도 더 지체하면 아버지께 걱정을 많이 끼쳐 드리게 될 것입니다. 형님은 나의 장인 라구엘이 무슨 맹세를 하셨는지 다 들으셨읍니다. 나는 그가 맹세하신 말씀을 거역할 수가 없읍니다."
5 라파엘은 하인 네 사람과 낙타 두 마리를 거느리고 메대의 라게스에 있는 가바엘의 집에 가서 머물렀다. 라파엘은 증서를 가바엘에게 넘겨 주고, 토비트의 아들 토비아가 장가를 들었다는 소식과 그가 가바엘을 혼인잔치에 초대한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그러자 가바엘은 곧 봉인한 채로 있는 돈주머니들을 세어서 따로 싸 놓았다.
6 그들은 다음날 아침 일찍 함께 출발하여 잔치집으로 왔다. 그들이 라구엘의 집에 들어가 보니 토비아는 잔치상을 받고 앉아 있었다. 토비아가 벌떡 일어나 가바엘에게 인사를 하자 가바엘은 눈물을 흘리며 토비아를 축복해 주었다. "훌륭하고 착한 젊은이, 자네 아버지도 훌륭하고 착하고 올바른 자선가이시네. 주님께서 하늘의 축복을 자네와 자네 아내와 자네 아버지와 자네 장모에게 내려 주시기를 비네. 하느님, 감사합니다. 내가 내 사촌 토비아를 만나니 그의 아버지 토비트를 만난 것 같습니다."

외경 -토비트(Tobit) 4-6장

4장 - 토비트의 지시
1 그 날 토비트는 자기가 전에 메대의 라게스에 사는 가바엘에게 돈을 맡겨 두었던 일이 머리에 떠올라서,
2 "내가 죽음을 간청하였으니 죽기 전에 아들 토비아를 불러 이 돈 이야기를 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3 그래서 그는 토비아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거든 잘 묻어 다오. 그리고 네 어머니를 소홀히 대하지 말고 평생토록 존경하며 그 마음에 드는 일만 해 드려라. 어머니 마음을 슬프게 해서는 안 된다.
4 네가 태중에 있을 때 네 어머니가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까 생각해 보아라. 네 어머니가 죽거든 같은 무덤에 나와 나란히 묻어 다오.
5 얘야, 너는 일생 동안 우리 주 하느님을 기억하고 죄를 짓거나 하느님의 계명을 어기려고 하지 말아라. 너는 평생토록 옳은 일을 행하고 옳지 않은 길은 걷지 말아라.
6 네가 진리를 따르기만 한다면 무슨 일을 하든지 성공할 것이다.
7 옳은 일을 행하는 모든 사람에게, 너에게 있는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자선을 베풀 때에는 아까와하는 마음을 갖지 말아라. 가난한 사람을 만나거든 그가 누구든지 외면하지 말아라. 그러면 하느님께서도 너에게서 얼굴을 돌리시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다.
8 네 재산 정도에 맞게 힘 닿는 데까지 자선을 베풀어라. 네가 가진 것이 적더라도 주저하지 말고 적은 대로 자선을 베풀어라.
9 이렇게 하는 것은 네가 곤경을 당하게 되는 날을 대비하여 좋은 보물을 쌓아 두는 일이 된다.
10 자선은 자선을 베푸는 사람을 죽음에서 건져 내고 암흑에 빠지지 않게 해 주는 것이다.
11 누구든지 자선을 베풀면 그 자선은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바치는 좋은 예물이 된다.
12 얘야, 모든 음란한 일을 피하여라. 무엇보다도 네 조상의 가문에서 네 아내를 택하여라. 네 아버지의 부족에 속하지 않은 이방인 여자를 아내로 택하지 말아라. 우리는 예언자들의 후손이다. 얘야, 우리의 옛 조상 노아와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을 생각해 보아라. 그들은 모두 자기들의 친족 가운데서 아내를 얻었고 축복을 받아 그들의 자녀를 낳았다. 이제 그들의 후손이 이 땅을 차지할 것이다.
13 얘야, 네 친족을 사랑하여라. 네 친족에 대하여나 네 동포의 자녀들에 대하여 교만한 마음을 품지 말아라. 너는 그들 중에서 네 아내를 택해야 한다. 교만은 파멸과 많은 혼란을 가져오는 법이다. 태만은 집안을 망치고 큰 가난을 몰고 온다. 태만은 기근의 어미다.
14 너를 위하여 일해 준 사람이 누구든지간에 그의 품삯을 당장에 치러 주고 다음날까지 미루지 말아라. 네가 하느님을 섬기면 하느님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얘야, 무슨 일을 하든지 조심해서 하고, 네 모든 몸가짐을 신중하게 하여라.
15 네가 싫어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행하지 말아라. 포도주를 취하도록 마시지 말고 술에 취하는 버릇을 갖지 않도록 하여라.
16 굶주린 사람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고 헐벗은 사람에게 네 의복을 나누어 주어라. 필요 이상의 물건이 너에게 있거든 그것으로 남을 구제하고 남을 구제할 때에는 아까운 마음을 품지 말아라.
17 하느님의 법대로 살다가 죽은 사람의 장례식을 치를 때에는 네 음식을 아낌없이 제공해 주어라.
18 지혜로운 사람이 있거든 그에게서 조언을 구하고 너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은 무엇이든지 소홀히 여기지 말아라.
19 언제나 주 하느님을 찬양하고 네가 가는 길을 평탄케 해 주시기를 간구하여라. 그러면 네가 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성공할 것이다. 어느 민족이나 다 그런 인도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께서 원하시는 민족에게만 친히 온갖 좋은 것들을 베풀어 주신다. 주께서 원하시지 않는 민족은 여지없이 멸망시키신다. 그러니 얘야, 내 훈계를 네 마음에 새기고 너에게서 떠나 가지 않도록 하여라.
20 내가 전에 메대의 라게스에 사는 가브리의 아들 가바엘에게 은 십 달란트를 맡겨 둔 일이 있으니 너도 알아 두어라.
21 네가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모든 죄악을 멀리하며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행한다면 너는 부유하게 될 것이다."

5장
1 그 때 토비아는 아버지 토비트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일러 주신 모든 일을 다 행하겠읍니다.
2 그렇지만 가바엘이 저를 모르고 저도 그를 모르는데 어떻게 그에게서 돈을 받을 수가 있겠읍니까? 제가 그에게서 그 돈을 받으려면 내가 누구라는 것을 알리고 저를 믿게 하여야 할 터인데 무슨 증거를 그에게 보여 주어야 하겠읍니까? 저는 메대로 가는 길도 모릅니다."
3 토비트는 자기 아들 토비아에게 이렇게 일러 주었다. "전에 가바엘과 나는 증서를 만들어서 각각 서명을 한 후 그것을 두 조각으로 찢어서 하나는 내가 간직하고 다른 하나는 돈과 함께 그에게 맡겨 두었다. 내가 그 돈을 맡겨 둔 지가 이십 년이나 되었다. 얘야, 네가 믿을 만한 사람을 하나 구해 가지고 가바엘에게 함께 가서 돈을 받아 오도록 하여라. 함께 갔던 사람에게는, 네가 돌아 온 후에 보수를 주도록 하자."
4 ○토비아는 밖으로 나가서 메대로 가는 길을 잘 알 뿐만 아니라 자기와 함께 가 줄 사람을 찾아 보았다. 그러던 중 그는 천사 라파엘을 만났는데 자기 앞에 서 있는 그가 하느님의 천사인 줄은 몰랐다.
5 토비아가 라파엘에게, "당신은 어디서 오셨읍니까?" 하고 묻자 "나는 당신의 동족 이스라엘 사람으로서 여기 일자리를 찾아 왔읍니다" 하고 라파엘이 대답하였다. 토비아가 다시 "당신은 메대로 가는 길을 잘 아십니까?" 하고 묻자,
6 라파엘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알고말고요. 거기 여러 번 가 보았읍니다. 그리로 가는 길이라면 안 가 본 길이 없어서 모두 다 잘 알고 있읍니다. 그 곳 라게스에 사는 우리 동족 가바엘의 집에서 묵곤 했지요. 라게스는 산골 동네이기 때문에 엑바타나에서 라게스까지 가려면 꼬박 이틀이 걸립니다."
7 토비아는 라파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좀 기다려 주십시오. 집으로 들어 가 아버지께 여쭙고 나오겠읍니다. 당신은 나와 함께 꼭 가 주셔야 하겠읍니다. 거기에 대한 보수는 물론 드리지요."
8 그 때에 천사가 "예, 기다리지요. 지체하지만 마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9 ○토비아는 집으로 들어 가서 아버지 토비트에게 보고하였다. "우리 이스라엘 동족 한 사람을 만났읍니다." 그러자 토비트가 "얘야, 그 사람을 불러 오너라. 그 사람이 어느 집안과 어떤 지파에 속하는지 들어 보고 네가 믿고 데리고 갈 만한 사람인지 알아 봐야겠다" 하고 말하였다. 토비아는 밖으로 나가서 라파엘을 부르며 "여보시오, 제 아버지께서 당신을 부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10 라파엘이 그 집에 들어 가자 토비트가 먼저 인사하였다. "기쁨이 충만하시기를 빕니다" 하고 라파엘이 답례를 하자 토비트가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무엇을 가지고 기뻐하겠읍니까? 나는 눈이 먼 사람으로서 하늘의 빛을 보지 못하고 빛을 보지 못하는 죽은 자처럼 암흑 속에 잠겨 있읍니다. 나는 살아 있으나 죽은 사람이나 다름 없읍니다. 사람의 말소리는 들어도 그들의 얼굴은 보지 못합니다." 그러자 라파엘이 "기운을 내십시오. 멀지 않아 하느님께서 당신을 고쳐 주실 것입니다. 어서 기운을 내십시오" 하고 격려하였다. 토비트는 "내 아들 토비아가 메대로 가려고 하는데 당신이 함께 가며 그의 길을 인도해 줄 수 있겠읍니까? 보수는 드리겠읍니다" 하고 청하였다. 라파엘이 대답하였다. "예, 함께 갈 수 있읍니다. 나는 모든 길을 잘 알고 있읍니다. 메대에는 여러 번 가 보았고 그 곳 들과 산을 두루 다녀 보았기 때문에 어느 길이고 모르는 길이 없읍니다."
11 "당신은 어느 지파, 어느 가문에 속합니까? 나에게 말해 주시오" 하고 토비트가 청하자,
12 라파엘은 "내 출신 지파는 알아서 무엇하시겠읍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토비트가 다시 "당신이 정말 누구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싶읍니다" 하자,
13 "나는 당신의 동족인 위대한 아나니아의 아들 아자리아입니다" 하고 라파엘이 대답하였다.
14 이 말을 듣고 토비트가 말하였다. "참 잘 오셨읍니다.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내가 당신의 가문에 대해서 캐물은 것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알고 보니 당신은 나의 동족일 뿐 아니라 훌륭하고 좋은 집안에 태어나셨군요. 나는 스마야의 두 아들 아나니아와 나단을 전부터 알고 있읍니다. 그들은 나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 가서 같이 예배를 드리곤 했지요. 그들은 한번도 탈선한 일이 없는 좋은 사람들입니다. 당신은 정말 훌륭한 집안에서 태어났군요. 이렇게 오셔서 반갑습니다."
15 토비트는 계속하여 말하였다. "나는 당신에게 하루 한 드라크마를 보수로 드리겠읍니다. 그리고 내 아들에게 주는 여비와 같은 액수의 여비를 드리겠읍니다. 내 아들을 데리고 갔다 오십시오.
16 그러면 정한 보수 외에도 좀더 생각해 드리겠읍니다." 라파엘이 대답하였다. "내가 그를 데리고 함께 갔다 오겠읍니다. 그 여행길은 안전하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잘 갔다가 무사히 돌아 오겠읍니다."
17 토비트는 "여행 중에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하고 라파엘에게 말한 다음 자기 아들을 불러서 "얘야, 길 떠날 채비를 하고 네 동족인 이분과 함께 떠나거라.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서 여행길에 너희를 보호해 주시고 무사히 돌아 오게 해 주시기를 빈다. 하느님의 천사가 너와 동행하며 지켜 주시기를 빈다" 하고 말하였다.
○토비아는 길을 떠나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입을 맞추었다. 토비트가 토비아에게 "몸 성히 갔다 오너라" 하고 말하였다.
18 그 때 토비아의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리며, "어쩌자고 내 아이를 보냅니까? 그 애는 늘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우리의 지팡이 구실을 하지 않아요?
19 돈은 더 해서 무엇해요? 그 돈 때문에 우리 아이를 희생시킬 수야 없지 않아요?
20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만큼만 가지고 살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하고 말했다.
21 토비트는 자기 아내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조금도 염려하지 말아요. 우리 아이는 잘 갔다가 무사히 돌아 올 테니까. 그 애가 당신 곁으로 무사히 돌아 오는 날을 당신 눈으로 직접 보게 될 것이오.
22 그러니 여보, 염려하지 말아요. 이 두 사람 때문에 걱정할 것은 조금도 없소. 선한 천사가 토비아와 동행할 테니, 이 애는 여행을 잘 끝마치고 무사히 돌아 올 것이오."

6장
1 이 말을 듣고 토비트의 아내는 울음을 그쳤다.
이상한 물고기
2 ○토비아와 라파엘은 길을 떠났다. 그 집의 개도 따라 나서서 그들과 동행하였다. 그 둘은 길을 가다가 밤이 되어 티그리스강 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3 토비아가 발을 씻으려고 물가에 내려 갔을 때에 커다란 물고기가 물에서 뛰어 올라 그 소년의 발을 잘라 먹으려고 하였다. 그래서 그는 소리를 질렀다.
4 그 때에 천사가 소년에게 "그 물고기를 놓치지 말고 붙잡아라" 하고 말하였다. 토비아는 그 물고기를 붙잡아 가지고 뭍으로 끌어 올렸다.
5 그러자 천사 라파엘이 말하였다. "그 물고기의 배를 갈라서 쓸개와 염통과 간은 꺼내어 잘 보관하고 나머지 내장은 다 버려라. 그 쓸개와 염통과 간은 약으로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6 토비아는 물고기의 배를 가르고 쓸개와 염통과 간을 따로 간수한 다음, 물고기의 일부분은 구워서 먹고 나머지는 소금에 절여 두었다.
○그들 둘은 여행을 계속하여 마침내 메대 근처에까지 이르렀다.
7 그 때에 토비아가 천사 라파엘에게 "아자리아 형님, 이 물고기의 염통과 간과 쓸개는 도대체 무슨 약으로 쓰입니까?" 하고 묻자
8 천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 물고기의 염통과 간은 악마를 퇴치하는 데 쓰는 것이다. 악한 귀신이나 악령에 사로잡힌 남자 또는 여자 앞에서 그것들을 태워 연기를 피우면 그 악한 것들이 주던 괴로움이 깨끗이 사라지고 다시는 그 괴로움이 그 사람에게 돌아 오지 않는다.
9 그리고 쓸개는, 그것을 흰막이 생긴 눈에 바르고 흰막에 닿도록 불어 넣으면 시력이 회복된단다."
10 ○그들이 메대 땅에 들어 가 엑바타나에 이르렀을 때에
11 라파엘이 "토비아" 하고 부르자 "왜 그러십니까?" 하고 토비아가 대답하였다. 라파엘이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오늘 밤 라구엘의 집에서 묵어야 하겠는데 그 사람은 네 친척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사라라는 딸이 있다.
12 그의 자녀라고는 사라밖에 없다. 너는 사라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니만큼 어느 누구보다도 그 여자를 차지할 권리가 있고 그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 그 여자는 영리하고 용감하고 대단히 아름다우며 그의 아버지도 훌륭한 분이다."
13 라파엘은 계속하여 말했다. "너는 그 여자와 결혼할 자격이 있으니 내가 오늘 밤 그 여자의 아버지에게 그 여자를 네 신부로 데려 가게 해 달라고 청하겠다. 우리가 라게스에 갔다가 돌아 와서 혼인잔치를 베풀도록 하자. 내가 알기에는 라구엘이 자기 딸과 네가 결혼하는 것을 막거나 그 딸을 다른 데 시집 보내는 일은 결코 할 수 없다. 누구보다도 네가 그의 딸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그가 알면서도 이행하지 않으면 모세 율법의 규정에 따라 사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오늘 밤 라구엘에게 그 처녀에 관하여 상의를 하고 너와 그 처녀의 약혼식을 올리도록 하자. 그리고 우리가 라게스에 갔다가 돌아 와서 그 여자를 데리고 네 집으로 함께 돌아 가자."
14 ○그 때에 토비아가 라파엘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자리아 형님, 나는 그 여자가 이미 일곱 번이나 결혼했었다는 말을 들었읍니다. 그와 결혼한 남편들은 신방에서 모두 죽었다지요? 첫날밤 그 여자에게 가까이 가려다가 모두 죽었다면서요? 귀신이 그들을 죽였다는 소문도 들었읍니다.
15 나도 죽을까 겁이 납니다. 귀신이 그 여자는 해치지 않고 그 여자를 가까이하려는 남자만을 죽인답니다. 나는 우리 집안의 외아들입니다. 만일 내가 죽는다면 내 부모가 나 때문에 슬퍼하다가 지레 돌아가실 터이니 결국 내가 그들을 죽이는 셈이 될 것입니다. 내 부모에게는, 그들을 묻어 드릴 자식이 나밖에 없읍니다."
16 라파엘이 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아버지의 명령을 잊었느냐? 네 가문에 속하는 여자와 결혼하라고 명령하시지 않았느냐? 자,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어라. 그 귀신에 대해서는 아무 염려 말고 사라와 결혼하도록 하여라. 틀림없이 오늘 밤에 그 여자가 네 아내가 될 것이다.
17 네가 신방에 들어 가게 되면 그 물고기의 간과 염통을 꺼내어 향불 위에 올려 놓아 냄새를 피우도록 하여라.
18 그러면 귀신이 그 냄새를 맡고 달아나서 다시는 그 여자 곁에 얼씬도 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그 여자와 동침하려 할 때에 우선 둘이서 함께 일어나 하늘에 계신 주님께 기도를 드리며 자비와 구원을 베풀어 주시기를 간구하여라. 그 여자는 처음부터 네 아내로 정해져 있었고 네가 그 여자를 살려 내게 될 터이니 두려워 말아라. 그 여자는 너를 따라 가서 틀림없이 자녀를 많이 낳아 줄 것이다. 그러면 네 집안에 많은 형제가 생길 것이다. 자, 염려하지 말아라." 토비아는 라파엘의 말을 들어 사라가 자기의 동생뻘이 되고 자기 아버지 가문의 자손이라는 것을 알자 사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용솟음쳤고 그의 마음은 사라에게서 떠날 줄을 몰랐다.

외경 - 토비트(Tobit) 1-3장

머리말
1 이 책은 토비트에 관한 이야기를 적은 것이다. 토비트는 납달리 지파의 아시엘 집안에 속한 사람으로서 그의 아버지는 토비엘, 할아버지는 하나니엘, 증조부는 아두엘, 고조부는 가바엘이었다. 가바엘의 아버지는 라파엘이었고 할아버지는 라구엘이었다.
2 토비트는 아시리아 왕 살마네셀 때에 티스베라는 곳에서 살다가 포로로 잡혀 간 사람이었다. 티스베는 갈릴래아 지방 납달리 케데스 남쪽에 있는 곳으로서 아세르에서는 서쪽 언덕에, 포고르에서는 북쪽에 위치한 곳이었다.
토비트의 귀양살이
3 ○나 토비트는 평생토록 진리와 정의의 길을 걸어 왔다. 나는 나와 함께 아시리아의 니느웨 지방으로 귀양살이를 간 형제들과 동포들에게 많은 자선을 베풀었다.
4 내가 어려서 이스라엘 땅 내 고향에 살고 있을 때에 내가 속한 납달리 지파의 모든 사람이 내 조상 다윗 왕조를 배반하고 예루살렘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모든 지파가 희생제물을 드리는 유일한 장소로 선택된 곳이다. 거기에는 하느님께서 거처하실 성전이 오고오는 모든 세대를 위하여 거룩하게 따로 지어져 있었다.
5 내 모든 형제들과 내가 속한 납달리 지파의 모든 사람은 갈릴래아의 모든 산에서 이스라엘 왕 여로보암이 단에서 만든 송아지 우상에게 희생제물을 드리곤 하였다.
6 그러나 나만은 이스라엘 모든 사람이 받은 영원한 법전에 기록되어 있는 대로 명절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 갔다. 그 때마다 나는 밭곡식의 첫수확과 가축의 맏배와 수입의 십분의 일과 처음 깎은 양털을 가지고 예루살렘으로 급히 올라 가서
7 아론의 후예인 사제들에게 주어 제단에 바치게 하였다. 그리고 밀과 포도주와 올리브 기름과 석류와 무화과와 그 밖에 다른 과일들의 십분의 일을 예루살렘 성전에서 봉사하고 있는 레위 지파 사람들에게 주었다. 또 안식년을 제외한 육 년 동안 해마다 또 다른 십분의 일을 팔아 돈으로 바꾸어 가지고 예루살렘에 가서 비용으로 썼다.
8 고아와 과부와 이방인으로서 유다교로 개종하고 이스라엘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는 재산의 십분의 일을 나누어 주었다. 삼 년마다 나는 그 선물을 그들에게 가지고 가서 모세의 율법서에 제정된 법대로, 또 우리 할아버지 하나니엘의 어머니 드보라가 명령한 대로 그들과 함께 먹었다. 내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나는 고아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9 ○나는 장성하여 우리 가문에서 아내를 맞아 아들을 낳고 그의 이름을 토비아라고 불렀다.
10 내가 포로가 되어 아시리아로 귀양을 가서 니느웨성으로 끌려 갔을 때에 내 형제들과 동족들은 모두 이방인의 음식을 먹었다.
11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그런 음식을 먹지 않았다.
12 이렇게 내가 마음을 다하여 하느님을 섬겼기 때문에
13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서 나로 하여금 살마네셀왕의 총애와 귀여움을 받게 해 주셨다. 그래서 나는 왕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 들이는 벼슬을 맡게 되었다.
14 왕이 죽을 때까지 나는 자주 메대에 가서 왕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사오곤 하였다. 그 때에 나는 메대 지방에 살고 있는 내 친척 가브리의 아들 가바엘에게 은 십 달란트가 든 자루를 맡겼었다.
15 살마네셀이 죽고 그의 아들 산헤립이 왕위를 물려받았을 때에 메대로 가는 길이 차단되어있어서 나는 그리로 갈 수가 없었다.
동포의 시체를 매장한 용기
16 ○살마네셀왕 때에 나는 내 형제들과 동족을 위하여 자선사업을 많이 하였다.
17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먹을 것을 주었고 헐벗은 사람들에게는 입을 것을 주었으며 내 동족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죽어서 니느웨성 밖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을 묻어 주었다.
18 산헤립왕이 유다를 침공했을 때 하느님을 모독했기 때문에 하늘의 왕이신 하느님께서 그에게 벌을 내리신 일이 있었는데 그는 유다로부터 도망쳐 나와서 홧김에 이스라엘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시체를 묻어 주었다. 내가 그들의 시체를 훔쳐다가 묻어 주었기 때문에 산헤립왕은 그 시체를 찾아 보았지만 찾아 낼 수가 없었다.
19 그 때 어떤 니느웨 시민이 왕에게 가서 내가 그 시체들을 묻어 주었다는 정보를 제공하였다. 그래서 나는 몸을 숨겼다. 왕이 내 비밀을 다 알고 있다는 것과 나를 잡아 죽이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 나는 무서워서 도망쳐 버리고 말았다.
20 그러자 내 모든 재산은 몰수를 당하여 왕의 재산이 되었고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나의 처 안나와 아들 토비아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21 그 후 사십 일도 못 되어서 왕의 두 아들이 왕을 죽이고 아라랏산으로 도망쳐 버렸다. 왕의 뒤를 이어 왕자 에살하똔이 왕위에 오르고, 나의 동생인 아나엘의 아들 아히칼에게 나라의 재정이 맡겨졌다. 그래서 아히칼은 모든 행정의 책임을 맡게 되었다.
22 그 후 아히칼은 나를 위하여 왕에게 특청을 드렸으므로 나는 니느웨로 돌아 왔다. 아히칼은 산헤립왕 때에 수라상을 주관하고 옥새를 보관하고 모든 행정 재무를 맡아 보던 사람이었다. 에살하똔은 아히칼을 그대로 그 자리에 다시 임명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아히칼은 나의 가까운 친척, 즉 조

2장- 맹인이 된 토비트
1 에살하똔왕 때에 나는 집으로 돌아 와 내 아내 안나와 아들 토비아를 되찾게 되었다. 과월절로부터 칠 주간 후에 거룩하게 지키는 우리의 명절 즉 오순절에 나를 위하여 큰 잔치가 베풀어져 나는 그 자리에 가 앉았다.
2 내 앞에 있는 식탁에는 여러 가지 음식이 즐비하게 놓여져 있었다. 그 때에 나는 아들 토비아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얘야, 니느웨에 잡혀 온 우리 동포 중에 진심으로 하느님을 공경하는 가난한 사람이 있을 터이니 가서 찾아 내어 이리로 데려 오너라. 그러면 내가 그와 함께 이 음식을 나누도록 하겠다. 네가 돌아 올 때까지 기다리마."
3 토비아는 이 말을 듣고 우리 동포 중에 가난한 사람을 찾으러 나갔다가 황급히 돌아 와서 "아버지!" 하고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이냐?" 하고 묻자 그가 대답하였다. "아버지, 우리 동포 한 사람이 살해되었읍니다. 목졸려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시체가 장터에 그대로 버려져 있읍니다."
4 이 말을 듣고 나는 음식에 손도 대지 않고 벌떡 일어나 뛰쳐 나갔다. 그리고 큰 거리에서 그 시체를 들어다 어떤 헛간에 감추어 두었다. 해가 진 후에 그 시체를 매장할 생각이었다.
5 이렇게 시체를 감추어 둔 다음 집에 돌아 와서 몸을 깨끗이 씻고 슬픔에 싸인 채 음식을 먹었다.
6 나는 예언자 아모스의 말이 생각나서 울었다. 일찍이 아모스는 베델을 두고 이렇게 말하였던 것이다. "너희의 잔치는 변하여 울음바다가 되고 너희의 모든 노래는 변하여 통곡이 될 것이다."
7 ○해가 진 후에 나는 나가서 무덤을 파고 그 시체를 묻었다.
8 이웃 사람들은 나를 비웃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지난번에도 이런 일 때문에 사형감으로 수배되어 도망을 갔었는데 이제 또다시 죽은 사람을 묻어 주다니, 겁이고 뭐고 다 없어진 모양이지?"
9 그 날 밤 나는 몸을 깨끗이 씻고 뜰 안으로 들어 가 담 옆에 누워서 잠을 잤다. 너무나도 더워서 얼굴을 가리지 않았다.
10 내 옆에 있는 담 위에 참새들이 있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 때에 뜨거운 참새 똥이 바로 내 눈에 떨어져서 내 양쪽 눈에는 흰막이 생기게 되었다. 나는 의사를 찾아 가 치료를 해 보았지만 약을 아무리 발라도 소용이 없었고 내 눈은 그 흰막 때문에 점점 시력이 약해져서 마침내는 시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이렇게 눈이 먼 채 사 년을 지냈다. 내 모든 친족이 나 때문에 슬퍼하였고 아히칼은 자기가 엘리마이스로 갈 때까지 이 년 동안 나를 돌보아 주었다.
11 ○그 때에 내 아내 안나는 여자들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에 품을 팔았다.
12 내 아내는 자기가 일하여 만든 물건을 주인들에게 갖다 주고 삯을 받곤 하였다. 디스트로스월 즉 삼월 칠일 내 아내는 자기가 짠 베를 끊어 가지고 그 주인에게 갖다 주었다. 그랬더니 주인은 삯을 다 지불할 뿐 아니라 자기 염소 중에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주면서 잡아 먹으라고 하였다.
13 내 아내가 집으로 돌아 올 때 그 새끼 염소가 울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나는 아내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이 새끼 염소는 어디서 난 거요? 혹 훔친 것은 아니오? 어서 그놈을 주인에게 돌려 주시오. 우리에게는 남의 것을 훔쳐 먹을 권리가 조금도 없소."
14 그러나 내 아내는 "이것은 품삯에다 덤으로 얹어 받은 것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래도 나는 아내를 믿지 못하여 그 염소 새끼를 돌려 주라고 재촉하며 이 일로 인해서 아내를 향하여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내 아내는 "당신이 베푼 자선으로 얻은 것이 무엇입니까? 당신이 쌓은 덕행으로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지금 이꼴이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읍니다" 하고 말했다.카였다.

3장- 토비트의 기도

1 나는 마음이 몹시 괴로와 신음을 하며 크게 울었다. 그리고 흐느끼면서 이렇게 기도하였다.
2 "주님, 주님은 올바르십니다. 주님이 하신 모든 일은 올바르며 주님은 모든 일을 자비롭고 참되게 하십니다. 주님은 이 세상을 심판하시는 분이십니다.
3 주님, 나를 기억하시고 나를 돌보아 주소서. 내 죄를 벌하지 마시고 나와 내 조상이 알지 못하고 주님께 저지른 죄를 벌하지 마소서.
4 우리는 주님의 계명을 어겼읍니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를 내주시어 약탈과 추방과 죽음을 당하게 하셨읍니다. 우리는 만방에 흩어져서 모든 사람의 이야깃거리와 조롱거리가 되었읍니다.
5 우리는 주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았고 주님 앞에서 참되게 살지 못했읍니다. 이러한 죄인들에게 내리시는 주님의 갖가지 심판은 모두 참되십니다.
6 이제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나를 처치하시고 명령을 내리시어 내 영혼을 나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그러면 나는 이 땅에서 떠나 흙으로 돌아 갈 것입니다. 나에게는 당치 않은 조롱이 들려 오고 많은 슬픔이 나를 짓누르고 있으니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오히려 낫습니다. 주님, 이 고뇌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 주시고 영원한 곳으로 나를 보내 주소서. 주님, 나를 외면하지 마소서. 살아서 이 많은 고뇌를 겪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어서 이 조롱을 듣지 않는 편이 낫겠읍니다."
불운한 사라
7 ○바로 그 날 메대의 엑바타나에 살고 있던 라구엘의 딸 사라도 자기 아버지의 여종 한 사람에게서 조롱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8 사라는 일곱 번이나 결혼을 하였지만 사라가 그들과 부부관계도 맺기 전에 아스모데오라는 악한 귀신이 그 남편들을 번번이 죽여 버렸다. 그래서 그 여종이 사라에게 이렇게 말하였던 것이다. "당신 남편을 죽인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오. 당신은 이미 일곱 번이나 결혼을 했지만 제대로 결혼생활을 한 일은 한 번도 없읍니다.
9 당신 남편들이 죽었으면 죽었지 왜 우리를 때리지요? 당신도 그들을 따라 죽어 버리시오. 그러면 우리는 당신의 아들이나 딸의 꼴을 영 보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10 ○그 날 사라는 마음이 몹시 슬퍼서 눈물을 흘리며 자기 아버지의 집 이층으로 올라 가 목을 매려고 하였다. 그러다가 생각을 고쳐 먹고 혼자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러다가는 사람들이 내 아버지를 조롱하면서 '당신의 자식이라고는 딸 하나밖에 없는데 그 애가 괴로움을 참다 못해 목을 매고 말았구료' 하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나 때문에 연로하신 아버지께서 슬퍼서 돌아가시게 될 것이다. 나 스스로 목을 매는 것보다 주님께 간구하여 내 목숨을 거두어 가시도록 하는 편이 낫겠다. 그러면 이런 조롱을 더 듣지 않아도 되겠지."
사라의 기도
11 ○그 때 사라는 창문을 향하여 자기 양팔을 벌리고 이렇게 기도하였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찬미를 받으소서! 주님의 이름으로 하여금 영원히 찬미받게 하소서. 주님이 하시는 모든 일을 통해서 영원한 찬미를 받으소서.
12 지금 나는 얼굴을 들어 주님을 우러러 뵈옵니다.
13 주님, 명령을 내리시어 나를 이 땅에서 떠나게 하시고 다시는 이런 조롱을 듣지 않게 하소서.
14 주님, 주님이 아시는 대로 나는 남자에게서 조금도 더럽혀지지 않은 순결한 여자입니다.
15 내가 귀양살이하는 이 땅에서 내 이름이나 내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힌 일이 없읍니다. 나는 내 아버지의 외딸이며 나밖에는 대를 이을 자식이 없읍니다. 나를 아내로 맞아 줄 가까운 형제나 친척도 없읍니다. 나는 이미 남편을 일곱이나 잃었읍니다. 더 살아 무엇하겠읍니까? 내 목숨을 거두어 가시는 것이 주님의 뜻이 아니라면 이 하소연을 들어 주소서."
기도의 응답
16 ○바로 그 때 토비트와 사라의 기도가 영광스러운 하느님 앞에 도달하였다.
17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라파엘을 보내시며 그 두 사람의 고민을 풀어 주게 하셨다. 즉 토비트에게는 그의 눈에서 흰막을 벗겨 내어 그 눈으로 하느님의 빛을 다시 보게 하시려는 것이었고, 라구엘의 딸 사라에게는 그에게 붙어 있던 악한 귀신 아스모데오를 쫓아 내고 토비트의 아들 토비아의 아내가 되게 해 주시려는 것이었다. 사라를 차지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누구보다도 토비아가 그 자격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토비트가 뜰에서 집으로 들어 간 바로 그 순간에 라구엘의 딸 사라도 이층에서 내려 왔다.

외경에 대해서

(그리스어 apokryptein, "감추다"에서 왔으며), 성서 문헌 중에, 정경으로 받아들여진 것 밖의 작품들이다. 이 용어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높이 평가받다가, 이후 묵인되다가, 결국 배제된, 밀교적인 문서 뭉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넓은 의미에서 외경은 권위를 의심받는 문서들을 의미하게 되었다.

유대교-그리스도교 문헌 중 외경 저작들의 개념에 대해, 여러 수준의 의심이 제기되었다. 외경 그 자체는 정경 밖에 있는 것으로서, 하느님의 영감으로 쓰여졌다고 여기지는 않지만, 신자들이 배울 가치는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이다. 위경(위서, pseudepigrapha)는 겉으론 성서의 인물이 쓴 것으로 되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들이다. 제2정경(deuterocanonial works)은 정경 안에 받아들여진 것들인데, 그렇다고 다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그리스어가 지중해권의 통용어로 쓰이던 때에, 구약 - 히브리 성서 - 은 대부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유대 학자들은 70인역(Septuagint) 성서를 만들었는데, 다양한 히브리 본문들과 아람어 단편들로 된 구약 성서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것이다. 이 성서는 많은 문서들을 담고 있었는데, 나중에 비-헬라적 유대 학자들이 얌니아에서 의회를 갖고(주후 90년), 이 성서가 진짜 히브리 정경 밖에 있다고 규정하였다. 탈무드는 이 책들을 Sefarim Hizonim (밖의 책들, Extraneous Books) 라고 떼어놓고 있다.

70인역은 성 제롬이 구약을 라틴어로 번역한 불가타 성경(Vulgate Bible)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는데, 그는 이 책에 포함된 몇 외경들의 출처(신빙성)에 대해 의혹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롬은 "비정경"이라는 의미에서 외경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이다), 번복하여 대부분을 불가타에 포함시켰다. 1546년 4월 8일에, 트렌트 의회는 불가타 전권에 가깝게 정경을 선포하는데, 제외한 것은 마카베오 3권과 4권, 므나세의 기도, 시편 151편, 에스드라 상하, 동방의 그리스도교이며, 받아들인 것은 구약 외경 중에서 토비트, 유딧, 솔로몬의 지혜, 집회서(시락의 아들 예수의 지혜)였다.

그 밖에 로마 카톨릭에서만 정경인 것으로는, 바룩(예언자)서, 예레미야의 편지(대개 바룩의 6장에 들어있다), 마카베오 상하, 다니엘의 몇 이야기들(즉, 세 사람의 노래, 수산나, 벨과 용), 에스델서의 확장편 등이다.

구약 위경은 매우 많은데, 족장들과 사건들의 이야기들을 다루는데, 아담에서 즈가리아까지 수많은 성서의 인물들이 기록한 것으로 되어 있다. 가장 두드러진 저작들로는 이사야의 승천, 모세의 취임(승천?), 아담과 이브의 생활, 에녹 상하, 희년의 책, 아리스테아스의 편지, 열 두 족장들의 계약(유언?) 등이다.

신약 외경들은 모두 위경이며, 대부분 행전들, 복음서들, 서신들의 범주에 들어가며, 몇 몇은 묵시록과 지혜문학이다. 외경 행전들은 사도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성서 인물들의 삶과 연관되었다고 주장하고, 서신들과 복음서들과 다른 문서들은 이런 인물들이 쓴 것이라고 한다. 신비한 언어 체험에 관한 것과 밀교 예식을 묘사한 것들도 있다.

이런 대부분의 저작들은 나중에 이단으로 규정된 분파들에서 나온 것으로서,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영지주의이다. 그 중 어떤 것은 다양한 이단들을 반대하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어떤 것은 몇몇 성인들과 초대 교회의 지도자들(많은 여성들을 포함하여)의 삶을 대중화하려는 중립적인 노력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스도교 초기 10년간에는 아직 정통이 성립되지 않았으며, 다양한 분파와 파벌들이 이 어린 교회 안에서 주도권과 정통성을 위해 겨루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들의 문헌들을 통하여, 설교와 선교를 통하여, 신자들을 확보하려 하였다. 이런 배경 하에서, 사실상 모든 저작들이 자신의 신앙을 옹호하였는데, 나중에 이단이 된 것들은 폐기되고 파괴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외경들 말고도, 신약 안에는 제2정경("후에 첨가된") 것으로 알려진 저작들과 단편들이 포함되어 있다. 히브리서는 바울이 썼다고 하는데, 그는 이 책이 쓰여지기 전에 죽었다. 야고보서, 베드로 후서, 요한 이 삼, 유다서, 요한 묵시록 등이다. 마르코 16:9-20, 루가 22:43-44, 요한 7:53과 8:1-11의 단편들도 있다. 이것들은 로마 정경에 포함되어 있고, 동방 교회와 대부분의 개신교가 받아들이고 있다.

영지주의나 몬타니즘 같은 이단 운동들은 수많은 신약 외경들을 지어내었다. 이렇게 성서를 사칭하는 문서들의 존재는, 어리고 정통적인 그리스도교 교회의 정경화 과정에 큰 힘을 실어 주었다.

성서 문헌

그리스도교 정경
그리스도교 교회는 그리스어를 쓰는 유대인들로부터 성서를 받았으며, 초기 개종자의 대다수를 이 헬레니즘 세계에서 찾았다. 알렉산드리아의 그리스어 성서(70인역)가 그래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공식적인 성서가 되었으며, 신약 성서에 압도적 다수를 이루고 있는 히브리 성서 인용들은 바로 이 70인역에서 따온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정경 안에 있는 외경들의 근원이 어떻든지간에, 이 외경들은 그리스도교 성서의 일부가 되었으며, 그러나 이 외경들의 정확한 정경적 지위에 대하여는 이견이 많았다. 신약 성서에서 이 외경들을 직접 인용한 곳은 없지만, 때때로 그 외경들을 알고 있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사도적 교부들(1세기 말부터 2세기 초)에게는 이 문헌들이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그러나 멜리토(2세기 소아시아 사디스 주교)가 작성한 구약 성서 목록에는 그리스어 성서에서 추가된 문서들(외경)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오리겐(약 185-254년)은 구약 정경을 엄밀하게 22권으로 제한하고 있다.

오리겐 때부터, 히브리어에 익숙해져 있는 교부들은, 최소한 이론적으로라도, 외경들을 구약에서 분리하는 한 편, 그 외경들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었다. 시리아 동부에서는 7세기까지도 교회가 히브리 정경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거기에 집회서(시라의 아들 예수의 지혜)를 더하고, 역대기, 에즈라, 느헤미야를 제외한 히브리 성서를 사용하였다. 여기에 솔로몬의 지혜, 바룩, 예레미야의 편지, 다니엘 추가본 등이 합쳐지기도 하였다. 6세기 페시타(시리아 본)의 필사본은 암브로시안 사본으로 알려졌는데, 거기에는 마카베오 3, 4권과 에스드라 2, (때로는 4) 권, 요세푸스의 전쟁사 7권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프리카 교회의 초기 의회들(히뽀에서 393년, 카르타고에서 397, 419년)은 외경을 성서로 사용할 것을 긍정하였다. 4세기 그리스도교 정통 신학의 일인자인 아타나시우스는 "정경들"을 분리하여, 그리스도인들만 "읽는 책들"과, 유대인과 그리스도인이 모두 거부한 "외경들"로부터 구별하였다.

표준 라틴어역을 준비하면서 성서신학자 제롬(347-419/420 경)은 "정경들"과 "교회의 문헌들"을 분리시켰는데, 교회의 문헌들(즉 외경 문서들)이란 영적 함양에 좋지만, 권위 있는 경전은 아닌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정반대의 견해인 어거스틴(354-430, 위대한 서방 신학자 중 하나)의 입장이 우세하여서, 라틴 불가타 역에는 이 문서들이 남아 있게 되었다.

작자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6세기 초 로마 교회의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진 Decretum Gelasianum은 토비트, 유딧, 솔로몬의 지혜, 집회서, 마카베오 상 하를 성서에 포함시키고 있다.

중세기에 걸쳐, 외경은 로마 교회와 그리스 교회에서 전반적으로 성서로 인정되었으며, 이따금 이론상의 의혹이 제기되곤 하였다.

1333년 리라의 니콜라스(프랑스 프란세스칸 신학자)는 라틴 불가타와 "히브리 진리" 사이의 차이점을 논하였다. 그리스도교-유대교 간의 논쟁, 히브리어 연구에 대한 관심의 증대, 그리고 결정적으로 종교개혁이 그리스도교 정경에 대한 쟁점을 되살아나게 하였다. 개신교도들은 모든 책들의 정경적 지위를 부인하고, 오직 히브리 성서에 있는 책들만을 정경으로 인정하였다.

최초의 자국어 성서로서 의문시되는 문서들을 분리시킨 것은 야콥 판 리스펠트에 의한 네덜란드 역이다(안트베르프, 1526). 루터의 독일어 판 성서(1534)도 이같이 분리를 하고, 최초로 "외경"이라는 제목을 달았으며, 성경과 동등하게 여겨질 수 없지만 신앙에 유익하다고 주를 달아 놓았다.

개신교의 견해에 대하여, 로마 카톨릭 교회는 트렌트 의회(1546)에서, 라틴 불가타 전 권이 동등한 정경적 지위를 누린다고 교리적으로 확언하였다. 이 교리는 1870년의 바티칸 의회에서 다시 확증되었다. 그리스 교회에서는 예루살렘 의회(1672)에서 몇 외경들을 명백히 정경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19세기에 러시아 정교회 신학자들은 이 문헌들을 성경에서 제외시키는 데에 동의하였다.

영국 교회의 구약 정경사는 대개 제한하는 쪽에 가깝다. 위클리프 성서(14세기)가 외경을 포함하고 있지만, 서문에서 제롬의 판단을 받아들이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영국 주교 마일즈 코버데일(1535)의 번역본은 처음으로 이 책들을 분리해 내면서도, 바룩을 예레미아서 다음에 집어 넣었다. 영국 교회 39개 조항(1562)의 제6조는 명백하게 이 책들이 교리를 형성하는 데에 가치가 없으며, 그렇지만 교훈적 가치가 있으며 읽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외경을 제외시킨 최초의 영어성경은 제네바 성서(1599)이다. 1611년의 제임스 흠정역(King James Version, 1611)은 이 책들을 구약과 신약 사이에 넣었다.

1615년에 대주교 조지 아봇은 외경 없이 성서를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였으나, 1630년 이후에 간행된 흠정역들은 외경을 제본에서 빼어 버렸다.

1640년의 제네바 성서는 처음으로 영국 안에서 의도적으로 외경을 제외하고 출판하였으며, 이어 1642년의 흠정역도 그렇게 하였다.

1644년 영국의회에서는 이 책들의 공적 독서를 금지시켰으며, 3년 후 장로교에서 발표한 웨스터 민스터 고백은 정경에서 배제함을 선언하였다.

1827년의 '영국과 해외 성서 공회'는 외경을 포함한 성서는 인쇄하지도 배포하지도 않기로 결의하였다.

20세기 영국의 대부분 개신교 성서들은 의문이 가는 책들을 삭제하였거나, 다른 권으로 포함시켜 놓았으며, 예외적으로 도서관용에는, 구약과 신약 사이에 포함시켜 놓았다.

예수는 신화다」를 반박함

허호익 박사(한국교회언론위원회 학술위원, 대전신대 교수, 한국기독교학회 총무)

티모시 프리크(Timothy Freke)와 피터 갠디(Peter Gandy)의 공저이며 1999년 영국에서 출판된「예수는 신화다(The Jesus Mysteries)라는 논적인 책을 공신력이 있는 동아일보사가 번역하여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내용은 역사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이 아니라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3세기의 영지주의자들의 저작들을 일방적으로 해석하여 예수가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 신화적인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은 기독교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현저하게 왜곡하여 기독교 신앙을 호도하는 것으로 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 예수의 역사적 생애는 오시리스 신화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예수의 생애와 고대 이집트의 신화적인 인물 오시리스(Osiris)의 생애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는 이유(26, 115-118 쪽)로 예수를 오시리스와 같은 신화적인 인물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형태적 유사성만 부각하여 본질적인 상이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궤변이다. 물과 기름이 액체로서 유사하다 하여 같은 종류라고 하는 논리를 펴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의 극치는 예수의 역사적 생애를 왜곡하려는 의도와 오시리스 신화의 본질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풀루타르코스의 영웅전에 의하면 오시리스는 땅의 신 게브(Geb)와 하늘의 신 누트(Nut)의 아들로 누이동생 이시스와 결혼하였는데, 후에 형의 지위를 노린 아우 세트(Seth)에게 살해되고 그의 시신은 14조각으로 토막나 온 나라에 흩어져 버린다. 이시스(Isis)는 그 시체 조각을 모두 다시 찾아 맞추어 최초의 미이라를 만들고 그의 성기(性器)를 살려 내어 관계하여 아들 호루소(Horuso)를 낳았다. 그리고 오시리스의 소생을 위한 의식을 거행한 결과 그가 소생하여 죽은 자들의 사후 세계의 왕이 되고, 호루소는 산 자들을 통치하는 현세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죽은 신을 애도하고 그 재생을 기원하는 오시리스 신앙은 농경문화와 결합되어 해마다 춘분이 되면 겨울에 죽었던 식물들이 되살아나는 것과 관련시키는 재생의식으로 지켜졌으며, 이러한 자연종교의 재생신앙이 영적 각성이라는 의미에서 영적 재생 신앙으로 밀교(미스테리아)와 영지주의에 의해 재해석되어 널리 유포되었다.

그러나 종교학자 내쉬(R. Nash)는 오시리스 재생 신화와 예수의 부활 신앙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은 분명한 차이점이 드러난다고 하였다.
①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죽는다는 점,
② 자신에게 속한 사람들을 위해 죽는다는 점,
③ 단 한 번의 죽음이지 반복된 죽음이 아니라는 점,
④ 역사적 실제사건으로 처형당해 죽는다는 점,
⑤ 자발적인 죽음이었다는 점,
⑥ 그의 죽음은 패배가 아니라 승리였다는 점이 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1세기의 유대 땅 나사렛 사람 예수와 기원전 4500년경의 이집트의 신화적 인물 오시리스를 동일한 신화적인 인물로 여기는 것은 복음서와 고대 역사가들의 예수에 대한 기록과 오시리스의 신화를 이중 왜곡하는 것이므로 현혹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신화적 인물인 예수를 3세기의 기독교가 역사적 인물로 각색한 것이 아니다. 바울마저도 예수를 역사적인 인물이 아니라 신화적인 인물로 보았는데, 콘스탄틴 황제에 의해 기독교가 지배자의 종교로 공인 되자 3세기의 유세비우스라는 역사가를 시켜 오시리스 신앙의 신화적인 인물인 예수를 역사적 인물로 각색한 것은 ‘거대한 음모의 결과’였다고 주장한다(35쪽).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야 말로 바울의 생애와 유세비우스 시대의 역사를 저자들이 마음대로 각색한 ‘웃지 못할 음모의 결과’이다.

바울은 로마서 서론에서 예수를 가르켜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태어나신(generatio) 분이며, 영으로는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신(resurectio) 분”(로마서 1장 3절-4절)이라고 하였다. 예수는 오시리스 신화처럼 가현적인 인간(doceo)이 아니라 실존 인물이었다. 그리고 오시리스처럼 해마다 반복하여 재생하는 존재가 아니라, 죽은 자 가운데서 단 한 번 부활하신 분임을 분명히 하였다.

더군다나 3세기의 기독교 역사가 유세비우스가 신화적 인물 예수를 역사적 인물로 각색했다는 주장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유세비우스보다 200년 전에 이미 예수는 역사적 인물로 기록되었다는 것은 역사적 상식이기 때문이다.

AD 70년을 전후하여 예수의 역사적 생애를 기록한 4복음서 외에도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가 AD76-79년 사이에 쓴 「유대고대사」와 「유대전쟁사」나,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P. Cornelius Thakitus AD. 55/56-120년경)가 쓴 「연대기」(15/14. 3.)에서도 유대 총독 빌라도에 의해 나사렛 사람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당한 것이 기록되어 있다. AD 170년경 헬라의 풍자 작가인 루시안(Lucian)도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은 현자(賢者)”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기록을 부정하고 예수를 신화적 인물로 주장하는 만용에 통탄할 일이다.

3. 예수의 부활은 죽은 자의 부활이며, 산 자의 영적 부활(해탈)이 아니다. 저자들은 1946년 나그 함마디에서 발굴된 영지주의자들의 문서들을 인용하면서 예수는 고통을 겪지도, 피를 흘리지도, 죽지도 않았으며, 따라서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것”이 아니라고 적고 있다. 특히 영지주의 문서인 「빌립복음서」에 기록된 “먼저 죽고 난 다음에 다시 살아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틀렸다.… 죽고 나서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 부활해야만 한다.”는 영적 부활론을 기독교의 본래적인 가르침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영적 각성을 통한 영적 재생은 미스테리아 신앙의 핵심이며, 득도나 해탈과 같은 선불교적 특징과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동서양의 가장 보편적인 신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바울은 고린도교회 내에도 이러한 영적 부활론자들이 존재하여 부활신앙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킨 것을 질책하였다. “어찌하여 여러분 가운데 더러는 죽은 사람의 부활이 없다고 합니까? 죽은 사람의 부활이 없다면, 그리스도께서도 살아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고린도전서 15장 12절-13절)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포도 헛되고 우리의 믿음도 헛될 것”이라고 하였다. 바울은 영적부활이나 영혼불멸설을 주장하지 않고, 죽은 자의 몸의 부활을 가르쳤다. 바울이 영지주의자였다는 저자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저명한 신학자인 몰트만은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한국신학연구소, 1979)이라는 책에서 희랍의 미스테리아 신앙과 영지주의의 신관과 성서의 하나님 신관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점을 명쾌하게 제시하였다.

고대 희랍신화에 나타나는 신은 고난과 죽음을 겪지 않는 무감정의 신(God of Apathos)이다. 고난을 당하거나 죽는 신은 육체의 굴레에 얽매여 있는 가멸적(可滅的) 존재이므로 더 이상 신일 수 없다.

그러나 성서는 하나님이 육체를 지닌 인간으로 태어나서 많은 고난을 당하고 마침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다고 가르친다. 이는 희랍인들에게 너무나도 낯선 신앙이다. 히브리의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고난을 하감하시고 그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고난당하는 백성과 함께 하시는 인정이 많으신 하나님이다.

사랑의 하나님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자의 고난과 죽음에 동참하시므로 그 고난과 죽음을 극복하시는 하나님이다. 하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신 사건은 바로 고난받으심으로 고난을 극복하시는 하나님의 구원사역의 결정적인 계시이다. 우리를 위하여 고난받으심으로 우리의 모든 현실적인 고난에 항거하시고 고난을 극복하시고 승리하신 것이다. 그래서 몰트만은 “부활신앙이 아닌 기독교 신앙은 기독교적인 것도 아니고 신앙이라고 일컬을 수 없다.”고 단언하였다.

20세기 대표적인 신학자 칼 바르트도 「죽은 자의 부활」(한국신학대학출판부, 1989)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기독교의 부활신앙은 산자의 영적 부활이나 영혼불멸이 아니라 ‘죽은 자의 부활’인 것을 분명히 하였다.

그러나 영지주의자들은 고난당하는 신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예수의 육체적인 죽음과 죽은 자의 부활을 거부함으로서 기독교 신앙을 크게 왜곡한 것이다. 그래서 하르낙은 2세기에 기독교가 영지주의적 왜곡을 극복하지 못하였다면 세계적인 종교가 되지 못하였을 것으로 단언하였다.

4. 영지주의는 본래적 기독교가 아니라, 영지주의에 입각하여 기독교를 왜곡한 것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미스테리아(密敎) 신앙’이 고대 유럽의 민중들 사이에 널리 퍼진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신앙이 기독교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어 역사적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기독교신앙을 미스테리아 신앙과 혼합하여 영지주의 기독교가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영지주의가 역사적 기독교를 영적 기독교로 왜곡한 것이지, 기독교(저자들의 용어로는 문자주의자들)가 영지주의를 문자주의로 왜곡한 것이 아니다. 영지주의의 주장을 조금만 살펴보면 저자들의 가설이 전도된 것임을 알 수 있다.

3세기의 기록으로 보이는 영지주의 문서인 「도마복음서」 25절에는 예수가 “형제를 여러분의 영혼처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이보다 2세기 이전에 복음서에서 기록된 “네 이웃을 네 몸(육체)과 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 19장 19절 병행)는 말씀을 왜곡시킨 것이다. 육체로 말미암아 고통과 죽음이 유래된 것이기 때문에 육체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영혼을 사랑하라는 것으로 제멋대로 왜곡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 영지주의자들은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서 외친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는 구절을 영지주의적으로 해석한다. 아람어 엘(El)은 보통명사로서 신(神)이라는 뜻일 뿐만 아니라 영(靈)을 뜻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예수의 영(神)이 인간의 육체를 빌려 마치 유령처럼 이 땅에 나타났다가, 예수가 십자가에 달렸을 때 인간의 육체적 가면을 벗어버리고 다시금 영적 존재로 되돌아가려고 하자, 예수의 가현적인 육신이 “나의 영이시여, 나의 영이시여 어찌하여 나(육체)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외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초대교부들은 영지주의의 해악을 반박하는 많은 글을 남긴 것이다.

그리고 신약성서 요한2서 1장 7절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임하심을 부인하는 자들” 즉, 영지주의자들을 가르켜 “미혹하는 자요 적그리스도(anti-Christ)”라고 하였다. 이처럼 영지주의자들은 그리스도는 육체로 오신 분이 아니기 때문에 고난도 죽음과 함께 당하지 않는다고 왜곡한 것을 바울은 “다른 예수, 다른 영, 다른 교훈”(고린도후서 11장 4절)이라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5. 기독교신앙은 영지주의자들의 은밀한 미스테리아가 아니라 공개적으로 선포된 사도전승이다. 영지주의자들은 신앙의 핵심은 영육 이원론이다. 인간은 육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온갖 고난을 당하고 마침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육신의 감옥 속에 갇힌 영혼을 해방시킴으로서 구원에 이른다고 하였다. 구원의 구체적인 방식이 비밀스러운 영적 지식(gnosis)를 깨닫는 것이며, 이 영적 지혜는 소수의 선택된 영지자들에 의해 비밀스럽게 전승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미스테리아 신앙은 밀교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종교학자들은 종교를 밀교(密敎)와 현교(顯敎)로 나눈다. 밀교는 교리와 제도와 의식이 이중적이다. 공개되는 부분과 비공개적인 부분이 있다. 통일교가 이러한 밀교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핵심적인 교리와 제도와 의식은 핵심 내부인들에게만 은밀히 알려져 있다. 외부의 직접적인 비난이나 공격을 피하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처음부터 예루살렘성전과 회당에서 공개적으로 유대인들에게 “너희가 못박아 죽인 이 예수를 하나님이 다시 살려서 우리의 주와 그리스도가 되었다”(사도행전 2장 23절-24절, 36절)고 선포하였다. 바울에 의하면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장사지내시고 부활하시고 다시 살아나셨다”(고린도전서 15장 3절-4절)고 하였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적인 신앙에 대한 최초의 기록 역시 “내가 전해 받은 것을 너희에게 전하는 것”(고린도전서 15장 1절)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초대교회 이레네우스는 「이단반박」이라는 방대한 저술을 통해 영지주의를 반박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공개적인 사도전승’이지만, 영지주의의 영지(gnosis)는 ‘은밀한 비밀전승’이라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밀교의 말로는 그 은밀한 비공개성 때문에 황당무계한 신앙을 저마다 제멋대로 전수하였고, 이러한 모순된 신앙에 대한 객관적 이성적 비판과 검증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역사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적대적인 정부와 종교가 지배하는 체제에서도 자신들의 신앙의 진리성을 공개적으로 선포하였기 때문에 엄청난 비판과 도전과 박해를 당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신앙의 진리성 때문에 역사적인 종교로 세계화의 기틀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은밀한 밀교는 불교처럼 엘리트적인 소수만의 득도와 수행을 통해 영적 각성에 이르는 것을 우월한 것으로 여겼다는 점도, 예수가 가난하고 무식하고 병들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의 구원을 위한 대중적인 신앙을 표방한 것과 결정적으로 다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6. 저자들의 주장은 명확성과 일관성이 부족하고 상호모순 투성이다.
저자들의 주장을 자세히 읽어 보면 논리적 일관성이나 명확성이 부족하며, 자체 모순이 가득차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사례 하나만을 들어보자.

서기 3세기의 한 부적의 그림을 근거로 “십자가에 못박힌 사람은 예수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이교도 신인인 오시리스-디오니수스였다”(102쪽)고 했다가, 그 다음 페이지에서는 “최초의 십자가상에 나타난 예수는 곧 오르페우스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영지주의 문서인 「옹호자 도마의 책」을 인용하면서 예수와 모든 점에서 닮은 “예수의 쌍둥이 형제가 대신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211 쪽)고 주장한다. 그리고 몇 페이지 뒤에는 영지주의 문서인 「위대한 새트신의 두 번째 이야기」를 인용하면서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것은 (예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간) 구레뇨 사람 시몬이다”(215 쪽)고 하였다. 그렇다면 진짜로 십자가에 죽은 자는 누구인가?

문자주의자들이 각색한 음모처럼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가 문자 그대로 부활한 것이 아님을 반박하는 것이, 이 책의 주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십자가에 달려 죽은 자에 대해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주장을 내세우는 것을 보면 저자들의 지적 수준이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정도의 한심한 책을 읽노라면 왜 이런 책을 민족정론을 표방하는 동아일보사가 분별없이 출판하였는지 그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여기에는 기독교 진리를 왜곡하고 기독교를 폄하하려는 저속한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스럽다. 동아일보사는 즉각 이 책을 전부 회수하고 기독교에 사과해야 한다

52 역사적 예수에 대한 “메시아”(그리스도)칭호

“메시아”란 단어는 구원자를 의미하는 히브리어이다. 메시아(Messiah)에 해당되는 헬라어는 그리스도(Christos)이다. 이 단어는 기름 붓다(to anoint)라는 어근에서 비롯된 것으로, 특별한 사역을 위하여 하나님의 기름 부음을 받은 존재(the anointed)라는 뜻이다. 메시아란 유대 전통에서는 “기름 부음”을 받아서 왕의 자리에 오른 사람을 가리킨다. 이 단어는 유대인들에게는 이들이 민족적 역경과 고난 가운데 구원과 해방을 기대하는 구원자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을 위한 새로운 시대를 여는 하나님의 대리자에 대한 상징이었다.

◯ 구약성경

“여호와의 메시아”(Messiah)같은 표현이 구약성경에서는 왕, 제사장들, 선지자들, 족장들, 이방의 왕 고레스, 민족의 구원자에게 사용되고 있다(Donald Guthrie, New Testament Theology, 정원태, 김근수 공역, 기독교문서선교회, 1988, 266)

왕이나 제사장들
구약시대에는 왕이나 제사장의 임직식에 저들의 머리에 기름을 부었다. 기름은 직책에 대한 능력의 상징이었다. 열왕기서에 의하면, 예후를 왕으로 지명할 때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이 되게 하라고 명하신다: “너는 또 님시의 아들 예후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 왕이 되게 하고”(왕상 19:16상). 레위기에서는 제사장은 그 직책을 위하여 기름 부음을 받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만일 기름 부음을 받은 제사장이 범죄하여 백성의 허물이 되었으면”(레 4:3), “기름 부음을 받은 제사장은 그 수송아지의 피를 가지고 회막에 들어가서”(레 4:5). 회막에서 드리는 속죄 제물은 기름부음을 받은 제사장만이 드릴 수 있었다. 다윗이 엔게디의 동굴에서 숨어 있을 때 자기를 잡으러 들어온 사울의 옷자락을 베고 난 후 마음이 찔려 자기 사람들에게 이른다: “내가 손을 들어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내 주를 치는 것은 여호와의 금하시는 것이니 그는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됨이니라”(삼상 24:6). 기름 부음을 받음이란 하나님의 능력과 인정을 받은 것을 의미하였다.

선지자들
이세벨에게 쫓기어 호렙산에 피신해 있는 엘리야 선지에게 하나님은 엘리야의 제자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선지자의 직책을 잇게 하라는 명령을 하신다: “너는 또 아벨므홀라 사밧의 아들 엘리사에게 기름을 부어 너를 대신하여 선지자가 되게 하라”(왕상 19:16하). 선지자들은 기름 부음을 받음으로 하나님의 임명을 받은 자가 되었고, 하나님의 능력을 힘입는 자가 되었다. 엘리사의 경우는 엘리야에게 기름부음을 받음으로, 자기 스승의 영감보다 갑절의 영감을 받게 되었다.

족장들
시편 저자는 자기들의 조상인 열조들에 대하여 이들이 이 민족에서 저 민족으로 유리하는 유목민이었으나 이들이 해 받기를 용납하지 않으시도록 하나님이 열왕을 꾸짖으셨다고 노래하고 있다: “나의 기름 부은 자를 만지지 말며 나의 선지자를 상하지 말라”(시 105:15). 하나님은 이 믿음의 조상인 열조에게 기름을 부으셨다. 기름 부음을 받음이란 하나님의 사람으로 인(印)치심을 받는 것으로 성별(聖別)을 의미하였다. 그러므로 열조들은 이방인들 가운데 객(客)이 되었을 때 이방인들이 함부로 위해(危害)를 가할 수 없는 성별된 자로서 선지자와 같이 취급을 받았다.

이사야서에 의하면 여호와 하나님께서 거대한 제국 바벨론을 무너뜨리고 페르시아 제국을 세울 초대 왕 고레스를 하나님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로 세우시고 하나님의 뜻을 이행하게 하신다: “나 여호와는 나의 기름받은 고레스의 오른손을 잡고 열국으로 그 앞에 항복하게 하며 열왕의 허리를 풀며 성문을 그 앞에 열어서 닫지 못하게 하리라”(사 45:1). 하나님이 고레스를 지명하여 기름부어 세웠기 때문에 그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네 앞서 가서 험한 곳을 평탄케 하며 놋문을 쳐서 부수며 쇠빗장을 꺾고, 네게 흑암 중의 보화와 은밀한 곳에 숨은 재물을 주어서 너로 너를 지명하여 부른 자가 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인 줄 알게 하리라”(사 45:2-3). 하나님은 이방(異邦) 지도자인 고레스, 이스라엘 신 여호와를 알지도 못하는 이방인(異邦人) 고레스를 지명하여 바벨론을 무너뜨리게 하시고 대제국, 페르시아를 건설하게 하신다. 이사야는 고레스가 비록 비유대인(非猶太人)이지만 하나님이 그를 불러 세웠다는 의미에서 하나님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민족의 구원자 “메시아”
왕정 후기와 바벨론 포로기 이후로는 “기름 부음을 받은 자”에 대한 기대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 용어는 포로 상태의 현재를 벗어나게 해 줄 구원의 시대를 가져올 이상적인 인물을 가리키게 된 것이다. 이 인물과 결부된 것이 다윗 왕국의 회복에 대한 희망이다. 그리고 다윗왕국이 세계를 다스릴 나라로 확장되리라는 희망이기도 하였다. 유대인들은 정치적으로 강대국의 압박에서 정치적으로 질서를 바랄 뿐만 아니라 온 피조세계가 새로워 질 것을 기대했다(사11장). 그러나 미래의 구원의 시대에 대한 기대가 항상 “메시아,” 왕이 될 인물과 결합된 것은 아니었다(사65;17-22). 후기 유대교의 묵시록은 다윗의 자손인 정치적 “메시아”의 표상과는 달리 현재의 세계 질서를 끝낼 종말론적이고 초월자인 인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 신약 성경

이러한 구약적 메시아 사상은 예수가 태어난 시대에 전승되어 새로운 모습을 갖춘다. 예수의 제자들과 동시대 사람들은 주로 정치적 메시아 상을 가지고 있었으나 진정 메시아 의식을 각성한 나사렛 예수는 자신의 메시아적 사명을 고난의 종이라는 독특한 메시아 상에서 이해하였다.

예수 사역 초기에 그의 제자들은 메시아 직분을 구약을 배경으로 이해하고 있었다(Guthrie, 275). 시몬 베드로의 형제 안드레가 예수를 만난 후에 자기 형제 시몬에게 예수를 “메시아”라고 소개한다: “그가 먼저 자기의 형제 시몬을 찾아 말하되 우리가 메시야를 만났다 하고 (메시야는 번역하면 그리스도라”(요 1:41). 빌립은 나다나엘에게 예수에 관하여 증언한다: “빌립이 나다나엘을 찾아 이르되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요 1:45).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 이”란 유대인이 기대하던 메시아를 가리킨다.

마태의 사용
마태의 기록에 의하면 동방박사들이 유대에 태어난 아기 왕을 경배하려 왔을 때 헤롯왕은 종교 지도자들을 모아 메시아가 태어날 곳을 묻는다: “왕이 모든 대제사장과 백성의 서기관들을 모아 그리스도가 어디서 나겠느뇨 물으니”(마 2:4). 유대인의 서기관들은 선지자의 글에서 그리스도(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베들레헴이라는 사실을 찾아낸다: “가로되 유대 베들레헴이오니 이는 선지자로 이렇게 기록된 바, 또 ‘유대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대 고을 중에 가장 작지 아니하도다. 네게서 한 다스리는 자가 나와서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리라’ 하였음이니이다”(마2:5-6). 마태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가 선지자(미 5:2)가 기록한대로 “메시아”(그리스도}라고 증언하고 있다. 당시의 고대문화와 사회에서는 미래의 이상적인 세계 통치자에 대한 기대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위대한 인물의 탄생을 지시하는 별들에 대한 사상이 있었다. 그래서 동방의 박사들이 별을 보고 위대한 아기의 탄생지를 찾아 경배하러 온 것이다. 별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의 수단이다. 마태는 미가 5장 1절을 인용하면서 맨 끝부분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리라”는 삼하 5:2에서 끌어오고 있다. 베들레헴은 다윗의 조상의 마을인데 이는 또한 메시야가 세상에 태어날 마을이다.

누가의 사용
누가는 사람들이 세례자 요한을 메시아로 오인(誤認)한 것을 기록하고 있다: “백성들이 바라고 기다리므로 모든 사람들이 요한을 혹 그리스도신가 심중에 의논하니”(눅 3:15). 이에 대하여 요한은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말한다: “요한이 모든 사람에게 대답하여 가로되 나는 물로 너희에게 세례를 주거니와 나보다 능력이 많으신 이가 오시나니 나는 그 신들메를 풀기도 감당치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세례를 주실 것이요”(눅 3:16). 요한은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고 자기 후에 오시는 자는 자기보다 능력이 나으시며,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을 예언하고 있다. 요한의 예언은 예수가 승천하신 후 오순절날 불의 혀로 나타나는 성령이 제자들에게 임재하심으로 성취되었다.

누가는 그의 복음서에 빌라도의 법정에서 예수 고소자들도 예수가 스스로를 “메시아 왕”이라고 주장했다고 진술한 것을 기록하고 있다: “고소하여 가로되 우리가 이 사람을 보매 우리 백성을 미혹하고 가이사에게 세(貰) 바치는 것을 금하며 자칭 왕 그리스도라 하더이다 하니”(눅 23:2 ). 이에 빌라도가 예수에게 물으니 예수는 자신이 “유대인의 왕”이라고 말한다: “빌라도가 예수께 물어 가로되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대답하여 가라사대 네 말이 옳도다”(눅 23:3).

예수 자신은 자기가 “메시아”인 것을 알았지만 이것을 공인(公認)하기를 불허(不許)하셨다. 메시아라는 개념이 정치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는 메시아 개념을 철저히 비정치적으로 이해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스라엘 국가와 백성들을 로마의 점령에서 해방시켜줄 해방의 메시아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었다. 예수에게 메시아란 많은 백성들의 허물을 대신 지고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 고난의 종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비정치적인 사고였고 행동이었다. 그러므로 예수는 자신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기를 거부하였다. 그래서 메시아 비밀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그러므로 예수가 자신을 “메시아”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독일의 신학자 브라데의 주장(W. Wrede, Das Messiageheimnis in den Evangelium, 1901, The Messianic Secret, 1971)은 근거없는 것이다(Guthrie, 269).

요한의 사용
예루살렘의 유대인들은 세례자 요한에게 그가 “메시아”인지 묻는다. 이에 대하여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증언한다: “요한이 드러내어 말하고 숨기지 아니하니 드러내어 하는 말이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요 1:20). 여기서 그리스도는 히브리어인 메시아에 상응하는 희랍어이다.

사도 요한의 복음서에 의하면 세례자 요한은 예수의 다니심을 보고 제자들에게 예수가 “메시아”라고 증언한다: “또 이튿날 요한이 자기 제자 중 두 사람과 함께 섰다가 (요 1:36), 예수의 다니심을 보고 말하되 보라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요 1:35). 요한의 증거를 듣고 예수를 좇는 사람들은 시몬 베드로의 형제 안드레(요 1:40 )이다, 안드레가 자기 형제 시몬 베드로에게 말한다: “우리가 메시아를 만났다 하고 (메시아는 번역하면 그리스도라)”(요 1:41). 요한은 “메시아” 칭호를 아람어 형식을 보존하면서도 헬라어 번역을 소개하고 있다:

예수는 사마리아를 지나가시다가 수가성의 여인을 만난다. 예수는 여인에게 말을 건낸다. 대화를 하는 가운데 여인은 예수가 자신의 여태까지의 삶을 다 아시고 계신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여인은 마치 메시아를 만난 것 같이 예수에게 말한다: “메시아 곧 그리스도라 하는 이가 오실 줄을 내가 아노니 그가 오시면 모든 것을 우리에게 고하시리이다”(요 4:25). 예수께서 여인에게 이르신다: “네게 말하는 내가 그로라 하시니라”(요 4:26). 바리새인이나 종교지도자들에게는 자신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숨겼지마는 예수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이 여인에게 숨기시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신다. 여기서도 우리는 예수께서 분명한 메시아 의식을 가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가성의 여인은 물동이를 버려 두고 동네에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이른다(요 4:28 : “나의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사람을 와 보라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냐“(요 4:29). 예수는 여인이 전도하여 데리고 온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만나신다. 그 마음이 메시아를 맞이하기에 열려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는 항상 자신의 메시아적 정체성을 열어놓고 계신다.

베드로의 사용
베드로는 수제자로서 “메시아”라는 용어를 독특하게 사용하였다(마 16:13-20, 막 8:27-30, 눅9:18-21). “주는 그리스도시요”라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은 공관복음서 모두가 다루고 있다. 동일한 내용이나 신앙고백의 표현방식이 복음서마다 다르다. 마가는 단순히 “주는 그리스도”(막 8:29)라고 말하는 반면, 누가는 “주는 하나님의 그리스도”(눅 9:20), 마태는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마16;16)이라는 표현을 기록하고 있다. 이 신앙고백에 수난에 대한 예수 자신의 예언이 이어진다. 여기서 베드로는 예수의 수난을 반대함으로써 예수의 책망을 듣는다(마 16:21하). 베드로는 예수의 메시아 직분에 대하여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베드로는 영광스런 “메시아” 개념을 가졌으므로, 고난받는 종으로서의 “메시아” 사상은 그에게 거침돌이 되었다. 예수 자신은 베드로가 원하는 정치적인 메시아상을 거부하셨다. 예수는 폭력을 피하셨으며, 정치적인 선동가로서가 아닌 원수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가르치셨다(M. Hengel, Was Jesus a Revolutionist?, 1971). 나사렛 예수는 자신의 “메시아” 상을 민족주의적 정치적인 “메시아” 상이 아니라 이사야의 예언에 나오는 고난의 종과 후기 유대교의 초월적 인자상으로 이해하였다. 그리하여 유대인들은 이러한 예수가 자기들이 바라는 메시아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것이었다.

◯ 예수의 메시아 상이 주는 오늘날 의미

예수의 메시아적 사명은 오늘날 교회 지도자뿐만 아니라 종교지도자 그리고 사회지도자들에게 사명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보여준다. 당시 광야에서 예수께서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를 가지고 오천명이 식사를 하도록 기적을 베풀자 군중들은 예수를 왕으로 옹립(擁立)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예수는 군중들의 인기에 연연하여 이들의 뜻에 따라 왕이 되려고 하시지 않았다. 예수는 역사상 나타났던 왕들이나 대통령이나 오늘날 정치나 종교지도자들처럼 대중들의 인기에 따라서 타협하여 자신의 소명을 변질시키는 대중영합주의(populism)에 빠지지 않았다. 예수는 당시에 팽배한 다윗왕권을 가지고 오는 정치적 메시아 상, 영광의 메시아 상에 자신의 메시아 상에 타협하여 자신의 고난과 대속의 메시아 상을 수정(修訂)하시지 않았다. 군중들이 기대했던 정치적 메시아상은 당시의 모든 사람들에 의하여 기대되고 있었다. 이러한 정치적 메시아는 영광의 메시아였다. 당시 군중들과 종교지도자들은 진정한 하나님의 메시아는 인간의 죄 때문에 먼저 고난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에 반하여 예수는 자기의 메시아 사명을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함”(막 10:45)에서 찾았다. 그리하여 예수는 대중적 인기를 잃고, 자기를 따르던 군중들로부터 배척을 받고, 정치 지도자와 종교 지도자들로부터 배척을 받고 십자가에 못박히고 죽으신 것이다. 그는 자신이 십자가에 죽으심으로써만 그의 메시아적 사명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아신 것이다. 나사렛 예수, 그분이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한” 구세주이신 것은 자신이 고난받는 종으로서의 메시아 사명에 죽기까지 충실하셨기 때문이었다.

51. 역사적 예수에 대한 “인자”(사람의 아들) 칭호

“인자(人子, Son of Man)”는 히브리 말로는 “벤 아담”으로 사람의 아들, 인류를 이루는 각 개인을 가리킨다. 후기 유대교에서는 경건한 유대인들 계층은 “인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이 “인자”는 마지막 심판 후에 하나님으로부터 세상의 통치권을 넘겨받으실 초월적 존재(단 7:13-14)를 가리킨다. 그러나 에녹서나 신약성경의 표준적인 견해에 따르면 “인자”는 하나님의 위탁과 전권을 받아서 몸소 최후심판을 주재하시는 분이시다.

나사렛 예수는 이러한 유대교에서 내려온 “인자” 칭호를 자신에게 사용하셨다. 그가 사용한 “인자”라는 명칭은 보통 인간과 동일시되는 겸허한 존재, 그리고 하나님으로부터 죄를 사하고 병을 고치는 권세를 지닌 존재, 그리고 묵시록적으로 이 세상에 올 초월적 존재, 세상종말에 의인과 악인을 심판할 존재 등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예수의 “인자” 칭호 사용은 그가 지니신 명료한 메시아 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 구약에서의 “인자(人子)”

에스겔에서 하나님은 예언자 에스겔을 93번이나 “인자”라고 부르신다. 하나님의 신이 사람 에게 임재할 때에만 사람은 하나님이 맡기신 일들을 할 수 있다(겔 2:1-2). 시편 저자는 “인자”를 사람 일반을 가리키는 데 사용한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시 8:4). 여기서 “인자”는 일반 사람을 가리키고 있다. 여기서 “인자”란 영원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에 견주어 볼 때 약하고 깨어지는 덧 없는 사람을 가리킨다.

다니엘서에서 선지자 다니엘은 그가 본 묵시록적 인물을 “인자”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내가 또 밤 환상 중에 보니 인자 같은 이가 하늘 구름을 타고 와서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에게 나아가 그 앞으로 인도되매”(단 7:13). 여기서 “인자”는 옛적부터 계신 자와 함께 기능하시는 인간의 형체를 가지신 분이시다. 구름을 타고 오시는 분이시다. 이 “인자”는 복음서와 사도행전에서 구름타고 다시 오실 “인자”이신 예수를 가리키고 있다.

◯ 신약에서의 “인자”

“인자” 칭호는 예수 자신이 그의 지상적 사역시에 자주 사용하셨다. “인자” 칭호는 세 가지 범주(사역, 수난, 미래 오심)로 분류된다(David Wells, The Person of Christ, Crossway Books, 1984, 이승구역, 기독론-그리스도는 누구인가? 엠마오, 1994, 169). 그리고 히브리서 기자는 시편 2장 6절을 사람 일반이 아니라 “인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시킨다.

1. 복음서에서의 “인자” 칭호

1) 예수 사역과 관련된 사용
나사렛 예수는 지상적 사역에서 이미 “인자”의 전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였다. 예수는 일반적으로 경건한 유대인 계층에 널리 통하던 통념을 따르는 것과는 달리 하나님 앞에 무엇이 허락되고 허락되지 않는 것(죄를 사하심, 안식일의 의미 등)을 스스로 결정하셨다

예수는 가버나움에 들어가셔서 복음을 전파하실 때 친구 네 사람이 중풍병자를 자기가 있는 곳의 지붕을 뜯어 구멍을 내어 누운 상을 내리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소자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막 2:5)고 말씀하신다. 어떤 서기관이 이러한 예수의 말씀에 대하여 “참람하도다”고 속으로 판단하는 것을 아시고 예수는 모인 사람들에게 말씀하신다: “그러나 인자가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하노라”(막 2:10). 여기서 “인자”는 병고치는 자일뿐 아니라 죄를 사하는 권세를 지닌 자이다. “인자”이신 예수는 실제로 하나님을 대행하는 자이시다.

안식일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밀밭 사이로 지나가실 때에 제자들이 길을 열며 이삭을 자르는 것을 보고 바리새인들이 “보시오, 저희가 어찌하여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나이까?” 라고 비난한다. 이에 대하여 예수는 아비아달 제사장 때에 다윗이 배가 고파서 제사장 외에는 먹지 못하는 진설병을 먹고 함께 한 자들에게 나누어 먹게 한 사실을 드시면서 예수는 비상한 상황에서 안식일 지킴의 자유를 요구하신다. 예수의 가르침은 마태가 언급하는 바 같이 “여기에 다윗보다 더 큰 분이 있다”(마 12:6)는 권위를 함축하고 있다. 예수는 안식일의 본질을 가르치신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이러므로 인자는 안식일에도 주인이니라”(막 2:27-28). 여기서 “인자”란 최후의 심판 때에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실행했는지 여부에 대하여 결정하는 전권을 하나님으로부터 위임받은 분이다.

바리새인과 율법사들이 예수의 제자들이 세례자 요한과 그의 제자들이 하는 것처럼 하지 않고 떡도 먹고 포도주도 마시는 것에 대하여 대답하실 때 예수는 자신을 인자라고 칭한다: “인자는 와서 먹고 마시매 너희 말이 보라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다”(눅 7:34). 여기서 예수는 “인자”를 평범한 인간으로 이해하면서 자신을 낮추시고 있다.

예수께서 전도하러 가실 때 한 제자가 예수에게 나아와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쫓으리로다”라고 제자가 되겠다고 결심을 표명한다. 예수는 이 제자에게 말씀하신다: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집이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도다”(눅 9:58). 이때의 “인자”도 이 세상에서는 소외된 평범한 인간으로서 겸허한 자신의 모습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예수는 여리고를 지나가시면서 세리장인 삭개오의 집에 들어가시면서 그 집에 하루를 유(留)하고자 하신다. 이에 대하여 바리새인들은 사회적으로 그 도덕성에 있어서 멸시를 받고 있는 자의 집에 스스로 들어가서 유하려는 예수의 태도를 보고 비난한다. 이에 대하여 예수는 자신의 메시아적 사명에 관하여 권위있게 말씀하신다: “인자의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눅 19:10). 여기서 “인자”는 가난하고 병약한 자와 유대하며 이들을 구원하는 자이다. 예수는 자신의 메시아 사명을 “인자”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제시하고 있다.

2) 예수 수난과 부활을 지칭하여 사용
세배대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에게 나아와 하나님 나라에서 자기 둘 중 하나는 주의 우편에, 또 하나는 좌편에 앉게 하여 달라고 청한다. 이 광경을 보고 다른 제자들이 분개한다: 예수는 이에 대하여 세상 집권자들은 권세를 부리지마는 제자들은 그렇지 않아야 할 것을 말씀하신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막 10:43-44).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예수는 자기 자신의 삶으로 모범을 보이고자 하신다: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여기서 “인자”는 묵시록적인 권세자가 아니라 죄인의 중보자요 대속물이요, 섬기는 자이다.

예수는 밤에 자기에게 찾아온 유대공회의 일원인 니고데모에게 중생의 도리를 가르치시면서 광야에서 불뱀에 물린 이스라엘이 구리뱀을 쳐다보면서 목숨을 구했던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키신다. 이처럼 예수는 자신을 “인자”라고 지칭하시면서 십자가에서 달리시게 될 것을 예언하신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 3:14-15). “인자”가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 달려야 함은 중보자인 “인자”를 믿음으로 믿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게 하려 함이라고 말씀하신다.

3) 미래 오심을 지칭하여 사용
가이사라 빌립보에서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들으시고 난 후 예수는 자신의 수난과 부활을 첫 번째 예고하신다. 그러므로 예수는 제자직의 도리에 관하여 가르치시면서 자신을 세상 끝에 오실 “인자”라고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이 음란하고 죄 많은 세대에서 나와 내 말을 부끄러워하면 인자도 아버지의 영광으로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올 때에 그 사람을 부끄러워하리라”(막 8:38). 인자는 세상 끝날에 하나님의 대리자로 오시며, 사람들의 참된 신앙을 판결하는 자이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지상적 예수인 자신을 부인해도 용서를 받을 수 있으나,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가르치신다: “누구든지 말로 인자를 거역하면 사하심을 받으려니와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사하심을 받지 못하리라”(눅 12:10). 예수는 자신을 겸허한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인자”라고 칭하고 있다. 이러한 하나님의 전권을 가지신 “인자”인 자기 자신일지라도 오인되고 비방받을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하신다.

예수께서는 세상의 종말에 다가올 재난에 관하여 말씀하시면서 자신의 옴을 “인자의 옴”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동네에서 너희를 핍박하거든 저 동네로 피하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스라엘의 모든 동네를 다 다니지 못하여서 인자가 오리라”(마 10:23).

예수는 제자들에게 세상 끝에 다가올 하나님 나라를 “인자의 날” 로 표현하시고, 오시는 자는 바로 “인자” 라고 말씀하신다: “너희가 인자의 날 하루를 보고자 하되 보지 못하리라. 사람이 너희에게 말하되 보라 저기 있다 보라 여기 있다 하리라. 그러나 너희는 가지도 말고 따르지도 말라. 번개가 하늘 아래 이쪽에서 번쩍이어 하늘 아래 저쪽까지 비침같이 인자도 자기 날에 그러하리라. 그러나 그가 먼저 많은 고난을 받으며 이 세대에게 버린 바 되어야 할지니라“(눅 17:22-25). 여기서 ”인자“란 번개처럼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나타나는 묵시록적 재림주이며, 이 세상에 대한 심판권을 지니고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초자연적 존재인 인자는 먼저 십자가에서 고난받아 대속의 제물이 되어야 할 것을 말씀하신다. 예수는 자신을 이러한 “인자”와 동일시하신다.

이어서 예수는 인자의 때를 노아의 때와 롯의 때와 동일시하신다. 노아의 때와 롯의 때는 사람들이 쾌락과 환락에 사로 잡혀 윤리와 도덕이 크게 문란해진 때였다. 불법이 성한 때에 “인자”는 불경건한 자들을 벌하고 의로운 자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오시는 분이다: 복음서 저자 누가는 예수의 말씀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노아의 때에 된 것과 같이 인자의 때에도 그러하리라.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 들고 시집 가더니 홍수가 나서 그들을 다 멸망시켰으며, 또 롯의 때와 같으리니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사고 팔고 심고 집을 짓더니, 롯이 소돔에서 나가던 날에 하늘로부터 불과 유황이 비오듯 하여 그들을 멸망시켰느니라. 인자가 나타나는 날에도 이러하리라”(눅 17:26-30). “인자”는 죄와 불법이 관영한 종말의 때에 불경건한 자를 심판하고 경건한 자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오시는 분이다. 예수는 ”인자“를 세상 종말 때의 심판자와 구원자로 이해하고 있다.

2. 신약 사도의 서신에서 사용된 “인자” 칭호
히브리서 저자는 구약 시편 구절(시 8:4-8)을 사람 일반에게 적용시키지 않고 “인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시킨다: ”그러나 누구인가가 어디에서 증언하여 이르되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그를 잠시 동안 천사보다 못하게 하시며 영광과 존귀로 관을 씌우시며, 만물을 그 발 아래에 복종하게 하셨느니라 하였으니 만물로 그에게 복종하게 하셨은즉 복종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어야 하겠으나 지금 우리가 만물이 아직 그에게 복종하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오직 우리가 천사들보다 잠시 동안 못하게 하심을 입은 자 곧 죽음의 고난 받으심으로 말미암아 영광과 존귀로 관을 쓰신 예수를 보니 이를 행하심은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을 위하여 죽음을 맛보려 하심이라”(히 2:6-9). 여기서 히브리서 저자는 “인자”를 만물이 그에게 복종하는 자요 “많은 아들들을 이끌어 영광에 들어가게 하시는 일에 그들의 구원의 창시자”(히 2:10)로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인자는 곧 “고난을 통하여 온전하게 되신”(히 2:10) 역사적 예수이다.

3. 부활하신 후에 확인된 “인자” 되심
예수의 “인자” 되심은 그의 지상적 사역에서는 일반 유대인들에게는 물론 심지어는 제자들에게까지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예수가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비로소 예수는 “인자”로서 인정되고 하늘에서 누리는 권좌에 오르시게 된다(마 28:18-20). 지상적 예수께서 “인자”가 다시 오신다고 말씀하셨을 때 그는 마치 다른 사람, 제3자가 오는 것처럼 말씀하신다: “내가 또한 너희에게 말하노니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인자도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서 그를 시인할 것이요,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는 자는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서 부인을 당하리라”(눅 12:8-9). “누구든지 이 음란하고 죄 많은 세대에서 나와 내 말을 부끄러워하면 인자도 아버지의 영광으로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올 때에 그 사람을 부끄러워하리라”(막 8:38). 이 말씀에서 예수는 암시적 방식으로 자신을 인자와 동일시하고 있다. 인자의 판결 내지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의 그의 입장 표명은 오직 사람이 예수에게 어떻게 했는가에 따라서 결정된다. 이와 같이 예수만이 심판의 척도가 된다. 각 사람은 예수의 인물됨이 예수의 하나님 뜻 해석, 십자가를 향한 예수의 길을 진지하게 받아 들이고 자기의 삶을 그것에 맞추느냐 아니냐에 따라 스스로 심판을 내린다. 부활절 이전에는 예수의 인자 발언은 암시적이었다. 그러나 예수의 부활하신 후에는 다시 사신 예수 말고는 그 누구도 다시 오실 “인자”가 될 수 없다(막 13:26, 막 14:62)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자” 이신 예수께서는 장치 누리실 권세와 아주 대조적으로 이 세상에서는 낮고 천하며 멸시받는 삶을 사셨다(마 8:20, 마 11:19), “인자”는 먼저 사람들에게 넘겨졌다. 하나님이 세우신 세상의 심판자가 사람들의 법정에서 사형판결을 받으신 것이다. 이것 또한 하나님께서 미리 아시는 가운데 하나님의 구속의 섭리를 따라 일어난 사건이었다(막 8:31, 막 9:31, 막 10:33-34). 예수는 인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속죄물로 내놓은 인자이셨다(막 10:45). 세상의 심판자가 앞으로 자기 앞에 심판받을 사람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으신 것이다. 요한복음에서 예수는 인자를 “하늘에서 내려온 자”(요 3:13)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인자의 고난 당하심, 죽으심과 다시 사심에 관하여 “높이 들리심”(요 3:14, 요 8:28, 요 12:34), 영광 얻으심(요 12:23, 요 13:31)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예수의 행적에 있어서 그의 인자되심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계기는 부활사건이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그분이 진정히 “인자”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50. 기독론적 칭호: 역사적 예수에 대해 붙여진 칭호

예수의 부활과 더불어 초대교회가 탄생하면서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은 예수에 대한 신앙고백을 하였다, 신앙고백을 통해서 부활하신 예수에 대한 새로운 칭호가 생겨났다. 이것이 바로 기독론적 칭호(christological title)이다. 이 칭호들은 이미 예수의 지상적 사역에서 예수 자신이 자기에 대해 사용하신 칭호에서부터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에 제자들에 의해 붙여진 칭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였다. 이 칭호들은 바로 역사적 예수의 생애 전체를 포괄한다. 이 칭호들은 그 분이 누구라는 것을 알려주는 결실이요, 훈장이요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여 얻은 전리품과 같은 것이다.

예수의 지상적 사역을 가리키는 칭호들은 “선지자”, “고난의 종”, “대제사장”이다. 이러한 칭호들은 이미 유대교에 있었다. 그리고 예수가 즐겨 사용하던 칭호들은 “인자”와 “고난의 종”이라는 칭호들이었고, “메시아(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칭호들은 비밀로 붙여졌다. 이 칭호들은 이미 예수의 갈릴리 사역에서부터 있었다. 예수의 부활 이후에 이 칭호들 “메시아”(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은 더욱 활성화되었고, 새로운 칭호들, “주(Kyrios)”, “구주(Soter)”, “성육신하신 말씀(Word)”, “성자 하나님(God)”, “심판주”(오실 자)라는 칭호들이 더 붙여졌다.

I. 부활절 이전의 지상적 예수의 칭호
부활절 이전 역사적 예수의 지상에서의 사역에서 그에게 붙여진 칭호들은 “인자”, “고난의 종”, “메시아”,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칭호였다.

1. “인자”
“인자”라는 칭호는 사람의 아들이라는 뜻으로 예수께서 자신에 대하여 겸허하게 사용하신 용어였다. 이 칭호는 인간과의 본질적 연대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된 것이다. 마가복음에는 예수께서는 섬기러 온 그의 사명을 가르치기 위하여 “인자” 칭호를 사용한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예수는 병 고치는 권세와 관련하여 이 칭호를 사용한다:“인자가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 너희로 알게 하려 하노라 하시고 중풍병자에게 말씀하시되”(막 2:10). 예수는 변화산의 신비체험 후에 제자들에게 그가 받으실 고난과 관련하여 말씀하실 때 이 칭호를 사용하신다:“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께서 경고하시되 인자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날 때까지는 본 것을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 하시니”(막 9:9). 마가의 기록에 의하면 예수는 가이사라 빌립보에서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들으시고 앞으로 받으실 그의 고난과 관련하여 이 칭호를 사용하셨다: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살아나야 할 것을 비로소 저희에게 가르치시되”(막 8:31).누가도 이 사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제 삼일에 살아나야 하리라 하시고”(눅 9:22). 누가의 기록에 의하면 예수는 앞으로 다가올 묵시록적 “인자(人子. the Son of Man)의 날”과 관련하여 “인자”가 영광 속에 나타날 것을 시사(示唆)하여 사용하신다. 이 인자는 다름아닌 예수 자신이다. 그 전(前)에 “인자”는 먼저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서 죽어 이 세대로부터 버림받아야 할 것을 말씀하신다: 예수는 그의 재림과 관련하여 사용하신다: “그러나 그가 먼저 많은 고난을 받으며 이 세대에게 버린 바 되어야 할지니라”(눅 17:25).

2. “고난의 종”
예수는 가이사라 빌립보에서 베드로의 신앙고백을 들은 후에 비로소 제자들에게 자신이 예루살렘에 올라가 고난받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실 것이라는 사실을 알릴 때 이 칭호를 사용하신다: “이 때로부터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가 예루살렘에 올라가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제 삼일에 살아나야 할 것을 제자들에게 비로소 나타내시니”(마 16:21). 예수는 예루살렘에 올라가 종교 지도자들에 의하여 배척과 고발과 심문과 사형언도와 죽임을 당하는 “고난의 종”의 직분이 자신이 부여받은 메시아적 사명이라고 생각하였다. 공관복음서에서는 “고난의 종”이라는 칭호는 “인자” 칭호와 연관되어 사용되고 있다(막 8:31, 눅 9:22, 마 16:25). 예수께서 “고난의 종”이라는 사실은 그에게 그리스도라는 신앙고백을 한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고난의 종이라는 신분은 예수 자신이 독특하게 자신의 메시아 의식으로 스스로를 이해했던 메시아적 사명이었다. 이러한 “고난의 종”이라는 자기 이해 때문에 예수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그를 따르는 많은 군중으로부터 배척받았으며, 제자들에게도 배반당하고, 십자가에 못박히는 최후에 이르게 된다.

3. “메시아(그리스도)”
“메시아”(Messiah)라는 히브리말은 “그리스도”(Christos)라는 헬라말로서 “기름 부음을 받은 자”(the anointed)라는 뜻이다. 구약에서 왕이나 제사장은 기름 부음을 받았다. 기름 부음이란 그 직책을 위하여 성별되었고, 권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메시아는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아 백성을 구원하는 사명을 수행하는 자이다. 이 칭호는 가이사라 빌립보에서 했던 베드로의 신앙고백에서 공적으로 사용되었고 역사적 예수는 이를 시인하신다. 복음서 저자 마태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여 가로되,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들 알게 한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니라”(마 16:16-17). 지상적 예수는 가이사라 빌립보에서 있었던 베드로의 신앙고백이 있고 난 후에 자신에 대한 그리스도라는 칭호를 비로소 인정하시나 곧 다시 비밀에 붙이라고 말씀하신다. 아직도 때가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신 것이다.

4. “하나님의 아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칭호는 지상적 예수께서 직접 사용하신 것과 사도 바울이 사용한 것으로 나누어진다.

1) 예수 자신에게서 나온 호칭
지상적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칭호를 사용하심으로써 하나님에 대한 자신의 독특한 관계를 나타내셨다. 이 칭호는 예수 자신으로부터 기원한다. 예수는 복음의 진리를 아는 일을 “지혜롭고 슬기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타내시는 것”을 감사하시면서 “아들”이라는 칭호를 사용하신다:“내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내게 주셨으니 아버지 외에는 아들을 아는 자가 없고, 아들과 또 아들의 소원대로 계시를 받는 자 외에는 아버지를 아는 자가 없느니라”(마 11:27). 누가도 지상적 예수께서 하신, 이와 거의 동일한 말씀을 기록하고 있다: “내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내게 주셨으니 아버지 외에는 아들이 누구인지 아는 자가 없고 아들과 또 아들의 소원대로 계시를 받는 자 외에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아는 자가 없나이다”(눅 10:22). “아들”이라는 칭호 자체는 이미 예수가 갖는 아버지 하나님과의 가장 독특한 친밀한 인격적인 관계를 함의하고 있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예수는 하나님을 “아버지”,자신을 “아들”이라 칭하고 있다. 요한복음 5장에서 예수는 아들의 전권에 관하여 말씀하신다.“아들이 아버지께서 하시는 일을 보지 않고는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나니 아버지께서 행하시는 그것을 아들도 그와 같이 행하느니라. 아버지께서 아들을 사랑하사 자기가 행하시는 것을 다 아들에게 보이시고 또 그보다 더 큰 일을 보이사 너희로 놀랍게 여기게 하시리라. 아버지께서 죽은 자들을 일으켜 살리심 같이 아들도 자기가 원하는 자들을 살리느니라. 아버지께서 아무도 심판하지 아니하시고 심판을 다 아들에게 맡기셨으니, 이는 모든 사람으로 아버지를 공경하는 것 같이 아들을 공경하게 하려 하심이라 아들을 공경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를 보내신 아버지도 공경하지 아니하느니라”(요 5:19-23). 예수께서는 이어서 자신이 심판의 권세를 가지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말씀하신다: “죽은 자들이 하나님의 아들의 음성을 들을 때가 오나니 곧 이 때라 듣는 자는 살아나리라. 아버지께서 자기 속에 생명이 있음 같이 아들에게도 생명을 주어 그 속에 있게 하셨고, 또 인자됨으로 말미암아 심판하는 권한을 주셨느니라”(요 5:25-27). 예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늘을 우러러보시면서 하신 대제사장적 기도에서 자신을 아들로서 칭하고 있다: “아버지여 때가 이르렀사오니 아들을 영화롭게 하사 아들로 아버지를 영화롭게 하게 하옵소서. 아버지께서 아들에게 주신 모든 사람에게 영생을 주게 하시려고 만민을 다스리는 권세를 아들에게 주셨음이로소이다”(요 17:1-2).

2) 사도 바울의 호칭
사도 바울은 그의 서신, 로마서와 고린도 전서에서 예수에 관하여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 “그의 아들에 관하여 말하면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고, 성결의 영으로는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사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셨으니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시니라”(롬 1:3-4).“너희를 불러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와 더불어 교제하게 하시는 하나님은 미쁘시도다”(고전 1:9). 사도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자기에게 나타나신 부활하신 예수를 영적 환상으로 체험함으로써 그가 바리새인이었을 때의 역사적 예수에 대한 상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경험하였다. 역사적 예수는 이제 사도 바울에게는 더 이상 유대교의 율법을 파괴하려는 자가 아니라 율법을 완성하는 자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확인되었다.


II. 부활절 이후의 예수의 칭호
부활절 이후 부활하신 예수에게 붙여진 칭호는 “주”, “구주”, “성육신하신 말씀”, “하나님”, “심판주”등이다.

5. “주” (Kyrios)
“주(퀴리오스)”라는 단어는 죽은 후 신이 된 로마 황제에게 사용한 칭호였다. 초대교회는 이 칭호를 로마 황제 아닌 그리스도에게 사용하였다. 이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로마 황제로부터 박해를 받기에 이른다. 고린도교회에 보낸 서신에서 바울은 예수를 “주”라고 부르고 있다: “비록 하늘에나 땅에나 신이라 불리는 자가 있어 많은 신과 많은 주가 있으나, 그러나 우리에게는 한 하나님 곧 아버지가 계시니 만물이 그에게서 났고, 우리도 그를 위하여 있고 또한 한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니 만물이 그로 말미암고 우리도 그로 말미암아 있느니라”(고전 8:5-6). 당시 로마시대에는 각 신전마다 많은 신상들이 있었고, 각 나라마다 만신전(萬神殿, pantheon)이 있었다. 로마인들은 만가지 신들을 숭배하였다. 죽은 로마 황제는 “주”라는 칭호로서 경배의 대상이 되었다. 초대교회는 로마 황제에 대하여 붙이는 “주”라는 칭호를 부활하신 예수에게 붙이고 예수만을 “주”라고 고백하고 로마 황제 숭배를 거절하였다. 그리하여 기독교인들은 신앙의 박해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바울은 고린도교회 신자들를 향하여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만일 누구든지 주를 사랑하지 아니하면 저주를 받을 지어다. 우리 주여 오시옵소서”(고전 16:22). 빌립보 교회에 보낸 서신에서도 사도 바울은 당시 초대교회의 그리스도 찬가(Christ hymn)를 인용하면서 예수를 주라고 부르고 있다:“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빌 2:11).

6. “구주”(Savior, soter)
누가는 예수의 탄생과 관련하여 이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오늘날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눅 2:11). 그리고 누가는 사도행전에서 초대교회의 베드로와 사도들이 유대의 대제사장과 공회 앞에서 예수에 관하여 증언할 때 “구주”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 “이스라엘로 회개케 하사 죄 사함을 얻게 하시려고 그를 오른손으로 높이사 임금과 구주를 삼으셨느니라”(행 5:31).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보낸 서신에서 예수의 재림과 관련하여 “구주”라는 칭호를 사용하고 있다:“이제는 우리 구주 그리스도 예수의 나타나심으로 말미암아 나타났으니 저는 사망을 폐하시고 복음으로써 생명과 썩지 아니할 것을 드러내신지라”(딤후 1:10). 그리고 디도에게 보낸 서신에서 바울은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복스러운 소망과 우리의 크신 하나님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심을 기다리게 하셨으니”(딛 2:13). 초대교회 서신에서 보는 바같이 역사적 예수는 초대교회 신자들 사이에서 그분의 재림을 기대하면서 “구주”라는 호칭을 받기에 이른다.

7. “성육신 하신 말씀
사도 요한은 지상적 예수를 “말씀”이라고 부르고 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요한에 이르러 “태초부터 계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호칭되고 있다. 요한은 그의 복음서에서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요 1:1). 예수는 이제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시고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이해된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 1:14). 사도 요한은 이 태초의 말씀이 나사렛 예수 안에서 인간의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람, 즉 마리아의 아들이 되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요한복음의 기록에 의하면 지상적 예수께서 유대인들과 논쟁하는 가운데 예수께서 유대인들에게 “너희 조상 아브라함은 나의 때 볼 것을 즐거워하다가 보고 기뻐하였느니라”(요 8:56) 고 말씀하신다. 이에 대하여 유대인들은 “네가 아직 오십 세도 못되었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느냐”(요 8:57)고 반문한다. 이에 대하여 지상적 예수는 대답하신다: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내가 있느니라”(요8:58). 이러한 요한의 기록은 예수도 자신이 “태초의 말씀”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예수의 발언은 그의 메시아적 자의식(Messianic self-consciousness)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사도요한은 그의 서신에서 예수가“태초부터 계시는 생명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거듭 증언하고 있다: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자세히 보고 우리의 손으로 만진 바라”(요일 1:1).

8. “하나님”
사도 요한은 그의 복음서에 도마의 신앙고백을 기록하면서 예수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에 도마는 그 자리에 없었다. 부활하신 예수가 나타나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도마는 “내가 그의 손의 못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요20:25)고 의심한다. 8일 후에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도마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신다: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 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보라. 그리하고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요 20:27). 도마는 “나의 주시며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요 20:28)라고 한다. 도마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고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하였다.

9. “재림의 주”(심판주)
복음서 저자 마태에 의하면 예수께서 자신을 “인자”라고 칭하시는데 이 인자는 세계 종말에 심판자로 오실 자이다. 인자는 세계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고 선인과 악인을 분별하실 것이다: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고 각각 분별하기를 목자가 양과 염소를 분별하는 것 같이 하여”(마 25:32). 그리고 인자는 영광의 보좌에 앉으사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심판하실 것이다. 마태는 예수 자신의 말씀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세상이 새롭게 되어 인자가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을 때에 나를 좇는 너희도 열두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심판하리라”(마 19:28).

이러한 예수의 다양한 칭호는 그분이 행하신 구속 사역의 다양한 측면과 관련된다. 앞으로는 이러한 칭호를 그분의 역사성과 관련하여 보다 자세히 성찰해 보기로 한다. 십자가에서 예수의 죽으심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 시작은 부활과 더불어 개통되었고, 이어 성령의 오심과 초대교회의 시작과 더불어 역사적 예수의 구속론적 영향력은 그의 제자들이 세운 교회를 통하여 세계선교로 뻗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