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2010

“무너지는 목회자들, 회개가 사라졌기 때문”

‘한국교회 영성의 현주소’ 주제로 열린 한복협 월례회
복음주의자들이 ‘한국교회 영성의 현주소’를 놓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는 12일 오전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담임 허태성 목사)에서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박용규 교수(총신대)가 ‘회개와 참회의 현주소’를, 김성영 박사(전 성결대 총장)가 ‘용서와 화해의 현주소’, 손인웅 목사(덕수교회)가 ‘사랑과 봉사의 현주소’를 각각 발표했다.
칼빈의 회개론: “죄책 고백도 중요하지만, 먼저 하나님께로 돌아서라”
▲한복협 월례회에서 박용규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박용규 교수는 ‘기독교는 회개의 종교입니다’를 제목으로 신구약 시대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회개운동을 역사적으로 살폈다. 박 교수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물론 죄를 짓지 않는 것이지만, 그 다음으로 우리가 철저하게 회개하고 거기서 돌아서는 것을 기뻐하신다”며 “사람은 누구나 다 죄를 범하지만, 중요한 것은 죄를 지은 후에 회개하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특히 종교개혁과 회개의 관련성에 주목했다. 종교개혁의 핵심은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인데,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으로 돌아가 복음의 핵심과 믿음이 무엇인가를 재발견했고 믿음을 통한 구원은 회개의 채널을 통해서라고 가르쳤다. 진정한 믿음은 반드시 회개를 동반해야 하고, 회개 없는 죄 용서는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회개를 ‘하나님께로 돌아서는 것’이라 설명한 칼빈은 이를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기독교 강요에서 ‘회개와 죄의 용서가 복음의 전제’라고 말했던 그는 먼저 회개란 하나님께로 생활을 전향하는 것으로, 외면적 행위 뿐만 아니라 영혼 자체가 변모할 것을 요구한다. 둘째로 회개는 하나님을 진지하게 두려워하는 데서 생기며, 셋째로 육을 죽이고 영을 살린다는 두 부분으로 성립된다.
칼빈은 특히 회개와 관련해 선지자 요엘의 말처럼 ‘주님께로 완전히 마음을 돌리는 것’과 ‘옷을 찢지 말고 마음을 찢는 회개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죄책에 대한 고백’ 보다는 ‘하나님께로 돌아서는 것’과 ‘벌과 심판대 앞에 서는 일을 피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 간구하는 것’이 돼야 하고, 회개의 대상은 최근의 죄만 아니라 오래 전에 지은 죄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회개는 종교개혁 이후 청교도운동, 경건주의운동, 대각성운동 등에서 분명히 찾을 수 있는 현상이었다. 특히 한국교회 대부흥운동에서 회개는 기독교 역사의 어떤 다른 부흥운동에서 나타난 회개보다 강력했다. 박 교수는 영적 각성의 첫 징후였던 1903년 송도(개성) 남감리교 선교회 집회부터 하디의 원산대부흥, 1906년 목포 부흥운동, 이듬해 평양 대부흥운동 등에서 나타난 회개를 자세히 그렸다.
박 교수는 “회개는 일생동안 기독교인들이 주님 부르시는 그날까지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할 주님의 명령”이라며 “그런데 오늘날 강단에서 회개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한국교회가 회개 없는 기독교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회개를 외치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영적 각성이 병행되지 않는 입술로만의 회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회개를 강하게 외치는 보수주의 교단에서 힘없이 무너지는 많은 목회자들을 볼 때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한국교회의 진정한 회개 없이 진정한 회복과 부흥은 요원하다는 사실을 성경과 기독교 역사, 부흥의 역사는 우리에게 말한다”며 “참된 회개는 입술로만의 고백이 아닌 진정한 변혁이 따르는 삶을 통한 고백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죄에서 돌이키는 실천 없이 외치는 회개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회개는 나 자신의 회개에서 출발해 공동체의 회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어 김성영 박사는 성직자 중 산돌 손양원 목사, 평신도 중 고당 조만식 장로의 발자취를 통해 용서와 화해의 삶을 촉구했다. 특히 잘 알려진 손양원 목사의 얘기에 이어 ‘한국의 간디’라 불리는 조만식 장로의 비폭력·박애 정신과 에큐메니칼 정신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김 박사는 “교회 안에서 목회자와 성도 사이, 성도와 성도 사이의 갈등과 불협화음, 교단 내 끝없는 정치적 주도권 다툼이 끊이지 않아 세상에 많은 실망을 주고 있다”며 “나아가 아직 믿지 않는 이웃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고 봉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이웃 종교와의 원만한 이해와 소통이 부족하며, 대사회적인 봉사에 대한 협력이 부재함으로 국민들로부터 배타적인 기독교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인웅 목사 “봉사의 동기가 진정 예수 그리스도인가 점검을”
▲손인웅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손인웅 목사는 ‘사랑과 봉사’를 실천함에 있어 ‘영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손 목사는 “초기 한국 기독교가 소수였음에도 힘이 있었던 것은 영성이 복음과 삶이 일치하는 역사 속에 능력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의 영성이 고난당하는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는 능력으로 나타났고, 부활의 영성이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겨레에게 희망의 등불이 됐다”고 밝혔다.
은혜를 깨닫고 자발적으로 섬기는 봉사는 언제나 역동적이지만, 이제까지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영성은 대체로 교회성장에 필요한 새벽기도와 금식기도, 성경공부와 기도원 집회 참석, 산기도 등 내적 영성수련과 개인영성 내지 교회 내 봉사를 위한 영성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손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공동체의 영성과 사회책임의 영성, 생태계를 살리는 영성은 극히 미약하다”며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영성도 성장주의에 병들어 가난한 사람을 위한 설교를 거의 하지 않고,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생태계에 대한 책임에 대한 설교와 교육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목사는 최근 활발히 활동중인 한국교회희망봉사단에 대해서도 “열심히 하는 동기가 진정 예수 그리스도에 의한 것인가를 늘 점검해야 하고, 나부터 이런 점에서 회개가 된다”며 “이게 아니라면 오래 못 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일공동체를 ‘좋은 예’로 소개하면서 “최일도 목사는 영성훈련을 함께하고 있어 이제까지 잘 해 왔다”며 “최일도 목사를 만나면 ‘끝까지 잘 가면 인정해주겠다’고 늘 말하는데, 끝까지 잘 가리라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된다면 다일공동체의 활동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복 목사(WEA 의장)는 응답을 통해 “회개와 용서, 화해는 한국 사회와 교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들”이라며 “야당은 북한에 대한 이해와 협력과 화해는 적극 주장하면서도 국내 여당과는 사사건건 원수처럼 싸우고, 여당은 북한이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기 전에는 절대 화해하지 않을 것 같은 태도를 유지함을 보며 오늘의 주제가 얼마나 필요한지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교계적으로는 교단들의 계속되는 분쟁과 최근 감리교 내분을 바라보면서 극심한 슬픔을 느낀다”며 “몇년째 계속되는 분쟁은 현재 한국 기독교의 가장 부끄러운 수치가 돼 있는데 하나님 앞에서 철저한 회개와 용서와 화해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회개와 용서화 화해 운동은 기독교인 각자에게서 새롭게 출발하여 가정, 교회, 사회, 국가, 남북간, 문명과 문명 간, 종교와 종교간, 민족과 국가간에 일어나야 한다”며 “그리스도의 구원과 화해 운동을 이루기 위해 우선 우리 자신부터 시작하자”고 권면했다.
크리스천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