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굽의 장자를 죽이던 밤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양을 잡아서 그 피를 문설주와 인방에 바르라고 하신 것이 출애굽기 12장에 나옵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동지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는다며 여기저기 뿌리는 풍습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그것이 아마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양을 잡아서 피를 문설주에 바르던 것에서 유래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게 피를 바르고 그 집 안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날 밤 애굽 전역 집집마다, 왕의 아들부터 종의 아들까지 장자는 모두 다 죽임을 당했으므로 집집마다 초상이 났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집밖에는 피를 발랐고, 집 안에서는 양고기를 불에 구워 먹고 즐기며 안전하게 보냈습니다. 옷을 입고 신을 신고 지팡이를 잡고 양고기를 먹으며 날만 새면 그 지긋지긋한 애굽을 떠난다는 기쁨으로 심판의 밤을 보냈습니다. 앞뒷집에서 비명 소리가 나면서 애굽 전역이 장자를 잃은 통곡 소리로 덮였습니다. 장자 없는 집은 없는데, 왜 이스라엘 사람들의 집에는 죽음의 형벌이 내리지 않았습니까? 왜냐하면 밖에다 피를 발랐기 때문입니다. ‘피를 발랐어도 혹시 죽을지도 모르지 않느냐?’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피를 바른 집의 장자는 모두 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거짓말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애굽 땅을 칠 때에 그 피가 너희의 거하는 집에 있어서 너희를 위하여 표적이 될지라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재앙이 너희에게 내려 멸하지 아니하리라”(출애굽기 12:13).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가리니 재앙이 너희에게 내려 멸하지 아니하리라”는 것은 하나님의 약속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든 피를 발랐으면 죽음의 심판은 넘어가고, 그렇지 않았으면 그 집에 심판이 내렸습니다. 피도 하나님이 보시고 심판도 하나님이 내리셨습니다. 그 약속의 말씀은 그들에게 안정과 확신을 주었고, 또한 그들에게 내리는 심판을 막아주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집의 장자를 대신해서 양이 먼저 죽어 피를 흘렸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피를 보십니다.
성경은 예수님을 가리켜 유월절 양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유월절(逾越節) 양 곧 그리스도께서 희생이 되셨느니라”(고린도전서 5:7).
유월(逾越)이란 말은 영어로는 ‘패스 오버’(pass over), 즉 ‘넘어서 지나가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의 장자 대신 양이 피 흘려 죽음으로 심판이 그 집을 넘어 간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 유월절의 유래입니다. 그 때 이스라엘 장자 대신 양(羊)이 죽임을 당했듯이, 인류에게 쏟아질 저주와 심판을 위해 예수님이 대신 죽임을 당함으로써 예수님이 유월절 양이 되셨다는 말씀입니다. 실제로 예수님이 돌아가신 것도 유월절 날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끌려가 죽으실 전날 밤 겟세마네 동산에서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 하시거든 이 잔(盞)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마태복음 26:39)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 앞에는 심판의 잔이 놓여 있었습니다. 인간이 지은 모든 죄의 저주가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대로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려면 그 잔을 마셔야 했습니다. 옛날 대역죄인에게 그 죄 값으로 사약(死藥)이 내려졌듯, 예수님 앞에도 인류의 죄에 따른 저주를 가득 채운 잔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형벌의 잔이 어떤 것인지를 예수님은 너무나 잘 알고 계셨습니다. 예수님도 우리와 같은 육체를 가지셨으므로 고통을 원하실 리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이 그 잔을 받지 않고 지나가면 우리가 그 잔을 마시고 지옥으로 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내 아버지여 만일 내가 마시지 않고는 이 잔이 내게서 지나갈 수 없거든 아버지의 원 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마태복음 26:42)라고 하나님 앞에 자신의 뜻을 복종시키셨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뜻은 예수님이 그 저주의 잔을 마시고 죽으심으로 심판이 우리에게서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양(羊)이 대신 죽음으로써 그 집의 장자에게 내린 죽음이 넘어 지나간 것처럼, 예수님이 대신 죽으심으로 우리에게 내리실 하나님의 심판이 우리를 넘어 가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무엇을 보십니까? 우리의 죄를 보지 않으시고, 우리의 착한 행실도 보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의 피를 보십니다. “내가 피를 볼 때에 너희를 넘어 가리라.” 유월절에 죽은 어린 양은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구약 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매년 한 번씩 이스라엘 민족이 일 년간 지은 죄를 하나님께 사함 받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 날을 대속죄일(大贖罪日)이라고 합니다. 대속죄일에는 염소 두 마리를 끌어다가 제비를 뽑습니다. 그 중 한 마리에게는 죄를 지워 광야 무인지경에 내다 버리는데 그러면 거기서 맹수에게 잡혀 먹히든지 굶어죽든지 할 것입니다. 자기들의 죄를 지고 광야로 내몰리는 어린 염소를 보며 이스라엘 사람들은 ‘저 죄 없는 염소가 우리 죄를 지고가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한 마리는 죄를 짊어 지워 정사각형 놋제단에서 죽여 속죄 제물로 드렸습니다(레위기 16:8∼10,18∼22). 그리고 그 염소의 피를 가지고 지성소에 들어가 속죄제를 드렸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 속죄 제사를 드리는 성막(聖幕)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섬기고 제사를 드리는 성막은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해 그 식양을 정해 주셨습니다. 성막 문을 들어가면 <그림>처럼 놋제단이 있는데 놋제단은 동물을 죽여서 번제를 드리는 곳입니다. 물두멍을 지나면 임시건물 같은 장막(tent)이 있는데, 들어가면서 앞 쪽이 성소이고 휘장으로 분리된 뒤 쪽이 지성소입니다. 지성소(至聖所)란 지극히 거룩한 곳이라는 뜻입니다.
염소의 피는 땅에 쏟되 얼마는 대제사장이 가지고 성소를 거쳐 지성소에 들어갔습니다. 성소 안에는 떡을 진열해 놓는 떡상과 일곱 촛대, 그리고 향을 피우는 향단이 있습니다. 휘장(두꺼운 커튼)을 통과하면 지성소가 나오는데, 그 안에는 언약궤(법궤)가 있습니다. 언약궤 속에는 십계명이 새겨진 돌판, 만나, 아론의 싹 난 지팡이가 들어 있고, 언약궤 위는 속죄소(贖罪所: 히브리어로 ‘카파르’ 즉 ‘덮는다’라는 뜻임)인데 그 위에다 피를 뿌림으로써 죄를 사함 받는 곳입니다. 속죄소는 다른 말로 시은좌(施恩座), 즉 은혜를 베푸는 곳인데, 시은좌 위로 두 그룹의 천사가 내려다보는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나님께 죄를 사함 받는 지성소에는 대제사장이 피를 가지고 일 년에 한 번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법궤 위 속죄소에 피를 일곱 번 뿌리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죄 값을 대신하여 번제단 위에서 죽은 염소의 피를 가지고 속죄제 결제를 받는 셈입니다. 백성들은 성막 밖에서 종일 금식하며 기도합니다. 대제사장의 목에는 열두 지파의 이름을 기록한 판결흉패가 걸려 있고, 옷 가장자리에는 금방울이 달려 있습니다. 만일 지성소에 피 없이 들어갔다가는 대제사장은 죽습니다.
대제사장이 하나님이 임재하신 지성소에 들어가서 살아서 피를 뿌리며 기도하고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 속죄 제사를 받으셨다는 증거입니다. 그렇게 대제사장이 속죄 제사를 마치고 나면, 그 이후에 짓는 죄에 대해서는 이듬해 대속죄일에 또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일년에 한 번씩 드렸던 이 대속죄제(大贖罪祭)는 훗날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심으로써 인류의 죄를 대속(代贖)할 것의 모형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죄를 지고 가는 염소는 세례 요한이 증거한 것처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요한복음 1:29)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염소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일년 동안 지은 죄를 지고 갔지만, 예수님은 온 세상 사람들의 죄를 한 번에 영원히 지고 간 것입니다. 제단의 정사각형은 동서남북 온 세상을 말하고, 제단 위에서 죽은 염소는 십자가에서 죽으실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피를 땅에 쏟고 또한 그릇에 담아 지성소에 들어간 대제사장은 부활하여 승천하신 예수님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정결케 하는 일을 하시고 높은 곳에 계신 위엄의 우편에”(히브리서 1:3) 앉으셨습니다.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아니하고 오직 자기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히브리서 9:12). 이 말씀에서 성소는 지성소를 말합니다(영어성경: the Most Holy Place). 매년 한 번씩 짐승의 피로써 대제사장이 땅에 있는 지성소에 들어갔던 것, 즉 “하늘에 있는 것들의 모형”(히브리서 9:23)은 염소를 잡아 정결케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늘에 있는 그것들은 이런 것들보다 더 좋은 제물로 할지니라”(히브리서 9:23)고 하여, 하나님이 받으실 참 제사는 흠도 없고 점도 없는 어린양 같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써 드려야 할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출처:생명의말씀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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