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어머니는 고향 마을 목화밭에서 채 피지 않아 버려진 목화를 이삭 줍듯 거두어왔습니다.
좋은 목화는 가을 수확기에 농가에서 모두 따 거둬들였지만, 그것은 늦가을의 된서리를 맞고 제대로 솜털이 피어나지 않아 버려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몇날 며칠 동안이나 밤을 지새우며 솜털을 탔고, 물레를 돌려 실을 자아냈습니다. 그리고 직접 베틀로 무명을 짜서 옷을 지었습니다. 처음부터 솜의 질이 좋지 않는 까닭에 무명천은 마치 삼베처럼 거칠었습니다.
설날이 되어도 아들에게 화려한 색동옷을 사 입힐 수 없었던 어머니는 비록 거친 옷이지만 직접 만들어서 물감을 곱게 들여 입혀주셨습니다. 그리고 한 말씀을 덧붙였습니다.
"우리 아들 인물 나네!"
내가 입은 것은 단순한 무명옷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봉사 활동을 하느라 흙을 지게로 운반하는 시간에는 그 옷을 벗어 두었습니다. 어머니가 고생해서 만드신 옷이 해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벗은 몸으로 지게를 지고 흙을 나르다 보니 어깨에 피멍이 들고 상처가 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피명이 든 아들의 등을 어루만지며 또 한 번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러나 옷은 거칠고 등은 아팠어도 나는 행복한 아들이었습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흘리신 눈물이 씨줄이 되고 십자가에서 흘리신 보혈이 날줄이 되어 죄인을 살리신 생명의 옷이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얻은 이 구원이 얼마나 고맙고 놀라운지!
그 감격으로 하늘을 바라보면 "우리 아들 인물 나네!" 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 눈물을 먹은 마을 / 이중표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