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9/2009

성격과 인간관계 1



1. 성격이란 무엇인가?
Mischel(1986)은 심리학자들에 의한 보다 형식적인 정의도 거의 일치를 보이지 않는다고 보면서, 영향력있는 성격이론가들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개인의 내부에서 특징적인 행동과 사고를 결정하는 정신물리학적 체계의 역동적인 조직,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의 독특한 양식,  세세한 모든 것에 있어서의 한 개인의 행동에 대한 가장 적절한 개념화.


이러한 예들이 내포하듯이 성격이라는 용어를 정의하려고 시도했던 이론가들만큼 많은 다른 의미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의 주제가 성격에 대한 정의에 내재하고 있는데, 이것을 좀더 일반화시켜 보자면, “성격이란 물리적, 사회적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개인의 개성적 스타일(Individual's personal style)을 나타나게 하는 사고, 정서, 행동의 독특하고 특징적인 패턴이라고 말할 수 있다.

2. 용어의 정의
각각의 이론가들은 각각의 성격에 대한 이론들을 설명하기 위해 각자의 이론에 대한 개념과 전문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차후 논의를 해보기로 하고, 우선 일반적으로 ‘성격’이란 말로 번역될 수 있는 용어를 살펴보겠다.


1) Personality / Character / Temperament
이현수(1989)는 각각의 말을 인격, 성격, 기질이라고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이 용어의 참뜻과 실제 심리학자들이 어떻게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지 밝히고 있다.


인격(Personality): 
이 말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의 연극배우가 무대에 설 때, 자신의 얼굴에 쓰는 假面을 뜻했던 라틴어의 페르소나(persona)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가면에서 유래된 Personality에 내포된 뜻을 종합하여 보면, 이것은 개인이 가지는 참된 자질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특성이라고 볼 수 있다. , 다른 사람에게 지각된 것, 다른 사람의 편견에 의한 판단을 통해서 직접 추리된 사실을 강조한다. 이런 견해에 의하면, Personality란 개인 특유의 적응(행동)유형이 인격이라고 볼 수 있다. ‘적응 행동’이란 말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주로 Personality란 말은 미국 행동주의에 영향을 받은 성격심리학자들이 사용한다.


성격(Character): 
이 말은 개성이라고도 번역이 되어지는데, Personality와 같은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선 어원을 살펴보면 분명한 차이를 알 수 있다. Personality는 가면에서 그 어원이 생겼으나, Character는 히랍어의 彫刻에서 찾을 수 있다. 전자가 가시적 행동과 표면특질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후자는 선천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는 보다 심층에 있는, 고정된, 그리고 기본적 구조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말은 칸트 철학의 영향을 받은 유럽심리학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기질(Temperament): 
중세기 심리학자들이 사대체액의 특징을 바탕으로 인간의 성격을 분류한 적이 있는데, 이것을 계기로 하여 기질이라는 전문적 용어도 등장하였다. 기질의 정의를 살펴보면, 기질은 정서적 특징으로 정서적 자극에 대한 민감성, 반응의 강도와 속도, 기분의 본질, 기분의 변화와 그 강도를 포함하는데, 일생동안 불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전적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영국의 심리학자들 사이에는 기질이라는 용어를 Personality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이상에서 성격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말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심리학에서 연구하려는 온전한 인간의 ‘성격’을 담을 수 있는 용어로 적절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 대안으로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만한’ 성격, ‘좋은’ 성격 즉, 적절한(Optimal) 성격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3. 성격(Personality)의 추리
개인의 적응(행동)유형을 타인 혹은 자신이 추론하여 판단하는 것이 성격이라는 전제하에, 홍숙기(1997), 성격심리학자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크게 성격의 기술과 설명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이런 기술과 설명의 기초가 되는 자신과 남들의 행동을 관찰하여 성격을 추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성격을 왜 추리 할 수밖에 없는지, 무엇 때문에 추리를 하는지, 그렇다면 추리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차례로 살펴보겠다.


1) 가설적 구성개념(hypothetical construct)으로서의 성격
성격이 관찰한 행동들로부터 추리하는 구성개념이라는 견해는 자신의 또는 남들의 성격을 ‘진리’가 아니라 검증되어야 할 가설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가설이라면 경험과 관찰을 통해 사실여부를 검증해야하며, 이를 통해 입증될 수도, 무너지거나 수정될 수도 있다.


정확한 성격추리는 여러 상황에 걸친 많은 사람들의 상당히 주의 깊은 행동관찰과 가설검증을 요구한다. 성격의 설명은 더 집중적인 관찰과 검증을 요구한다. 많은 다양한 성격이론이 존재하는 이유는 각기 관찰하는 행동들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후에 다룰 이론들 중에서 일단 특성 접근법을 통한 성격심리학은 성격의 설명보다는 기술에 집중한다고 할 수 있다. 정신 역동적, 현상학적, 행동적 접근법은 사람들이 나타내는 성격특성들을 설명해보려는 시도들이다.


2) 행동의 예측과 통제
우리가 늘 상대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우리의 안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면 유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유리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만약 늘 부딪치는 사람들이 여러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지를 예측하고, 그들이 내가 바라는 행동들은 하고 내가 바라지 않는 행동들은 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없다면 많은 혼란이 생길 것이다.


예컨대, 밝고 단순한 사람과 어둡고 복잡한 사람은 여러 면에서 달리 행동하고 또 서로 다른 식으로 대해야 문제와 오해를 피할 수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사람이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측면이 강한지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3) 행동의 독특성, 안정성, 일관성
우리가 성격을 추리하는 것은 우선 무엇보다도 행동의 독특성(uniqueness), 즉 개인차를 관찰할 때이다. 누구나 똑같이 행동할 때는 우리는 성격을 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수업시간에 웃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은 썰렁한 말만 한다면, 그 친구는 독특성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독특성이 이제까지의 수업시간에는 없었던 행동이라면, 즉 독특한 행동이라도 시간이 가면서 변한다면 성격이 추리되지 않는다. 그 행동에는 안정성(stability)이 없기 때문이다.


독특성과 일관성이 다 있어도, 그 행동이 그 수업시간에만 일어나고 다른 수업시간이나 동네친구들을 만났을 때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친구가 교수님의 관심을 사려고 그러는구나 추론할 지언정 ‘정말 재미있는 친구구나’라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렇게 여러 상황에 걸친 행동의 일관성(consistency)은 성격을 추리하기 위한 세 번째 조건이 된다.


위의 세요소는 H. Kelly(1967)의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에서 귀인추론의 세가지 요소와 일치한다. 남들이 보는 나는 내가 보는 나와 다를 때가 많다. 이를 테면, 나는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내가 ‘공주’라고들 말한다. 이는 우선 관찰내용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내가 관찰하는 나의 내적 반응을 남은 못볼수 있고, 남이 관찰하는 나의 외적 행동특성을 나는 못볼 수 있다.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행위자 - 관찰자 편향(actor-observer bias)이란, 행위자는 자신의 행동을 상황 특성들로 설명하고, 같은 행위를 관찰한 타인은 그것에서 행위자의 성향을 추리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안정성, 일관성 정보의 차이에서 비롯될 수 있다.

4. 기존 성격심리학에 대한 비판
사회학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근래 프랑스의 철학자 푸코, 라캉, 데리다등을 중심으로 일어난 사회구성주의(social constructionism)는 언어와 역사·문화적 배경을 중요시하면서, 반 본질 (anti-essentialism)과 반 실체(anti-realism)를 주장한다. 가장 대표적인 인간의 본질(essence) 이 성격이라고 본 Burr(1995)는 기존 심리학에서 다루는 성격을 비판하면서, 성격의 사회적 구성을 주장한다
우리가 지금 “좋은” 혹은 “나쁜” 성격이라고 말한 성격이 조선 시대에도 같았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동시대를 살고 있지만 문화권이 다른 미국이나 유럽의 동년배들과 좋은 성격에 대해서 완전한 일치를 보기는 오히려 조선시대 사람들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서의 함의(implication)는 성격이란 고정된 개인의 특질이 아니며, 더나가 ‘좋은’, ‘적절한’ 성격을 언어를 통해 사회적으로 구성해 나가며 그런 구성에 의해서 우리의 성격 형성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1) 성격에 대한 기존 심리학의 문제
‘당신은 당신의 성격을 보여줄 수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게 어디에 있습니까?’ 라는 질문은 듣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은 사회구성주의자들이 던지는 첫 번째 문제제기이다. 사회구성주의의 견해에 의하면, 성격은 단지 행동을 통해서만 추론될 뿐이며, 이 성격은 다시 그 행동을 기술하고 설명하는데 이용된다. 결국 순환추론(circular reasoning)으로 떨어지고 말게 되는데, 이것은 아무것도 설명을 해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성격’이라는 관념(idea)을 사용할 뿐이다.


두 번째의 문제제기는, 만약에 우리가 생각듯 사람의 본성으로써 성격이 존재한다면, 어느 시대건, 어느 지역에 살건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도 서구문화의 한 편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쉬운 예로, 어느 문화에서는 자신의 행동을 보이지 않는 영혼이나 신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의 문제제기를 통해 기존 성격심리학을 사회구성주의의 입장에서 비판해 보았다. 이것을 종합해보면, ‘성격’이란 것은 원래 인간의 내부에 내재되어있는 실체가 아니라, 어떤 문화적 기초에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려는 담론(discourse)이란 것이다.


2) 성격의 사회적 구성
성격이 사회적으로 구성되었다는 의미는 성격이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성격을 기술하는 단어- 친절한, 상냥한, 소심한, 거친, 아무 생각 없는-는 만약 무인도나 사막 한가운데에서는 의미를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 비교의 대상이 있어야 이런 성격을 알 수 있는 것이며, 이 대상과 환경을 구성하는 사회에서 생성되는 것이 성격이라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친구를 만나면 깍쟁이처럼 굴고, 여자친구를 만나면 한없이 ‘젠틀맨’인 한 친구가 있다. 어느 것이 진짜 그 친구의 성격일까? 대답은 그 친구를 만났던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왜냐면, 성격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구성이 되어지기 때문이다.


성격이란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회구성주의자들이 그 대안으로 사용하는 말이 ‘정체성 (identity)'이다. 우리는 별을 별이라고 하고, 나무를 나무라고 명명한다(정체성을 부여한다). 여기에서는 본질(essence)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단지 그 대상에 정체성을 주고, 그에 상응하는 의미를 주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여러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그 사람에 대한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며, 그 정체성에 맞게 살아나간다.


정리하면, ‘‘성격’이란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정체성”이 있을 뿐이다‘라는 것이 기존 성격심리학에 대한 이들의 핵심적인 비판이다.


이상에서 기존 성격심리학에 대한 비판을 살펴보았으나 이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 이라기 보다는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에서 성격에 대한 비판이었다. 같은 사회를 살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일란성 쌍생아조차 왜 개인차가 생기는 것 일까에 대한 대답은 역시 해주지 못했다. 그리고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인간을 부정하지 못하면서 그에 대한 대답 역시 회피하고 있는 것이 사회구성주의의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