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만큼 한 사람을 사단의 손에서 멀리 떨어지게 하는 것은 없다."(Edwards)
우리 시대에 있어서 가장 편만하면서도 가장 으뜸으로 사악한 오류는 영적 교만이다. 이 문을 통해 사단은 그리스도의 오심을 열심히 바라는 신자의 마음에 들어온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저 심연으로부터 올라오는 연기는 이 통로를 통해 마음을 검게하며,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이 손잡이를 이용해 사단은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역사를 방해하게끔 만든다. 이 질병이 치료되기 전에는 다른 모든 질병 역시 어떤 약으로도 치료될 수 없다.
교만은 어떤 타락보다도 구별해 내기 어렵다.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교만함은 자신을 너무나 높이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을 너무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러한지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자신을 생각하는 그 잣대가 이미 생각의 기반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이 그리 높은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교만보다 더 자가당착에 빠지고 찾아내기 힘든 것은 없다. 교만의 본질은 바로 자신에 대한 지나친 확신과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악한 것으로 배재해 버린다는 것이다.
교만함은 많은 모양과 형태로 나타나 양파껍질처럼 여러 층을 마음속에 이룬다 - 한 겹을 벗기면 바로 다른 껍질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마음속을 가장 최선의 노력을 통해 살펴보아야 하며 모든 힘을 다해 마음의 탐사자(성령)에게 도움을 구해야 한다(시26:2; 139:23; 계2:23).
자신의 마음을 믿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잠28:26).
영적 교만은 그 자체가 비밀스럽기 때문에 직관적인 판단으로는 구별해 내기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열매와 결과를 보고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 열매란 그리스도인의 겸손의 열매와 좋은 대조를 이루기에 함께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영적으로 교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어떠한 가르침도 필요치 않다고 느낀다. 그렇기에 그는 충고들에 대해 항상 우습게 생각한다. 반면에 겸손한 사람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쉽게 충고를 받아들인다. 그는 자신을 평가하는 데 매우 주의 깊으며 자신이 얼마나 빗나가기 쉬운 존재인가를 민감하게 생각한다. 만일 자신이 빗나간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되면 그 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조사하며 궁구할 것이다.
교만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허물에 대해서 말하기를 좋아하는데, 이는 위선자의 불행한 망상과 죽은 경건함의 비꼬는 태도이며, 수많은 신자들의 거룩함에 반대한다. 순수한 그리스도인의 겸손은 이와 달라서 타인의 죄에 대해서는 잠잠하거나, 그들을 긍휼과 안타까움으로 얘기한다. 교만한 자들은 경건한 자들에 대해 은혜 안에서 진보가 적다고 헐뜯으나, 겸손한 크리스챤은 자신 안의 죄를 바라보며 그것을 걱정한다. 그러므로 그는 남의 마음에 대해 왈가왈부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불만족스러우며 자신의 영적인 냉담함을 탓하고 남들은 자신보다 하나님을 더욱 사랑하고 감사하는 줄로 여긴다.
영적으로 교만한 자들은 타인들을 바라보면서 가장 거친 말로 그것을 표현한다. 종종 그들의 비난은 악한 자들뿐 아니라 자신들보다 월등한 하나님의 진실한 자녀들을 향한다. 겸손한 자들은 그러나 자신이 하나님의 영광에 대해서 비상한 발견을 하였을 때에라도 자신의 죄악 됨과 천함에 대해 압도되어 있다. 자신의 동료 크리스챤들에 대한 그들의 호소는 사랑과 겸손의 마음을 담고 있으며, 타인들에 대해서도 그리스도와 같은 한량없는 상냥함과 겸손으로 대한다.
영적인 교만은 종종 사람들로 하여금 외면적으로 다르게 행동하게 하며, 다른 방식으로 말하게 하고 표정과 행동 속에 나타난다. 그러나 겸손한 크리스챤은 비록 자신의 세상에서의 의무에 충실할 것이지만 홀로 천국을 향해 걸어간다. 온 세상이 그를 저버린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는 단지 구별을 위한 구별을 기뻐하지 않는다. 그는 결코 자신을 의도적으로 구별되게 보이도록, 그렇게 나타나도록 따로 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것의 나중이 되려하며, 양보하고, 따르고 순종하고자 하며 죄를 제외한 모든 일에서 그들을 기쁘게 하고자 한다.
영적으로 교만한 자들의 또 다른 유형은 늘 주목받는 존재가 되고자 노력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존경을 받고자 자긍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남들이 자신에게 복종하고 존경을 표할 때, 그는 그것을 당연히 여기며 마음껏 그것을 받아들인다. 사실 그들은 그러한 처사를 기대하고 자신에게 표해야 할 마땅한 바를 행하지 않는 자들에 대해 악한 감정을 갖는다(에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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