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 동사에는 강화형이라는 형태의 동사가 있다. 일반적인 동사를 강화형으로 만들면 보다 강력한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때리다"라는 동사를 강화형으로 만들면 "쳐부수다, 산산조각내다" 정도의 뜻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사를 강화형으로 만들어 보다 강화된, 강력한 행동 양식을 표현한다.
히브리어로 무릎꿇다는 뜻의 동사를 바라크 라고 한다. 그런데 이 "무릎꿇다"는 뜻의 동사를 강화형으로 만들면 어떤 뜻이 될까? 놀랍게도 "축복하다"라는 뜻이 된다. 어떻게 무릎을 꿇는 것이 축복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을까? 무릎꿇는 것과 축복하는 것 간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고대에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항복, 복종, 모든 것을 내어 놓는 것"을 의미했다. 일례로 한 나라의 왕이 타국의 왕앞에서 무릎을 꿇는 다는 것은 패배를 인정하고 항복했다는 뜻이며, 나아가 종이나 신하로서 새 왕을 섬기겠다는 의미였다. 동시에 나의 나라를 당신에게 모두 바친다는 온전한 헌사이기도 했다. 결국 항복은 정복당한 왕의 모든 소유를 새 왕에게 바치는 행위로 연결된다. 무릎꿇는 행위의 결국은 완전한 헌신, 봉사, 충성을 의미했다. 완전한 항복은 결국 정복자에게는 엄청난 축복이 되는 셈이다. 자신의 영토를 확장하고, 엄청난 부를 쌓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나님 앞에 우리가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이와 같이 자신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바치겠다는 온전한 헌신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헌신이 우리가 하나님을 축복하는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최상의 축복은 그 분 앞에 무릎꿇는 것임을 "바라크"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무릎꿇는 것이 축복을 "받는" 것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무릎꿇는 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축복하는 행위이지 하나님께로부터 축복을 받는 행위가 아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은 하나님을 위한 것이어야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흔히들 하나님께 나 자신을 희생하면 그에 상응하는 하나님의 축복의 보상이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축복을 주시는 것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이지 우리의 헌신에 자연적으로 수반되는 결과물은 결코 아니다. 무릎꿇음으로, 헌신함으로 하나님을 축복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피조물로서 창조주에게 드릴 합당한 경배와 예물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