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2010

구약성서에 나타난 회개 (2)


3)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모든 악으로부터 떠남 - '하나님께로의 돌이킴'은 새로운 삶의 태도를 요구한다. 즉 하나님의 뜻에 위배되는 모든 것과 일체의 악으로부터 떠나는 삶이다. 회개의 이러한 측면은 앞선 예언자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예레미야나 에스겔에 와서 '∼로부터 떠나다'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한다. '하나님께로 행함'이라는 추상적인 표현보다 '∼로부터 떠나다'는 표현이 더 구체적이다. 하나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혹시 그들이 그 말을 듣고서, 각자 자신의 악한 길에서 돌아설수도(슈브) 있지 않겠느냐? 그러면 내가 그들의 악한 행실 때문에 그들에게 내리기로 작정한 재앙을 거둘 것이다"( 26:3, 표준새번역).

4) 인간 스스로의 회개의 불가능성 - 예언자들은 이러한 회개가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포로기 이전, 적어도 주전 8세기에 활동한 예언자들은 이스라엘 백성의 회개 가능성에 대하여 부정적이었다. 예언자들이 회개를 언급할 때 이것은 등한히 여겨 이미 놓쳐버린 기회로 말한다:"그러나 이 백성이 자기를 치시는 자에게로 돌아오지(슈브) 아니하며 체바오트 야웨를 찾지 아니하도다"( 9:13)

 호세아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회개는 불가능하다고 결론짓는다:"저희의 행위가 저희로 그의 하나님에게 돌아가지(슈브) 못하게 하나니 이는 음란한 마음이 그 속에 있어 야웨를 알지 못하는 까닭이라"( 5:4)

주전 8세기 예언자들에게 이스라엘의 회개는 실제적으로 불가능하였다. 회개가 불가능하다면 그들은 왜 회개에 대하여 말하는가? 그들의 선포에 등장하는 회개라는 단어는 "돌이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이키지 않는다"는 점은 지적하는 것으로 하나님의 심판을 모면케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죄를 고발하기 위하여 언급한 것이다. 예언자들의 선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회개의 의지도 회개의 능력도 없었다( 30:15). 따라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심판뿐이었다( 9:1-4). 그들에게는 죄로 인한 심판을 경험한 이후 혹은 심판 중에서 회개가 가능했다. 그러나 그 회개의 주도권도 인간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하나님께만 있다. 심판 이후의 회개도 하나님의 치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사람의 회개는 인간의 공로가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한 것이다:"내가 저희의 패역(메슈바탐)을 고치고(라파)  즐거이 저희를 사랑하리니 나의 진노가 저에게서 떠났음(슈브)이니라"( 14:4)

V. 포로기와 포로기 이후의 회개 이해
포로기와 포로기 이후에 와서 회개에 대한 이해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1) 회개의 개인화와 회개의 가능성 강조 - 포로기에 와서 예언자의 회개 촉구는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향하기 보다는 각각의 개인을 향해 선포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에스겔은 "아버지가 신포도를 먹었음으로 그의 아들의 이가 시리다"( 18:2) 는 이스라엘의 속담에 제동을 건다. 그는 미래가 과거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현재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즉 각 개인의 책임을 강조한다:"모든 영혼이다 내게 속한지라 아버지의 영혼이 내게 속함같이 그의 아들의 영혼도 내게 속하였나니 범죄하는 그 영혼은 죽으리라"( 18:4)

"아들이 정의와 공의를 행하며 내 모든 율례를 지켜 행하였으면 그는 반드시 살려니와 범죄하는 그 영혼은 죽을지라 아들은 아버지의 죄악을 담당하지 아니할 것이요 아버지는 아들의 죄악을 담당하지 아니하리니 의인의 공의도 자기에게로 돌아가고 악인의 악도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 18:19-20)

이러한 맥락에서 에스겔이 말하는 회개는 우선 개인의 회개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악인의 회개이다:"그러나 악인이 만일 그가 행한 모든 죄에서 돌이켜 떠나(슈브) 내 모든 율례를 지키고 정의와 공의를 행하면 반드시 살고 죽지 아니할 것이다"( 18:21; 참조. 18:27; 33:9, 11, 12, 14 ) 

그는 더 나아가 회개의 가능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말하기도 한다:"주 야웨의 말씀이니라 이스라엘 족속아, 내가 너희 각 사람이 행한대로 심판할지라 너희는 돌이켜 회개하고(슈브) 모든 죄에서 떠날지어다(슈브) 그리한즉 그것이 너희에게 죄악의 걸림돌이 되지 아니하리라 너희는 너희가 범한 모든 죄악을 버리고 마음과 영을 새롭게 할지어다 이스라엘 족속아 너희가 어찌하여 죽고자 하느냐 주 야웨의 말씀이니라 죽을자가 죽는것도 내가 기뻐하지 아니하노니 너희는 스스로 돌이키고(슈브) 살지니라"( 18:30-32).

 에스겔이 여기에서 새롭게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마음과 영"은 다른 곳에서 야웨의 선물로 간주되고 있다:"또 새 영을 너희 손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 36:26; 참조. 11:19). 따라서 에스겔은 회개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하는 점에서 포로기 이전의 선배 예언자들과 차이가 있지만 회개와 새로운 삶의 주도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점은 선배들과 다르지 않다.

 2) 회개는 율법준수 - 포로기와 포로기 이후의 율법적 특성의 부각이 회개에 대한 이해에 또 다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회개는 곧 하나님의 말씀인 율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네가 네 하나님 야웨의 말씀을 청종하여 내 율법책에 기록된 그의 명령과 규례를 지키고 네 마음을 다하며 뜻을 다하여 야웨 네 하나님께 돌아오면(슈브) 네 하나님 야웨께서 네 손으로 하는 모든 일과 네 몸의 소생과 네 가축의 새끼와 네 토지 소산을 많게 하시고 네게 복을 주시되"( 30:9-10)

신명기 사가(여호수아, 사사기, 사무엘 상하, 열왕기 상하의 저자)는 요시아왕을 "야웨께로 돌이킨 자", "모세의 모든 율법"을 준수한 자로 높이 평가한다: "요시야와 같이 마음을 다하여 뜻을 다하여 힘을 다하여 모세의 모든 율법을 따라 야웨께로 돌이킨(슈브) 왕은 요시야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그와 같은 자가 없었더라"(왕하 23:25)

포로기 이후 공동체의 정치 지도자였던 느헤미야의 장문의 참회 기도문에서도 회개는 율법으로의 돌이킴으로 이해되고 있다:"돌이켜(슈브) 주의 율법(토라)대로 바로 살라고, 주께서 엄하게 타이르셨지만 그들은 거만하여 주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지키기만 하면 살게되는 법을 주셨지만, 오히려 그 법을 거역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주께 등을 돌리고, 목이 뻣뻣하여 고집을 버리지 못하였으며, 복종하지 않았습니다"( 9:29, 표준새번역)

 3) 회개는 구체적인 행동의 실천 - 포로기 이후 공동체에서 회개는 하나의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말라기서의 경우 회개는 곧 원래 하나님의 것인 십일조와 헌물을 원 주인에게 되돌리는 구체적인 행위로 묘사된다:"너희 조상 때로부터 너희는 내 규례를 떠나서 지키지 않았다. 이제 너희는 내게로 돌아오너라(슈브)  나도너희에게로 돌아가겠다(슈브) 나 만물의 주가 말한다 그러나 너희는 '돌아가려면(슈브) 우리가 무엇을 하여야 합니까?'하고 묻는구나  사람이 하나님의 것을 훔치면 되겠느냐? 그런데도 너희는 나의 것을 훔치고서도 우리가 주님의 무엇을 훔쳤습니까?'하고 되묻는구나 십일조와 헌물이 바로 그것이 아니냐!( 3:7-8, 표준새번역)

여기에서 회개, 곧 야웨에게로 돌아가는 것은 정확한 십일조와 헌물을 드리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것들은 성전유지와 성전 봉사자들의 생활 그리고 공동체의 약자들을 위한 몫이었다:"매 삼년 끝에 그 해 소산의 십분의 일을 나누어 네 성읍에 저축하여 너희중에 분깃이나 기업이 없는 레위인과 네 성중에 거류하는 객과 또 고아와 과부들이 와서 먹고 배부르게 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야웨께서 네 손으로 하는 봉사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 14:28-29).

  VI. 나가는 말
구약성서에서 회개라는 개념은 '방향을 바꾸다/되돌아가다'라는 의미를 가진 히브리어 동사 '슈브'를 빌어서 사용하고 있다. 이 동사가 '야웨께로 돌아가다'라는 주제로 쓰인 예는 주전 8세기 예언자들로부터 시작된다. 예언자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제사를 통한 형식적인 회개에 머무는 것을 질타한다. 그들에 따르면 회개는 죄의 고백인 동시에 바른 삶의 실천을 의미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회개는 하나님의 뜻대로 실천하는 것, 하나님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하나님 이외의 모든 도움을 거부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모든 악으로부터 떠나는 삶을 뜻한다. 예언자들은 회개의 주도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회개는 인간의 공로에 의한 것도 아니고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포로기와 포로기 이후에 와서 회개의 개인성이 강조되고 회개는 하나님의 말씀인 율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또한 하나님이 원하시는 구체적인 행위를 실천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구약성서가 말하는 회개는 입술의 고백이 아니라 삶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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