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2009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성소

성소란 무엇을 하는 곳인가? 목소리를 낮추고 교양있게 행동해야 하는 경건한 장소인가? 묵상하고 사색하며 아브라함, 모세, 베드로, 바울등을 기억하는 곳인가? 그렇다. 하지만 성소는 또한 긴급한 상황에 놓였을 때 도움을 얻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은 여행을 위해 양식을 주고 싸움을 위해 칼을 주는 곳이다. 다윗은 먹지 못한 빈 배와 무기 없는 맨손으로 성소에 들어왔다. 하지만 거기서 나올 때는 다위을 배는 든든했고 손에는 무기가 들려져 있었다.

나는(유진 피러슨)라는 단어를 단순히 사원, 성전, 성당, 예배당 등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거룩한 장소를 다 포함하는 의미로 쓰고 싶다. 거룩한 장소란, 삶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알고 그 무언가가 ‘다른 것’임을 인식하는 장소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초월해 계시면서 동시에 우리 가까이 계시는 분이다. 정원이나 공원이 성소가 될 수도 있다. 산이나 사막, 혹은 자동차 안이나 서재가 성소가 될 수도 있다. 거룩한 장소는 대개 사제나 목사가 감독하는 곳이라는 전제하에 정의가 된다. 그러나 야곱의 돌베개, 모세의 불붙은 가시 떨기, 베드로의 고기잡이 배 등을 생각해 보라.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 추잡한 세상사와 성가신 가족으로부터 차단된 조용한 세계로 도피해서 불가사의한 종교적 가르침이나 장엄한 종교의식에 온통 파묻혀 지내면서 무언가 신비스런 분위기만을 탐미하게 하는 잘못된 영성을 막기 위해서다.

사울 왕이 다윗을 죽이려고 창을 던졌을 때 다윗은 성소와 제사장이 있던 놉 땅으로 피한다. 그곳에서 다윗은 제사장만이 먹을 수 있는 떡을 먹고 호신용 칼을 얻는다(원래 그 칼은 골리앗이 지녔던 것을 다윗이 물 맷돌로 쓰러뜨리고 나서 전리품 기념으로 성소에 보관해 둔 것이었다. 삼상21-22장). 1천여 년 후 예수님은 이 사건을 언급하심으로써 율법 문자에 얽매이지 않고 배고픈 다윗과 그 일행에게 떡을 주어 굶주림을 면케 할 아히멜렉을 넌지시 칭찬하셨다(마12:1-5).

놉에서 일어났던 일에 비추어 내 삶을 바라볼 때 나는 성소란 단지 하나님에 대한 나의 인식과 관계가 깊어지는 장소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곳은 또한 다윗처럼 빵과 칼을 얻는 곳, 든든한 양식과 전투용 무기를 얻는 곳이기도 하다. 빵과 칼, 이 두 단어 모두 성경에서 종종 하나님의 말씀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하나님의 말씀은 빵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칼이다. 이는 말의 유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깊은 체험을 담은 실제다. 궁지에 몰려 양식도 무기도 없이 필사적으로 도망칠 때 우리는 성소를 찾는다. 거룩한 장소를 찾는다. 그러면 거기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우리는 그 거룩 속에서 생명력과 삶을 깊이 있게 하는 힘을 발견한다. 위험을 만나 약해질 대로 약해진 우리는 새 성소에 들어와 어느새 그 위험과 정면으로 맞설 힘과 무장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성소의 영성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근본적인 영성이다. 우리에게는 달려 들어갈 수 있는 성소가 필요하다. 우리는 신앙을 대적하는 이 위험한 세상 속에서 성소 없이는 삶을 이어 갈 수 없다. 우리에게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공급이 필요하다. 거룩한 삶을 위해 거룩한 장소들이 필요하다.



다윗:현실에 뿌리 박은 영성 – 유진 피러슨/
개인적으로 이 책을 꼭 사서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Deborah.J.K.L>

그 외의 유진 피러슨의 책:
하나님의 신비에 눈뜨는 영성 – 좋은씨앗
묵시:현실을 새롭게 하는 영성 – IVP
한길 가는 순례자
이 책을 먹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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