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가장 탁월한 복음주의자로, 위대한 학자인 동시에 설교가인 존 스토트 목사는 그의 저서<살아있는 교회>(The Living Church: Convictions of Lifelong Pastor)에서 자신의 오랜 목회 연륜과 인생을 통해 깨달은 지혜를 ‘어느 여든 살 노인의 묵상’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확신을 통해 전해준다.
첫째, 우선순위(priorities)에 대한 확신이다.
나는 스물아홉, 세상 물정 모르는 나이에 올소울즈 교회의 교구목사로 임명받았다. 그런 중책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모든 것에 압도돼 버렸다. 하루가 멀다하고 긴급한 일들이 중요한 일들을 밀어냈고, 준비조차 되지 않았던 사건들이 나를 덮쳤다. 거의 신경쇠약에 걸리기 직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목회자 일일수련회에서 “한 달에 한 번 조용한 하루를 가져보라”는 권고를 듣게 됐다.
너무나 상식적인 조언이었지만, 나는 하나님이 주신 메시지로 즉시 내 일정표에 그 해의 나머지 기간 중 매월 하루를 정해 ‘조용하다’(quiet)라는 의미로 ‘Q’라고 적어놓았다. 이날이 되면, 나는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을 곳으로 가서 10~12시간 정도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곤 했다.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점검하고, 고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기도하고 연구하고 글을 쓰곤 했다. 분명히 ‘Q’데이는 내 삶과 사역에 힘을 불어넣었다. 책임에서 오는 부담이 가벼워졌고, 해야 할 일들이 여전히 버거웠지만 압도당하지는 않았다. 특별히 바쁠 때면 2주에 한 번 심지어 매주 한번 ‘Q’데이를 가지게 되었다.
둘째, 순종(obedience)에 대한 확신이다
“나의 계명을 가지고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 나를 사랑하는 자는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요, 나도 그를 사랑하여 그에게 나를 나타내리라”(요14:21). 이 약속이야말로 바로 우리의 본질적인 갈망이자,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약속된 축복의 본질이다. 그분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만 자신을 계시하신다.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입으로만 고백하고 삶으로는 부인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분의 계명에 순종하는 자들이다. 순종이야말로 사랑의 참된 시금석이며, 우리가 순종할 때 그리스도는 분명히 자신을 우리에게 나타내실 것이다.
셋째, 겸손(humility)에 대한 확신이다.
자만심으로 이끄는 간교한 유혹보다 더 강력하고 교활한 유혹은 없다. 목회자들을 비롯한 교회 지도자들은 특별히 이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높은 설교단은 누구라도 마음을 끌어들이는 위험한 장소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섬김의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신약학자 맨슨은 이렇게 요약했다. “하나님의 나라에서 섬김은 고귀한 지위에 이르는 디딤돌이 아니다. 섬김 자체가 고귀한 것이며, 그것은 인정받을 만한 유일한 고귀함이다.” 겸손이 위선의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겸손은 정직에 이르는 또 다른 단어다. 겸손은 우리 자신이 아닌 척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겸손할 수 있을까?
1) 하나님께 자주 그리고 항상 감사하라. 감사는 특권이다. 감사야말로 자만심이 쉽게 자라나지 못할 토양이다.
2) 죄를 고백하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라. 반드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비판하라. 하나님의 비판에 자신을 맡겨라.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져야 할 자기 반성이자 자기 고백이다.
3) 굴욕을 받아들이기로 각오하라. 굴욕은 우리의 마음을 상하게 하겠지만, 그만큼 겸손해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굴욕은 우리를 겸손히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에게로 좀 더 가까이 나아갈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4) 지위에 대해 염려하지 마라. 우리 주님이 관심을 가지라고 하신 유일한 지위가 있다면, 그것은 예수님께 가까이 나가는 지위이다.
5) 유머감각을 지니라. 우리 자신과 자신의 부조리,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웃어넘기라. 진지해야 하지만 결코 근엄해지지 마라.
결국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고, 순종하게 만들고, 우선순위에 따라 우리의 삶을 살아가도록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십자가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에서 겸손은 자라고, 순종은 깊어지며, 삶의 우선순위는 분명해진다. 사도 바울의 선언을 진정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열망이 되기를 소원해본다(갈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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