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2010

유목민들에게 우물은 재산 목록 제 1호 - 이진희 목사

요셉이 던져졌던 웅덩이는 들판 한 가운데 있었다. 사람이 마실 물을 모아둔 웅덩이가 아니라 농사를 짓거나 양들에게 먹일 물을 모아두었던 웅덩이다. 목자는 여름이 되면 풀을 찾아서 3-4달 동안 계속 돌아다닌다. 그 뜨거운 여름에 풀 한포기 없는 황량한 황무지에서 물을 찾아다니느라 얼마나 힘들고 지치겠는가? 그러다가 이런 웅덩이를 만나게 되면 양들이 물 냄새를 맡고 흥분을 한다.

목자는 두레박을 내려 물을 끌어올린다. 그리고는 웅덩이 곁에 물을 담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용기(물 통)에 물을 계속 퍼붓는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라고 했는데, 여기 잔은 컵이 아니라 양들에게 물을 마시도록 하기 위해 나무나 바위를 파서 만든 물 담는 통을 말한다.

양이 50마리 있다고 하자. 50마리에게 물을 실컷 마시게 하려면 목자는 적어도 두 시간은 계속 물을 퍼 올려야 할 것이다. 100마리라면 3-4시간 걸릴 것이다. 얼마나 힘든 일이겠는가? 그래도 목자는 힘들어하지 않는다. 양들이 맛있게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마에는 땀이 줄줄 흘러도 마음이 흐뭇한 것이다.

목자는 양들이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계속해서 물을 길어 올린다. 물통에 물이 차고도 넘친다. 그때 양들은 더 없이 행복해한다. 그때 양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목자는 양을 위해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린다
라헬이 하루 종일 양을 몰다가 저녁때가 되어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양들에게 물을 먹이려고 우물에 들렸다. 그 우물에 대해 성경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야곱이 길을 떠나 동방 사람의 땅에 이르니 본즉 들에 우물이 있고 그 곁에 양 세 떼가 누워 있으니 이는 목자들이 그 우물에서 양 떼에게 물을 먹임이라 큰 돌로 우물 아귀를 덮었다가 모든 떼가 모이면 그들이 우물 아귀에서 돌을 옮기고 그 양 떼에게 물을 먹이고는 우물 아귀 그 자리에 다시 그 돌을 덮더라( 29:1-3).
라헬이 이 우물가로 양 떼를 몰고 오자 야곱이 우물 아귀에서 돌을 옮기고 양 떼에게 물을 먹이고 자기를 소개하고는 라헬을 끌어안고 울었다.

양들은 목자를 잘 만나야 “잔”이 넘칠 수 있다.
이렇게 목자는 양들을 위해서 우물이나 웅덩이에서 물을 길어 올린다. 그리고 마음껏 마시게 한다. 그럴 때 양들은 “내 잔이 넘치나이다” 라고 고백한다.

아브라함과 롯의 목자들이 서로 다투었는데 이유는 바로 이 우물 때문이었다. 양들에게 마시게 할 물이 충분하지 않자 서로 자기 양에게 먼저 물을 마시게 하려고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일이 잦아지자 결국은 아브라함과 롯이 헤어지게 된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이삭에 관한 이야기의 대부분이 바로 이 우물과 관련한 것이다. 마치 이삭은 평생 우물만 파다 만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대 유목민들에게 우물은 재산 목록 제 1호였다. 우물이 많아야 양들을 많이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삭처럼 우물을 많이 갖고 있는 목자가 치는 양들은 항상 “내 잔이 넘치나이다” 노래할 수 있다. 이렇게 양들은 목자를 잘 만나야 그들의 “잔”이 넘칠 수 있다.

시편 23 1절에서는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5절에 가서는 “내 잔이 넘치나이다” 라고 고백한다. 하나님은 어떤 때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채워주신다. 그러나 어떤 때는 우리에게 차고도 넘치게 채워주신다. 그래서 흘러넘치게 하시기도 하신다.

바울은 기도하는 가운데 이런 음성을 들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고후 12:9).
그만하면 충분하다. 더 이상 무엇을 바라느냐? 그런 말씀이다. 그렇다. 우리가 분에 넘치는 은혜와 축복과 사랑을 받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내 잔이 넘치나이다” 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내가 누구인가를 아는 사람은, 하나님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고 있는가를 아는 사람은 “내 잔이 넘치나이다” 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구원의 은혜를 아는 사람은, 주님이 주신 축복을 아는 사람은, 주님의 사랑을 아는 사람은 “내 잔이 넘치나이다” 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 필요한 것들은 다 거저 은혜로 주어진 것임을 깨달을 때 우리는 “내 잔이 넘치나이다” 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받은 것 중 어느 것 하나 그분이 주시지 않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내 잔이 넘치나이다” 라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인생이 선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 우리는 인생에 대해 감사의 태도를 갖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 때 우리는 지금 내 잔이 얼마나 채워져 있든지 간에 상관없이 “내 잔이 넘치나이다” 라고 고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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